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메가딜러 “무조건 팔아라”
한국지엠, ‘밀어내기’ 불공정 횡포 드러나
윤은식
1004eunsik@naver.com | 2013-05-27 15:05:39
[토요경제=윤은식 기자] 최근 남양유업으로부터 시작된 대기업 횡포가 자동차업계에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9일 한국지엠대리점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에 한국지엠을 상대로 불공정거래행위 시정조치를 신청하고 이와 관련해 한국지엠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 한국지엠의 판매망은 5개의 지역총판인 메가딜러를 통해 전국의 대리점을 통제하고 있다.
한국지엠의 메가딜러는 과거 한국지엠 대리점들의 본사인 대우자판이 파산하면서 지난 2010년 만들어 졌다.
경인지역 45개 대리점은 에스에스오토가, 부산·경남지역 46개 대리점은 대한모터스주식회사가 맡는 등 지역총판들은 전국의 대리점을 5개 권역으로 분할해 한국지엠이 생산하는 쉐보레자동차 판매를 대리점에 위탁하고 사후관리하고 있다.
◇ 대리점연합회 피해 사례 발표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재벌·대기업 불공정 횡포피해사례발표회서 한국지엠 전국대리점연합회를 대신해 피해사례를 발표한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본사에서 마진율을 일방적으로 2.2%~3.2% 내리면 지역총판은 대리점 지원금을 감축해 그 부담을 대리점에 모두 전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지엠이 수출만 중시하고 내수시장은 홀대하면서 기본적으로 국내 대리점들이 어려움을 겪는 데다 무리한 판매예측에 근거해 매장 확대 정책을 대리점에 강요해 대리점마다 1억원 안팎의 인테리어 비용을 추가 부담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에만 15개 대리점이 문을 닫는 등 전국 쉐보레자동차 대리점의 70%가량이 경영악화로 집단 파산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리점주들이 오죽하면 자기 회사를 공정위에 신고하겠느냐”고 덧붙였다.
또한 한국지엠과 쉐보레자동차 대리점 간에도 불공정한 계약서가 문제로 지적됐다.
자동차 판매 대리업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1년의 단기 계약기간, 지역총판의 자의적·일방적 해지가 가능하도록 규정된 계약의 임의해지, 위약해지 조항, 수출관여행위를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위반 시 가혹한 제재를 규정한 수출금지 조항, 일방적인 판매목표 할당에 근거한 대리점 사업평가 조항, 금지행위의 유형과 제재조치가 극히 포괄적인 정도영업 위반 금지행위 조항, 지역총판이 요구하는 모든 정보의 제공의무, 과도한 영업실사 조항 등이다.
대리점연합회는 “한국지엠과 지역총판이 연합회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대리점 경영실태 및 수익구조에 대한 공동조사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경영악화로 폐업 대리점이 속출하는 상황에서도 한국지엠은 적자생존의 시장논리만 강조한다”며 “한가족 정신으로 동반 성장해야 하는 제조사-지역총판-대리점 간의 관계가 착취-피착취 관계로 전락했다”고 강조했다.
◇ 목표치 할당…불공정거래 전횡
대우자동차 시절부터 17년째 한국지엠 자동차 판매 대리점을 운영해온 김 씨는 최근에야 한국지엠의 불공정 거래 행위는 ‘갑의 횡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 씨를 비롯한 한국지엠 판매 대리점주들은 본사와 하청계약을 맺은 판매상(딜러)들에게 매달 판매량을 강제 할당받는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대리점의 이전 달 판매 실적에 따라 많게는 10여대씩 더 얹어 정해준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보조금을 깎거나 심한 경우 계약해지 조치까지 내린다. 이 뿐 만 아니다. 한국지엠 판매상들은 더 나아가 ‘압수수색’에 버금가는 권한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판매상들이 대리점과 맺은 계약서에 따르면 “판매상은 대리점이 계약상 제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중략) 대리점의 장표, 전표, 기타 영업상 서류의 열람을 요구할 수 있으며, (중략) 대리점은 조사활동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관계자가 “5개 총판에 한국 시장 판매를 위탁하고 있어 대리점들과 직접 거래하지 않는다. 총판과 함께 판매 목표 수량을 정하긴 하지만, 목표 달성 여부는 대리점에 달려 있을 뿐이다”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 대리점주, 영업사원 개인통장 요구까지
연합회가 공정위에 “메가딜러는 전국의 대리점에게 임의로 결정된 판매물량을 강제로 할당한 후 한국지엠이 임의로 규정한 평가방안을 기준으로 일정 수준 이하의 사업실적 평가점수를 받은 대리점에 대해선 경영개선 약정을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약정을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 보조금을 삭감하고 심한 경우에는 대리점 계약을 해지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회는 이어 “대리점 지원 정책의 일환으로 1996년 이후 관행적으로 지급하던 수수료의 40%를 2011부터 2012년 삭감하는 등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축소해 대리점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한국지엠과 메가딜러가 대리점주와 영업사원 등의 개인통장을 요구하는 등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에 연합회 관계자는 “현재 공정위에서 우리가 신청한 내용을 조사하고 있으며 이와는 별개로 한국지엠측과 불공정거래 계약을 바꾸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연합회가 제기한 내용 중 다수를 한국지엠이 수용했지만 아직 해결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에 한국지엠은 매가딜러가 자동차판매 실적을 채우기 위해 이른바 밀어내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공정위조사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지엠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대리점마다 차이는 있다. 하지만 한달에 3~4대 정도 강제로 배당되는 경우가 있다”고 밝히면서 “고객이 계약금을 지급해야 차량이 인도되는 시스템이지만 메가딜러가 할당된 물량을 채우기 위해 계약금을 미리 지불하고 차량을 받은 뒤 이를 대리점에 넘기는 방법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 영업사원은 “잘 팔리는 대리점 같은 경우에 그런 것(밀어내기)은 없지만 일부 판매실적이 좋지 않은 대리점의 경우에는 비슷한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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