[기자수첩]‘공익’ 위한 사명감이 죄가 되는 세상
강수지
suji8771@sateconomy.co.kr | 2013-07-05 15:22:36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어두운 진실’에 눈 감았다면, 그런 저를 어느 누가 기자라 할 수 있겠습니까.”
지난 2일 검찰이 한겨레 최성진 기자에게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구형했다.
최 기자는 최 전 이사장이 실수로 통화 후 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아 이 같은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이던 당시 정수장학회 처리 문제는 무척 중요한 사안이었다. 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됐던 정치적 이슈이기도 했다. 또 최 전 이사장은 정수장학회 매각이 이사회 통과 없이는 불가능한 것을 알고 있었다. 이에 따라 대선 직전인 지난해 10월 19일 매각 발표를 하자고 논의했던 것은 누가 봐도 대선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 기자는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계획이 대선 직전 발표돼 특정 후보가 의도적으로 유리해지는 상황을 기사를 통해 막았다.
최 기자의 보도는 한국신문협회가 그해 최고의 기사에 주는 한국신문상과 한국기자협회·미디어공공성포럼 등이 수여하는 최고상을 휩쓸었다. 이렇게 파급력 있는 기사를 검찰은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위반 혐의로 구형했다.
통비법이 금지하는 ‘전기통신의 감청’은 휴대전화와 같은 무선통신 수신기를 통해 우연히 타인간의 송수신 내용을 듣게 된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례가 있다. 그런데 검찰은 지난해 이미 이 사안을 수사했으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뒤 공소권을 남용해 최 기자를 기소했다.
국민의 알권리라는 ‘공익’을 위해 사명감을 갖고 일 하는 기자에게 “모른체 보도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판단은 기자에게 기자이기를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 보통 사람들보다 더 크게 눈을 뜨고, 더 많이 귀 기울여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일인 직업에 이 같은 잣대는 도무지 받아들여질 수 없다.
SNS의 발달로 수많은 정보가 넘쳐나며 기자 못지않게 정보력이 뛰어난 블로거들과 네티즌들이 있는 요즘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인터넷 상에는 알차고 진실 된 정보보단 인위적으로 가공되고 부정확한 정보들이 판을 치고 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기자는 잘못된 정보들을 바로 잡아주고, 블로거들과 네티즌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부분에 있어서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언론 환경을 만들도록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나서서 방해하는 게 현실이다.
공정한 재판을 해야 할 법원이 법과 양심에 따른 판결을 한다면 우리 언론은 지금보단 좀 더 투명한 보도를 하는 데 한 발짝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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