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 등에 업고 ‘모피아’ 부활?

[논란] 금융계 '관치금융' 인사

유지만

redpill83@naver.com | 2013-06-17 09:20:03

△박근혜정부의 금융정책이 ‘모피아 일색’으로 변하고 있다. 최근 KB금융과 농협금융의 신임 회장과 각 금융기관에 ‘모피아’ 출신이 늘어나고, 이장호 BS금융 회장 사임에 ‘관치금융’이라는 강한 비판에 직면했다.


[토요경제=유지만 기자] 새 정권 출범과 함께 금융 일선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였던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가 부활해 ‘관치금융’ 논란에 휩싸였다. 또한 민간 금융회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시누이 노릇’이 강화되는 모양새다.

지난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모피아라 불리는 옛 재무부 관료들이 주요 금융지주사와 금융 유관기관 장으로 대거 내려오고 있다. 금융 공공기관ㆍ협회ㆍ지주사의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절반 정도가 모피아 출신으로 채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 9곳과 금융 관련 협회 7곳, 금융지주 10곳 등 총 26곳의 CEO 가운데 모피아 출신이 절반인 13명에 달한다.


대표적인 모피아 출신 금융기업 수장은 KB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된 임영록 KB금융지주 사장,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 선정된 임종룡 전 국무총리실장, 김근수 여신금융협회 회장이 꼽힌다. 이들은 옛 재무부,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 등을 거친 관료 출신이다.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사에 압박을 넣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 6월 초 금융감독원 조영제 부원장은 이장호 BS금융지주회장을 불러 사퇴를 종용했다. 이를 두고 금융계 안팎에서는 “심한 간섭 아니냐”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나 경제부처 당국자들은 “능력과 전문성이 있으면 경제관료 출신이 진출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시각을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금융계 안팎에서는 정권 초 주요 금융권 기관장이 물갈이되는 틈을 타 모피아들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끈질긴’ 모피아, 결국 ‘생환’
박근혜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는 경제기획원(EPB) 출신인 조원동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중용돼 ‘모피아도 한물갔다’는 말이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였던 시절 우리금융 민영화, 카드 수수료 인하 등의 이슈와 관련해 금융 분야의 공무원들이 반대하는 모습을 보인 게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해석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한 금융지주사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융 매각,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개편 등에서 이른 시일 안에 성과를 내려면 금융관료 출신을 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최근 “관료도 능력과 전문성이 있으면 금융그룹 회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힘을 실어줬다.


취임 초기 금융계 수장들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했던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발언도 문제로 지적된다. 신 위원장은 “관료도 능력과 전문성이 있으면 금융그룹 회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결국 ‘물갈이’를 틈 타 모피아의 시장 안착을 도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 KB·농협 회장 내정, BS회장 사임에 ‘파문 확산’
‘관치금융’ 논란이 더욱 거세진 것은 KB금융과 농협금융 회장 내정 소식이 들리면서부터다. 지난 5일 KB금융 신임회장에 임영록 사장이 내정됐다는 소식이 들리자 노조는 ‘관치금융’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당시 KB노조는 임 내정자가 서울 명동본점에 올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건물을 에워싸고 저지 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박병권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이번 회장 선출을 인정할 수 없다"며 "당장 출근 저지 투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농협금융지주의 신임 회장으로 내정된 임종룡 전 국무총리실장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농협금융 차기 회장의 유력 후보로는 정용근 전 농협중앙회 신용부문 대표, 배영식 전 새누리당 의원이 주로 거론됐으나 막판에 임 전 실장이 부상했다. 그동안 임 전 실장은 농협금융 회장 선임 과정에서 전혀 하마평에 오르지 않다가 갑자기 등장해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금융권에선 기획재정부 선·후배 사이에서 신망이 두터운 임 내정자에 대해 관료 조직의 지원도 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일 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이 사임 알려지자 ‘논란’은 ‘파문’으로 번졌다. 그동안 금융감독원의 사퇴압박을 받아온 이 회장이 끝내 이를 이기지 못하고 사임하게 되자 “정부가 지분 하나 가지지 않은 민간 금융지주사에 압박을 한 전형적인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어났다.


당시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부산시의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장호 회장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강압적인 사퇴강요는 지방은행을 탄압하고 부산시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금융당국의 갑작스럽고 명분없는 강압적인 중도사퇴 강요는 지방은행을 손아귀에 두려는 명백한 초법적 월권행위"라고 반발했다.


◇ 또 다른 모피아 출신 누가 있나
지난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 9곳과 금융 관련 협회 7곳, 금융지주 10곳 등 총 26곳의 CEO 가운데 모피아 출신이 절반인 13명에 달했다.


공공기관에는 재정경제원 1차관보 출신의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금융위 사무처장 출신의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 출신의 장영철 자산관리공사 사장,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을 지낸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 등이 모피아 출신이다.


최근 사의를 표명한 우주하 코스콤 사장도 모피아 출신이다. 우 사장은 재정경제부 관세제도과장 등을 역임한 뒤 국방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금융 관련 협회 7곳 중에서도 순수 금융인 출신인 박종수 금융투자협회 회장을 제외하면 모피아 일색이다.


재정경제부 1차관 출신의 박병원 은행연합회 회장,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을 지낸 김규복 생명보험협회 회장,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 출신의 문재우 손해보험협회 회장 등이 관료 출신이다.


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은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을 거쳐 조달청장을 지냈다. 양석승 대부금융협회 회장은 재무부에서 짧은 공직생활을 거쳐 신한은행 부행장과 러시앤캐시 부회장을 지냈다.



◆모피아 계보 살펴보니…


‘관치금융’ 논란과 함께 공적(公敵)으로 지목된 ‘모피아’의 계보는 김대중 정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대중 정부에서 금융 및 재벌의 구조조정을 수행했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모피아의 대부’로 불린다. 현직 중에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계보를 잇고 있다.


기재부 내에서는 은성수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과 국제통화기금(IMF)에 파견된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대표적인 ‘모피아 라인’이다. 이 전 부총리와 신 위원장 등 전·현직을 연결해주는 매개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다.


경제부총리감으로 꼽혔지만 퇴임이후 론스타 사건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윤진식 전 청와대 경제수석,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등도 모두 모피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모피아의 장점으로는 추진력과 돌파력이 꼽힌다. 한 금융당국의 관계자는 “이번에 발탁된 관료 출신들의 면면을 보면 스펙(학력·경력)과 경험 면에서 민간 출신보다 나은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끼리끼리 문화’는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폐쇄성이 짙다 보니 자기 식구들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비판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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