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 하자더니, 뒤에선 ‘쥐어짜기’
현대산업개발, 하도급 업체 공정위 피소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3-06-10 09:52:13
△현대산업개발이 불공정 거래 의혹에 휩싸였다. 하도급업체들이 ‘갑의 횡포’를 주장하며, 현대산업개발을 공정위에 제소했다.
지난달 27일 발표된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최하등급 바로 위인 ‘보통’ 등급을 받아 체면을 구긴 현대산업개발은 엎친 데 덮친 격의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 “떨어뜨려라! 원하는 가격 나올 때까지”
시공능력 8위 건설업체 현대산업개발이 ‘갑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하도급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공사비를 낮추기 위해 재입찰을 반복하고, 부당한 특약을 강요하는 횡포를 부렸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는 하도급 업체 10곳은 현대산업개발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28일 KBS의 보도에 따르면 하도급 업체들은 “현대산업개발이 하도급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재입찰을 반복하거나 부당한 특약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지하철 공사를 맡은 현대산업개발은 2년 전 하도급업체 선정 입찰을 했다. 7개 업체가 응찰했는데 현대산업개발 측이 모두 유찰시켰다. 이후 유찰은 이어져 5번째 입찰까지 갔고 결국 낙찰 가격은 211억 원, 첫 입찰 때 제시된 최저가(230억원)보다 19억원이나 낮은 금액에 계약된 셈이다.
입찰에 참여한 하도급업체들은 현대산업개발이 가격을 낮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찰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유찰시키는 것을 부당 하도급대금 결정으로 금지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서는 이 ‘정당한 이유’도 ‘공사 현장 여건’, ‘하도급 업자의 귀책사유’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하도급업체들은 이 공사의 ‘특약 조항’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특약은 현대산업개발측이 분류한 중대 잘못을 저지르면 협의 없이 ‘서면통보’만으로 하도급업체와의 계약 해지를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하도급업체 관계자는 “원도급업체가 ‘자꾸 예정가를 초과한다’고 압박하면 자기가 산출한 금액을 자꾸 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 현대산업개발은 “입찰 전에 사전에 통보한 부분이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명호 현대산업개발 공사관리부장은 “예정 가격을 초과하는 경우 재입찰을 실시할 수 있다고 하도급업체에 사전에 충분히 고지했다. 입찰은 항상 투명한 절차로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특약 부분도 현장설명회 등을 통해 미리 공지한 내용으로 하도급업체들은 미리 알고 입찰에 참여한 것”이며 “소송이 판결이 나면 진의가 밝혀질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정당한 사유 없는 유찰은 부당 하도급대금 결정으로 금지대상이다. 대법원 판례는 이 ‘정당한 사유’를 공사 현장 여건, 하도급 업자의 귀책사유 등 예정가격과 관계없는 내용으로 제한하고 있다.
공정위는 하도급업체 10곳의 제소에 따라 최근 현대산업개발 관계자 소환 등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현재 공정위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며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갑의 횡포’가 또 다시 수면위로 드러났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전문건설업체 관계자는 “일부 ‘갑’들은 자신들이 멋대로 정한 공사가격을 넘기면 유찰시키거나, 재입찰에 부치는 등 노골적으로 단가 인하를 요구해 가격을 낮추고 있다”며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 탓에 영세한 하도급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초저가 공사를 떠맡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 ‘갑’의 횡포, 1개월 여 만에 또?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4월에도 이른 바 ‘갑을 관계’에서의 불공정행위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월25일 하도급대금을 2년 동안 지급하지 않은 현대산업개발의 전문건설 자회사 아이서비스에 과징금 100만원을 부과하고 하도급법 교육이수명령을 내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아이서비스는 2010년 10월부터 2011년 2월까지 부산 신항 컨테이너 부두건설 중 일부를 하도급 건설업체에게 위탁했다. 그러나 아이서비스는 당시 이를 서면으로 계약하지 않고 구두로만 위탁했다. 이후 아이서비스는 하도급 업체가 공사를 완료했음에도 하도급 대금 963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다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자 그제서야 하도급 업체에게 대금 770만원을 지급했다. 그나마도 하도급 대금 193만원과 그동안의 지연이자는 주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남은 하도급 대금 193만원과 연 20%의 지연이자를 지급하고, 이미 지급한 770만원에 대한 지연이자 291만원도 추가로 내라고 명령했다. 또 과징금 100만원을 부과하고 하도급 법령에 대한 교육이수를 명령한 바 있다.
◇ 동반성장… 말로만?
이런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건설업계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의 동반성장 의지가 후퇴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그동안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강조하면서, 상생 협력 방안을 마련해오고 있다고 대외적으로 밝혀왔다. 12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 펀드를 조성해 협력사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업무 능력 향상 및 품질 개선에 대한 교육을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여러 대외 홍보와는 달리, 현대산업개발의 동반성장 점수는 초라한 수준이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 27일 73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2012년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현대산업개발은 ‘보통’ 등급을 받았다. ‘보통’ 등급은 최하위 등급 ‘개선’의 바로 위 단계다. 꼴찌는 면했지만, 2011년도에 이어 또 다시 ‘보통’ 등급을 받으면서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을 피하게 어렵게 됐다.
이는 실적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정몽규 현대개발회장에게 또 하나의 숙제가 될 전망이다.
현대산업개발의 지난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852억원과 29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2.9%로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1% 감소했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6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76%나 쪼그라들었다. 사업부분별로 살펴봐도 토목과 건축 등 전 분야에서 60~80%이상의 실적 감소율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지난해 실적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현대산업개발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3,341억원이었다. 2011년 4조1,079억원보다 19% 줄어든 수치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1년 새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74%, 당기순이익은 98% 줄어든 1,038억원과 56억원을 기록했다.
경기 불황을 감안해도 실적 부진의 폭이 컸다. CEO스코어가 집계한 지난해 재계 ‘톱500’에 든 31개 건설회사 가운데 현대산업개발의 매출액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 때문에 최근 재계에서는 정몽규 회장에 대한 경영 능력의 의문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번 ‘갑의 횡포’ 논란으로 여론의 비난까지 받게 되면, 정몽규 회장은 더욱 더 코너에 몰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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