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잡스 지우기 성공할까?

[집중] 애플 ‘잡스 프로젝트’

유지만

redpill83@naver.com | 2013-06-17 10:08:49

△애플이 ‘2013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통해 잡스 시절을 탈피하려는 강한 제스처를 취했다. 팀 쿡(사진 위) 애플 CEO는 기조연설에서 “아이폰 이래 가장 큰 변화”라며 새로운 iOS7(사진 아래)을 소개했다.


[토요경제=유지만 기자] 애플의 ‘스티브 잡스’ 지우기 프로젝트가 본격화되고 있다. 팀 쿡 애플 CEO의 승부수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관련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애플은 △디자인 쇄신 △팀 쿡 친정체제 구축 등 크게 두가지 부문에 심혈을 기울이며 ‘탈(脫)잡스’를 시도하고 있다.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 1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개최된 개발자 회의 ‘WWDC 2013’이다. 팀 쿡은 이번 개발자 회의에서 잡스 스타일로 상징되던 기존 제품의 이미지를 상당 부분 탈피한 새로운 디자인을 발표했다.


특히 새로운 디자인 발표에 앞서 잡스가 가장 총애했던 3인방 가운데 한명이자 iOS개발을 총괄했던 스콧 포스톨 수석 부사장을 전격 경질했다. 포스톨 부사장의 빈자리는 하드웨어 디자인을 담당했던 조나단 아이브에게 iOS의 개발을 맡기는 것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 결과 개발자회의에서 공개된 iOS7은 디자인과 기능에서 상당한 변화를 보였다. 쿡 CEO는 이를 두고 “아이폰 이래 가장 큰 변화”라 자부했으며 크레이그 페더리히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담당 부사장은 “iOS7을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폰을 얻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언론과 세간의 평가는 좋지 않다. 해외 유수언론은 “외적인 변화는 많지만 근본적인 혁신은 없다”는 혹평했다. IT업계 디자이너들은 iOS의 가장 큰 변화인 ‘디자인’에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한편, 전자업계는 애플의 탈 잡스 시도가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장해 ‘혁신’과 ‘성장’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현재는 잡스와 같은 역할을 할 인물이 없다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는 것. 이것이 변화를 시도하는 가장 큰 이유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확’ 바뀐 iOS7
새로운 iOS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디자인이다. 이전까지는 아이폰의 아이콘들이 직관적이었으나 iOS7에서는 보다 단순해지고 정형화된 모습을 갖췄다. 전반적인 바탕화면은 밝아지고, 홈스크린이나 메시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스크롤할 때 미세한 시차 효과도 도입했다. 잠금 화면에 정지화면만 쓸 수 있었던 기존 OS와 달리 iOS7은 손목의 움직임을 반영해 잠금 화면이 움직이는 기능을 가미했다. 배경 화면은 아이폰의 좌우 움직임은 물론이고 상하 기울임에 따라서도 반응한다.


기능 면에서도 기존 버전과 많은 차이가 난다. 가장 큰 변화는 안드로이드 같은 다중작업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잡스 시절 애플은 배터리 방전 등을 염려해 음악 재생과 인터넷전화 착발신 등 일부 기능에 한해 다중작업을 허용했지만 iOS7에서는 이런 제한을 없앴다. 또한 새롭게 반투명 컨트롤 패널을 설계해 초기화면에서 밀어올리기만 하면 별도 설정 아이콘에 들어가지 않고도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 한 폴더에 담을 수 있는 앱도 16개 이하로 제한됐었지만, 이번에 수백개의 앱을 넣을 수 있도록 개선됐다.


음성 인식 '시리'를 트위터나 위키피디아 등과 통합해 사용 가능하고, 시스템이 자동으로 앱 사용 패턴을 분석해 사용할 때에 맞춰 업데이트해준다. 크레이그 페더리히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담당 부사장은 "iOS7을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폰을 얻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맥 컴퓨터에서 사용하던 파일공유 방식인 ‘에어드롭’이 아이폰에 추가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맥 컴퓨터에서 사용하던 에어드롭은 이용자 자신이나 친구의 맥으로 파일을 자유롭게 옮길 수 있는 서비스이다.


한글 입력 방식도 새롭게 적용된다. iOS7에서는 한글 입력 모드로 ‘천지인’을 지원한다. 설정 부분에서 10키를 선택하면, 국내 스마트폰 대부분이 지원하는 천지인 한글을 사용할 수 있다. 비교적 화면이 작은 아이폰4, 아이폰4S 사용자들에게는 오타를 줄이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새 부사장 임명하며 ‘변화’ 급물살
iOS가 이처럼 ‘거의 모든’ 분야에서 변화한 바탕에는 새로이 iOS개발을 총괄한 조나단 아이브 수석 부사장이 있다. 팀 쿡이 스콧 포스톨 수석 부사장을 경질하고 새롭게 투입한 아이브는 ‘탈잡스’ 행보를 보이려는 쿡의 ‘아이콘’이 됐다. 아이브는 시장을 만들어가기 보다는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을 제품에 담아내려는 ‘마케터’의 성향이 강한 쿡의 의지를 iOS에 담았다.


아이브는 그동안 iOS의 ‘스큐어모피즘’ 디자인에 지속적인 의문을 던진 인물이다. 스큐어모피즘은 실존하는 형태 그대로를 디자인에 담는 방식으로, 포커테이블을 닮은 게임센터, 실제 필기장을 닮은 노트, 나무로 만든 서가를 닮은 가판대 아이콘 등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이런 iOS의 디자인에 대해 아이브는 공공연히 “애플이 추구하는 극도의 ‘단순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내려 왔다. 아이폰의 디자인에서 엿볼 수 있듯 그동안 애플은 심플하고 편리하면서도 심미적 아름다움을 추구해 왔다. 아이브가 iOS를 지적한 것은 이같은 애플 디자인의 철학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 ‘변화’ 추진했지만 평가는 ‘글쎄’
‘변신’을 꾀했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대체적으로 ‘변화하려는 움직임은 보였으나 결과물은 만족스럽지 않다’는 반응이 제기된다. 디자인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외적인 면에서는 큰 변화가 보였으나, 근본적인 기능에서는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우선 부실한 기능으로 비난받았던 애플지도가 이번 발표에서도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실망감을 안겼다는 평가다. 공개가 기대됐던 차기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부재로 iOS7의 신선함이 반쪽에 그쳤다는 반응도 나왔다.


iOS7도 경쟁사인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차용했다는 반응이다. 해외 IT전문지 '테크크런치'는 iOS7을 두고 새롭게 도입한 컨트롤 센터와 강화된 멀티태스킹 등은 안드로이드에서 제공되던 기능이라고 지적했다.
새롭게 바뀐 아이콘 디자인에 대해서도 여러 디자이너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 각지의 디자이너들은 iOS7 아이콘 디자인이 수준이하라며, 수정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세계 각지의 디자이너들은 조나단 아이브가 디자인한 iOS7의 아이콘이 눈에 띄지 않으며, 시각적으로 답답한 느낌을 준다고 비판하고 있다.


프랑스 디자이너 레오 드라포는 애플의 발표 직후 "새로운 표준은 나에게 올바르지 않게 느껴진다"라며 iOS7 아이콘 디자인의 수정안을 공개했다.


아르투르 카시모프란 디자이너는 'Sorry, Steve'란 제목으로 스티브 잡스 얼굴을 아이콘에 집어넣으며, 애플의 새 iOS7 디자인에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한편 애플 주가는 WWDC 개막 직후 450달러 선까지 오르다 438.89달러로 장을 마감하고 전날보다 0.66% 감소해, 기대만큼의 행사가 아니었다는 세간의 평가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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