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中企 담보대출 금리 차별 ‘철퇴’
금감원 ‘담보대출 실태조사’ 긴급 브리핑
유지만
redpill83@naver.com | 2013-06-17 14:23:32
[토요경제=유지만 기자] 국내 12개 은행이 중소기업에 대한 담보대출 금리 산출시 일부 항목에 대해 불합리하게 금리를 차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세춘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지난 13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동일 담보 제공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합리한 금리 차별을 없애기로 했다”며 “일부 은행들은 기업이 도산하더라도 은행이 입을 손실이 대·중소기업 간 차이가 없음에도 중소기업에 높은 손실률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 18개 은행 중 12개 적발
금감원이 18개 은행을 대상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담보대출금리 부과 실태를 점검한 결과 12개 은행에서 신용도나 기여도에 따른 금리차등 이외에도 일부 항목에 대한 금리차별 사례가 적발됐다.
대출금리는 통상 기준금리와 여기에 덧붙여지는 가산금리로 구성된다. 문제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산정할 때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대기업보다 높은 손실률을 적용했다. 박 부원장보는 “불합리한 차별을 개선할 경우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평균 0.2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은행들은 연간 1400억원 가량의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불합리한 금리차별 사례를 살펴보면 ▲기업이 도산하더라도 은행이 입을 손실이 대·중소기업간 차이가 없음에도 중소기업에 높은 손실률 적용, ▲중소기업에 대해 대기업보다 높은 목표이익률 부과, ▲일부 은행의 경우 낮은 손실위험을 감안해 담보대출에 대한 금리감면을 시행하는 반면, 그 외 은행의 경우 동 사항을 적용하지 않아 충분한 담보를 제공한 중소기업에 불리하게 적용되는 사례 등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금리차별을 하지 않는 6개 은행은 우리·산업·수출입·외환·전북·제주은행 등이다. 이들 은행은 충분한 담보가 제공되는 경우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금리를 차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금감원, “인하금리 적용시킬 것”
금감원은 해당은행으로부터 세부이행계획을 제출받아 이달 말까지 대출금리 산출기준 개선해 7월부터 신규대출 및 만기연장시 인하된 금리를 적용토록 할 방침이다.
또한 만기도래 이전이라도 해당 중소기업에 개별적으로 통보해 인하된 금리를 적용(금리인하요구권 활용)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중소기업에 대한 금리차별 관행 개선으로 15만793개 중소기업(전체 약 320만개 중소기업의 약 4.7%)의 담보대출(53조 8614억)금리가 평균적으로 0.26%p 인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연간 1419억원(차주 1명당 연평균 102만원)의 이자부담이 감소되는 셈이다.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금리 자체가 동일해지는 것은 아니다. 여신·수신 거래 규모가 크고 재무 상황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높게 책정된다. 재무 상태가 양호하고 은행 거래가 많은 개인이 그렇지 않은 개인에 견줘 금리 우대를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 정치권 지적 후 조사 “사전 파악 못 해”
금감원은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은행들의 부당 영업 행위를 지금껏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제를 제기한 이후 진행한 실태조사 과정을 거쳐 이같은 문제점을 파악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최 대표는 “담보대출은 중기대출이라고 해서 (대기업과) 금리 차등을 둘 아무런 논리적 이유가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금리 산정은 영업 기밀에 가까운 내용이고 산정방식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금감원이 사전 파악을 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또 “중소기업에 대한 불합리한 금리차별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매분기별로 이행실적을 제출받아 면밀히 점검할 예정”이라며 “향후 중소기업에 대해 정당한 사유없이 금리상 불이익을 주는 사례가 없는지 수시로 현장점검 등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은행권 “너무 갑을논리로만 보면 안 돼”
은행권은 금감원의 이 같은 조치에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금융권의 건전성에 타격을 입히면서까지 대출금리 산출기준에 대해 단순한 ‘갑을(甲乙)’논리로만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같은 담보에 대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대출금리가 다른 이유는 기업규모에 따른 금리차별이 아니라 신용리스크의 차이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실제 기업이 부도났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손실률이 같다고 해도, 부도가 발생할 가능성은 중소기업이 더 높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사실상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손실규모가 같은데도 금리상 불이익을 주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면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차별받고 있다고 판단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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