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그룹, 불편한 내부거래 도마 위에
수의계약 통한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정황 포착
홍성민
seongmin215@naver.com | 2013-07-01 11:50:26
부영그룹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내부거래 비율이 높은 것을 두고 지적을 받아왔지만, 이같은 지적을 무시하고 지속적으로 거래비율을 높여온 것으로 추정된다.
◇부영그룹 내부거래 증가율 57.6%
‘신록개발’ 271% 급증 ‘논란’
지난 17일 기업경영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대기업 집단 가운데 오너일가 지분율이 30%를 넘는 87개 기업의 그룹 내 계열사 간 내부거래액 증가율을 조사한 결과, 부영그룹의 계열사 4곳(신록개발, 부영씨앤아이, 광영토건, 부영)이 전년대비 지난해 내부거래율이 가장 높았다.
부영그룹의 지난해 내부거래액은 379억4000만원으로 전년도(276억7000만원)보다 57.6% 증가했다. 87개 기업이 소속된 22개 그룹 중 세 번째다.
신록개발의 경우 부영그룹 4곳의 계열사 중에는 물론 조사대상 기업 22개 가운데도 가장 높은 증가 폭을 보였다.
신록개발은 1994년 12월23일 설립된 주거용 건물 건설사로 성훈씨가 지분 65.0%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신록개발의 2011년과 2012년의 모든 매출은 부영주택과의 거래를 통해 이뤄졌다. 매출과 내부거래액이 모두 일치하면서 계열사 간 내부거래율은 100%를 기록했다. 지난해 총 매출인 99억4000만원도 부영주택과의 수의계약을 통해 올렸다. 이는 전년도 내부거래액(26억8000만원)에 비해 271%나 증가한 수치다.
나머지 계열사 3곳도 신록개발과 다르지 않다.
시스템 구축·관리 및 솔루션 개발업체인 부영씨앤아이(김정환 대표) 역시 계열사인 부영주택과 동광주택 등 8개 계열사로로부터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부영주택과는 19억9000만원, 동관주택과는 1억1000만원의 내부거래를 했다. 신록개발과 마찬가지로 내부거래율 100%로 지난해 내부거래액(22억6000만원)이 전년도(14억4000만원)에 비해 53%나 증가했다.
부영씨앤아이의 지분은 이 회장과 부인 나길순씨가 각각 35%, 성훈씨가 30%에 달해 사실상 모든 지분을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다. 모든 수익이 고스란히 오너일가에게 넘어가는 셈이다.
단독·연립주택 건설업 광영토건(이중근 대표)은 지난해 총 매출액 549억7000만원 중 353억4000만원이 내부거래를 통해 이뤄졌다. 이는 전년도(252억2000만원)에 비해 53%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매출액만 비교했을 때는 전년도(109억3000만원)에 비해 50% 줄었다.
광영토건은 이 회장의 동서인 이영권씨가 최대주주로 24.58% 지분율로 보유하고 있고, 이 회장 3.50%, 성훈씨 8.33% 등 오너일가 지분이 44.4%인 회사다.
부영그룹의 지주회사인 부영(이중근 대표)은 내부거래액이 지난해 26억300만원, 전년도 24억4000만원으로 6% 늘어났다.
부영은 이 회장 74.18%, 성훈씨 2.18%로 오너일가 지분율이 76.36%에 달한다.
이와 관련, 부영그룹 관계자는 “신록개발의 경우, 100% 밀어주기보다 건설이 늦춰질 것을 감안해 계열사인 부영주택과 수의계약을 한 것”이라며 “2010년 계약을 했고 2011년 공사가 이뤄지면서 거래계약사항이나 매출이 1년 뒤 실적에 올라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어 “수의계약이라도 금액은 몇 억 밖에 안 된다. 다른 기업에 비해 낮은 금액”이라며 “지금은 계열사와 수의계약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부영그룹은 지난 2004년 부영, 동광주택산업, 부영파이낸스 등 부영그룹 3개 계열사가 197억 원 상당의 부당지원을 해온 사실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의 철퇴를 맞았다. 당시 공정위는 부영그룹에 총 3억4천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부영과 동광주택산업은 대규모 내부거래 이후 공시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각각 5600만원의 과태를 부과 받았다.
이처럼 부영그룹의 내부거래비중이 심각한 수준으로 높아진 것과 관련, 일각에서는 ‘오너일가의 일감몰아주기는 변함없을 것’ ‘오너일가만 배를 불리고 있다’ ‘그룹이 총수일가의 사익 챙겨주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등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부영그룹 관계자는 “내부거래는 저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에는 기업들이 (내부거래에 대해) 인지를 못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모든 기업들 자체가 문제의식이 거의 없었다”며 “기업체의 관행이라 그냥 그렇게 해온 것이다. 왜 그랬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저희도 공시를 통해 이뤄지거나 알게 되는 부분들이 많아 정확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현재 수의계약은 전혀 없고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맞춰 바꿔나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대기업 오너일가 ‘일감몰아주기’ 여전
한편 지난 17일 CEO스코어에서 조사한 30대 대기업 집단 가운데 오너일가 지분율이 30%를 넘는 87개 기업의 그룹 내 계열사 간 내부거래액은 지난해만 15조13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13조6600억원에서 10.7% 증가했다.
이는 87개 기업의 매출총액이 62조5300억원에서 67조 600억원으로 7.3% 증가한 수치보다 3.4% 높다.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를 상대로 그룹의 ‘일감몰아주기’가 집중된 것이다.
지난해 내부거래증가율이 전년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그룹 1위는 대림(60%)이다.
그 뒤를 이어 부영(57.6%), 롯데(29.5%), 현대백화점(13.2%), 삼성(19.4%), GS(17.5%), 신세계(14.4%), LG(13.8%), 현대자동차(13.2)가 차지했다.
기업별로는 부동산 매매 임대업체 신동진이 신록개발(271%)에 이어 같은 기간 122.3% 늘었다. STX그룹의 STX건설도 83.0% 증가했다. 현대엠코(71.8%, 현대차그룹), 대림아이앤에스(62.3%, 대림그룹), GS아이티엠(32.8%, GS그룹), GS네오텍(30.0%, GS그룹)이 뒤를 이었다.
반면 SK(-5.3%), 동국제강(-13.4%), 한진(-15.5%), LS(-17.9%), 영풍(-57.5%), OCI(-75.9%)는 오히려 재부거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법 국회통과, 재계 귀추 주목
박근혜정부의 핵심 정책인 경제민주화에 맞춰 기업의 내부거래 비중을 축소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오너일가 중심의 내부거래는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 일반 계열사와 달리 오너일가의 지분이 높은 계열사의 내부거래가 높은 이유는 부의 편법 이전을 통해 오너일가의 사익추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국회의 6월 경제민주화 입법안 논의로 정부와 재계가 예민해져 있는 가운데 지난 26일 대기업 총수일가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이른바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금지 조항을 공정거래법 3장 ‘경제력집중 억제’에 신설하는 대신 5장 ‘부당지원 금지조항’에 포함키로 했다. 다만 5장의 명칭을 ‘불공정행위 및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금지’로 변경키로 했다.
개정안 통과로 부영그룹은 물론 도를 넘어선 대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가 근절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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