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화장품 업계 ‘남양’ 되나
아모레퍼시픽 ‘갑 횡포’ 논란
유지만
redpill83@naver.com | 2013-07-01 11:54:40
특히 대리점주에게 판촉물을 강제 구매하게 하는가 하면 방문판매원들의 교육ㆍ실습 비용도 부담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6일 김제남(진보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특약점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해당 점포에서 활동하던 방문판매 인력을 빼가는 등 불공정 행위를 저질렀다.
◇방문판매 인력 빼가기 ‘막무가내’
경남 마산 지역에서 아모레퍼시픽 방문판매 특약점을 운영했던 서행수 씨는 지난 2007년 12월 경 본사로부터 2006~2007년 매출이 역성장했다며 2008년 판매증대계획을 세우라는 ‘경영개선 요청’ 관련 공문을 받았다. 이에 따라 2008년 판매 목표를 전년대비 5.0% 성장시키겠다고 했지만 9월까지 2.4%에 그쳤으며 아모레퍼시픽은 같은해 말 계약을 해지했다.
본사는 또 서 씨와 거래를 종료한 후 그와 계약을 맺고 10년 동안 함께 활동해온 60여명의 카운셀러(방문판매원)를 다른 특약점으로 가도록 했다. 방문판매 특약점은 본사와 계약을 맺고 제품 등을 관리하며 카운슬러 모집, 교육 등을 책임진다. 방문판매원은 개인사업자 지위로 특약점 등과 계약을 맺고 영업을 한다.
서씨는 “2009년 1월1일 즉시 아줌마들(카운셀러)에게 (본사가) 문자메시지를 보내 나와 계약이 끝났으니 다른 영업장으로 출근하도록 했다. 방판 특약점 특성상 10년 영업을 해오며 쌓아온 자산과 인맥을 고스란히 내주는 셈이 됐다”고 말했다.
이는 우월한 지위를 가진 주체에 의한 공정거래법상 불공정 행위 소지가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경우 판단의 중요한 요소는 부당성이다. 아모레는 당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거래를 해지하면 카운셀러들을 흡수할 위치였다. 이런 사정에서 현저하게 낮은 실적이라 보기 어려운데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것은 부당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 씨 특약점에서 일하던 카운셀러들은 그해 아모레를 퇴직한 이가 운영하는 다른 특약점으로 전원 이동했고 이듬해 절반은 다시 직영점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현직 특약점 관계자도 카운셀러 이동 압박을 증언한다. 현직 특약점 주인 차 모씨는 “지난해 말 회사의 압박에 카운셀러 수십명을 다른 직영점에 빼앗겼다”고 말했다. 부산·경남 지역에서 50년가량 관련 사업을 해온 전직 특약점주 서 모씨는 “지금 부산·경남 15개 직영점은 모두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씨는 특약점 계약 해지도 억울하지만 10년 동안 자신이 쌓아온 인적 자산을 한 순간에 빼앗긴 꼴이 돼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서 씨 이외에도 일부 특약점을 대상으로 한 방문판매원 빼가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아모레퍼시픽발 ‘을의 분노’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밀어내기 영업까지 강요
화장품 특약점은 밀어내기 영업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부산 지역 한 특약점의 2012년 1~6월 ‘월별 영업 현황’을 보면, 1~5월 회사에서 특약점에 넘긴 제품 액수가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가량 계속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달 매출은 보통 1억원 안팎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이 잘되지 않는 특약점은 실적으로 압박하고, 잘되는 점포는 인력을 빼앗는 방식으로 아모레가 직영조직을 키워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전국 특약점은 550개, 직영점은 80개가량이다. 전체 화장품 판매 시장에서 특약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업계 추산 약 25%로, 2009년 31% 수준에서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캐치프레이즈는 빈 말...실상은 횡포”
아모레퍼시픽 판 ‘갑의 횡포’에 대해 김제남 의원실은 “아모레퍼시픽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매출이 높은 특약점과의 계약을 일방 해지 한 후 직영점으로 강제 전환시키고 있다”면서 “방문판매법 개정, 이른바 ‘남양유업 방지법’인 ‘대리점 거래 공정화에 관한법률(이종걸 의원 발의)’ 등을 통해 이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이와 관련, “특약점에 소속된 판매원들은 특약점과 계약 관계이기 때문에 거래가 종료되면 실업자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다른 곳에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게 맞다는 판단”이라고 해명했다.
또 카운셀러를 다른 대리점으로 이동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카운셀러는 개인사업자로 해당 특약점의 실적이 안 좋거나 계약해지 시 실직 하게 돼 다른 특약점이나 직영점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옮겨준 것”이라며 “현재 전체 대리점 중 특약점이 90%, 직영점이 10%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오히려 직영점의 카운셀러 수는 줄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인류를 아름답게, 사회를 아름답게’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고 있으나 실상은 횡포 그 자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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