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쇠사슬에 묶여 '짐승처럼'

미국판 인간 사육, 여성 3명 구출 '충격'

윤은식

1004eunsik@naver.com | 2013-05-20 14:34:38

▲ 여성 3명을 납치한 혐의로 체포된 피의자들(위), 왼쪽부터 페드로, 아리엘, 카스트로(출처 클리블랜드 경찰서)와 납치 된지 10년 만에 극적으로 구출된 피해여성들(아래)

[토요경제=윤은식 기자] 미국서 10년 넘게 감금됐다 극적으로 구출되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6일 CNN 등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경찰이 시내 중심가의 한 가정집에서 2002년부터 2004년 사이 실종됐던 10대와 20대 초반 여성 3명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피해 여성 3명이 감금됐던 집은 납치된 실종된 장소에서 불과 몇㎞ 떨어진 한동네여서 충격을 더했다.

◇ 극적으로 구출된 납치 여성들
실종된 여성 3명중 1명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이웃주민 찰스 램지였다.

그는 “길을 걸어가는데 한 여성이 비명을 지르며 문을 발로 쾅쾅 걷어차고 있었다”면서 “그곳으로 다가가자 한 여성이 겨우 손이 빠져나올 만큼 좁은 문틈으로 납치됐으니 도와달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램지의 도움으로 간신히 문을 열고 빠져나온 이 여성은 곧바로 911(미 신고전화)에 신고했다.

이 여성은 17세 생일을 하루 앞둔 지난 2003년 4월 21일 패스트푸드 점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실종됐던 아만다 베리였다.

아만다 베리의 모친은 딸이 실종된 충격으로 47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아만다가 911 신고를 통해 “다른 여성 2명도 갇혀있으니 납치범이 돌아오기 전에 빨리 구해달라”고 말해 전화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아만다가 탈출한 집에서 다른 실종 여성 데헤수스와 미셸 나이트 2명도 구출했다.

구출과정에서 아만다가 납치범으로부터 성폭행당해 낳은 6살 난 여자아이도 함께 구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데헤수스는 14세 때인 2004년 4월2일 하교 길에, 나이트는 21세 때인 2002년 8월23일 사촌 집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날 피해 여성들은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건강검진을 받고 가족과 재회했다.

베리와 데헤수스의 실종 사건은 이들이 실종된 당시부터 지금까지 수차례 언론에 보도됐었다. 지난 1월에는 한 교도소 수감자가 실종된 베리의 시신 관련 거짓 매장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4년6개월 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나이트는 경찰이 그녀가 가출했을 것으로 추정해 크게 보도되지 않았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여성 3명을 납치, 감금한 혐의로 납치 피해자가 갇혀 있던 집주인이자 함께 살고 있던 히스패닉계의 아리엘 카스트로(52)와 그의 형제 2명을 체포했다.

이웃들은 “아리엘 카스트로가 이웃과도 전혀 이상한 점 없이 어울렸으며 기타도 잘 치던 평범한 동네 이웃이었다”며 감금된 여성들을 구출했던 램지도 “카스트로와 평소 바비큐도 함께 해 먹던 사이였지만 전혀 낌새를 못 챘다”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들 납치범들의 삼촌인 카에사 카스트로는 “우리 집안 아이들과 데헤수스 집안 아이들이 같이 컸었다”고 말해 카스트로가 납치한 여성들과 면식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은 체포된 용의자들을 조사 중에 있지만 아직까지 조사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어 피해 여성들이 감금돼 어떻게 10년 간 철저히 외부와 격리돼 있을 수 있었는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현재 FBI(미 연방 수사국)는 범죄현장을 보존하기 위해 이들이 발견된 가옥 주변을 테이프로 둘러 차단벽을 설치해 봉쇄했다.

사건 현장에 몰려든 이웃 주민 등 현지인들은 “10년 동안이나 누구도 이런 범죄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동안 인근 주민들의 잇따른 제보가 있었지만 경찰의 부실 수가 증거가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부실 수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경찰은 “누구도 피해자들을 지난 세월동안 목격 하지 못했다”면서 지난 7일에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피해자들이 실종된 이후 지금까지 이들이 감금됐던 집과 관련된 범죄 신고나 화재 신고 전화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찰해명에 반박하는 주민들의 증언이 이어지자 수사 당국이 지난 15년간 2차례 그 집을 수사관들이 찾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공개하면서 “2차례 모두 이번 실종 사건과는 무관한 방문이었다”고 말해 공분을 사고 있다.

◇ 피해여성들 더 빨리 구조될 수 있었다?
피해 여성들이 발견됐던 집 인근에 사는 엘시 신트론(55)은 지난해 “자신의 손녀가 그 가옥 뒷마당에서 한 발가벗은 여성이 기어 다니는 것을 봤다”고 밝혔다.

이어 “발가벗은 여성이 다시 가옥 안으로 들어갔지만 이를 본 손녀가 경찰에 신고했으나 당시 경찰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웃 주민 후안 페리즈도 수년 전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가 그 집의 지하실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소리를 듣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웃주민들은 용의자 카스트로가 가끔씩 어린 여자아이를 데리고 동네 놀이터에 나온 것을 목격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클리브랜드 주민들은 여성들을 코앞에 두고도 경찰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비난했다.

◇ 미국판 '완전한 사육', 인간을 사육한 짐승
USA투데이에 따르면 한 수사당국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카스트로의 집에서 쇠사슬에 묶여 지냈던 증거를 발견했다.

피해자들은 10년의 세월 동안 5번의 임신을 겪었으며 임신한 채로 폭행을 당하거나 제대로 먹지 못해 3차례나 유산을 당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인근 주민들도 카스트로의 집 뒷마당에서 개줄을 목에 건 채로 바닥을 기고 있는 여성 3명과 그 옆에 서있는 남성 3명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수수방관만 한 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들 납치범들은 현재 강간 및 납치 혐의로 구금돼있는 가운데 피해자들이 어떤 식으로 학대를 당했는지 명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 피해여성 모두 한곳에 감금돼 있었는지 각각 다른 위치에 있었는지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대해 영국 데일리 메일은 2006년 오스트리아의 나타샤 캄푸시 납치 사건을 사례로 들며 일부 피해자들이 납치범을 동정하는 징후를 보여 왔다고 분석했다.

10살 때인 1998년 등굣길에 유괴된 캄푸시는 슈트라스호프의 한 가옥 지하실에 8년 간 갇혀 지내다가 극적으로 탈출했으나 나중에 납치범을 “불쌍한 영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의 심리학자 크리스 모한디는 “납치·감금사건을 자행하는 이들은 여성들을 감금·통치·학대·지배하는 것에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에게 붙잡힌 피해자들은 곧 자아를 잃고 납치범들에게 기대게 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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