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더는 못 살겠다!”…여기저기 아우성
‘을’들의 반란, ‘갑을전쟁’ 양상으로…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3-05-27 13:23:49
[토요경제=유상석 기자] 편의점주들의 연쇄 자살사건, 포스코계열사 상무의 비행기 여승무원 욕설 사건 등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을(乙)의 반란’은 남양유업 영업팀장과 대리점주 사이에 있었던 욕설 녹취록 공개에 이어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파업(20일 타결), 배상면주가 대리점주 자살사건 등으로 계속 번져갔다.
일부 기업들은 계약서에서 ‘갑’ㆍ‘을’ 용어를 삭제한다거나 대국민사과를 하는 등 진화를 시도 했으나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평이 나오면서 오히려 기름을 부은 듯 더 확산돼 가는 양상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한국경제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혀왔던 노사갈등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상황인데, 자영업자 세계를 규율해온 계약 문제가 터지면서 그동안 도사리고 있던 잠재적 부실이 겉으로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남양유업사태, 결국 정치권까지…
‘슈퍼 갑의 횡포’ ‘을의 반란’ 등의 자극적인 용어들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조직과 투쟁의 ‘달인’ 격인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전면에 나섬으로써 이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사회 전반에 존재해 있는 비민주적 불평등 문제를 타파하기 위한 사회문화혁명 양상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한국경제가 새로운 시험대에 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통합당 국회의원들도 남양유업을 항의방문 하고 참여연대가 청원한 ‘남양유업사태방지법’ 제정에 나서 ‘을의 반란’은 정치권으로 확대됐다.
사정기관인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도 수사에 착수해 불법적인 물량 밀어내기 등이 있었는지를 밝혀내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남양유업 문제의 경우 대리점주들이 남양유업대리점피해자연합회를 만들어 단체의 힘으로 본사에 대항하는 체계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 가운데 김웅 대표이사가 지난 9일 ‘남양유업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대표이사는 사과문에서 “영업현장에서의 밀어내기 등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 이 같은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와 공정위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이후에도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과 기자회견 자체도 도마에 올랐다. “‘사과를 했다’기보다 오히려 ‘사고를 쳤다’”는 비판이 제기될 정도로 사과의 진정성이 기대에 못 미쳤고, 1차 피해자인 대리점주에 대한 사과가 생략돼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남양유업 사태는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가세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협의회(전편협)은 8일 “같은 ‘을’의 입장으로 남양우유 대리점주들의 심정과 비통함을 공감하며 남양유업제품에 대한 판매중단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선언이 어느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으나,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편의점 본부에서 구매에서 내려 보내는 상품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남양유업이 실제로 큰 타격은 받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다.
한 프랜차이즈 컨설턴트는 “편의점 가맹본부에서 원천적으로 남양유업 제품을 받지 않는다면 파급효과가 크겠지만 가맹점주들이 판매중단 선언은 선언적 효과에 그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그는 “편의점 본부는 대기업 재벌 계열사들인데 가재는 게 편이라고 이들 가맹점본부가 같은 대기업인 남양유업의 제품 거부운동에 참여하겠느냐”고 말했다.
대리점 사업은 일반 프랜차이즈 가맹사업과는 양상이 달라 현재 국회에서 추진 중인 일명 프랜차이즈법의 보호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관계자들은 “대리점들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남양유업사태방지법’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라고 전했다.
◇ 배상면주가, 불붙은 ‘갑을전쟁’에 기름…
한편 전통주 제조업체인 배상면주가의 한 대리점주가 지난 14일 ‘본사의 밀어내기 압박을 받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으로 ‘갑을전쟁’의 전선이 확대될 것이 확실시 된다.
배상면주가 관계자는 언론에 “돈을 먼저 고객이 입금하면 물량을 보내주는 선결제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밀어내기는 일어날 수도 없고, 제품을 강매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정확한 자살원인과 배상면주가의 ‘밀어내기 영업행태가 있었는지를 밝혀내기 위한 집중수사에 착수했다.
◇ CJ대한통운, 우여곡절 끝 ‘종전’
이에 앞서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이 수수료 인하 문제로 파업에 나서 갑을전쟁이 심각한 국면에 진입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다행히 2주만에 협상이 타결돼 ‘갑을전쟁’의 중심권에서 빠져 나가게 됐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은 지난 6일 수도권과 전주를 중심으로 500여대가 파업에 돌입했고 10일부터는 부천 등의 택배기사들이 합류하면서 약 1000대의 차량이 파업에 돌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의 파업했던 이유는 CJ대한통운이 지난 3월 수수료율을 인하하고 패널티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었다. 건당 920원의 수수료를 820원으로 인하하고, 소비자 민원 등에 대해 3만~1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었다. 택배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으로 겨우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는데 수수료 인하 안을 수용하면 월 평균 150만원의 수입으로 살아가야 한다. 어떻게 이런 조건을 수용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발, 파업에 나섰던 것.
참여연대는 지난 12일 논평을 통해 “택배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CJ대한통운은 지난 3월30일 화물연대 대한통운 택배분회와 협상을 하여 수수료 인하안을 920원에서 880원으로 완화했고, 패널티 제도는 점진적으로 없애기로 합의를 했다. 그러나 불과 1주일 뒤에 CJ대한통운은 원래의 수수료 인하안과 패널티 제도를 그대로 시행하겠다는 공문을 각 대리점에 발송했다. 이렇게 CJ대한통운이 약속을 밥 먹듯 뒤집는 과정에서 택배노동자들의 분노와 억눌렸던 생존권 요구가 폭발해 대형 파업으로 번지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택배기사나 CJ대한통운 본사와는 또 다른 입장을 갖고 있는 이해관계 당사자의 하나인 개인택배사업자와 대리점장들은 14일 오전 CJ대한통운 중구지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택배기사들은 배송거부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1만2000여명의 CJ대한통운 택배 종사자들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택배 배송거부와 방해사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통해 ‘명분 없는 배송거부 중단, 회사의 수익성 보장ㆍ금전상 벌칙 폐지 약속 신뢰, 외부세력 간섭 즉시 중단, 정부의 정책 지원 , 차질없는 배송’ 등 5개 사항을 택배기사, CJ대한통운 본사 및 정부 당국에 요구했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의 파업은 노사 양측의 대화로 마무리됐다. CJ대한통운은 지난 20일 “배송거부를 주도하던 대리점주 및 배송기사들과 수수료 체계, 페널티 제도, 편의점 집화 시간 등에 대해 밤샘 대화를 나눠 공감대를 형성했고, 그 결과 배송거부에 나섰던 택배기사 전원이 현장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며 “이에 따라 20일 오전부터 CJ대한통운 1만 3000여 택배기사가 모두 배송에 나서게 됨에 따라, 전국 택배 배송이 완전 정상화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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