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 호텔들, 너도나도 친인척 꽃집 밀어주기

르네상스·임페리얼·쉐라톤워커힐 등 모두 오너 친인척가게 거래

강수지

suji8771@sateconomy.co.kr | 2013-05-14 10:47:46

▲ 대기업 계열 특급호텔들이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릴 때 필요한 꽃 장식 주문을 호텔 오너의 친인척 등이 운영하는 꽃집에 몰아줘 동네 꽃집이 설 자리를 더 좁게하며 위협하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무관)

[토요경제=강수지 기자] 대기업 계열 특급호텔들이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릴 때 필요한 꽃 장식 주문을 호텔 오너의 친인척 등이 운영하는 꽃집에 몰아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조선비즈에 따르면 호텔에서 결혼을 할 경우 꽃의 외부 반입을 금지해 결혼 당사자 혹은 가족이 꽃집을 운영하는 플로리스트라 해도 호텔에서 지정하는 꽃집을 이용해야 한다.

조선비즈는 “호텔 오너들이 친인척에 ‘꽃 밀어주기’를 하는 것은 꽃 판매에 부가가치세가 붙지 않고 한 번 사용해도 바로 이어지는 결혼식에 재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비자금 조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초 호텔들의 이 같은 ‘꽃 끼워 팔기’ 문제로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조선비즈는 “13일 유통업계는 삼부토건이 운영하는 르네상스 호텔은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리면 꽃 주문은 반드시 르네상스호텔 꽃집인 ‘르네상스 화원’에서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며 “르네상스 화원의 대표 A씨는 고(故) 조정구 삼부토건 창업주 총회장의 3녀이자 현 조남욱 회장의 여동생이다”고 밝혔다. 또 결혼식의 꽃값은 호텔이 예식비를 신용카드로 받아도 꽃집에는 직접 현금으로 주는데 이는 카드결제를 하면 매출이 국세청으로 보고되고 사업자번호와 가맹점명, 대표자명까지 노출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1급 호텔 임페리얼팰리스 호텔도 호텔 1층에 위치한 꽃집 ‘라꼬메뜨(la comete)’에 웨딩·연회·각종 호텔 장식 등에 필요한 꽃 주문을 맡기고 있다. 다른 곳의 꽃 장식은 반입이 불가능하며 라꼬메뜨의 대표는 호텔 대주주인 신철호 회장의 딸 B씨인 것으로 드러났다.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서울 광장동의 쉐라톤 워커힐 호텔과 W호텔도 마찬가지다. 결혼식과 각종 연회에 쓰이는 꽃 주문을 호텔 내 꽃집인 블루밍코리아에 몰아주고 있다. 블루밍코리아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두 살 아래 사촌동생인 C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이에 따라 특급호텔들은 꽃집을 운영해 탈세했을 가능성과 친인척 꽃집과의 거래를 통해 매출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생화로 부케나 꽃다발을 만드는 꽃집의 경우는 부가가치세법 제12조 제1항 제1호 및 동법시행령 제28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부가가치세가 면제된다. 이 때문에 국세청에 부가가치세를 신고하지 않아도 돼 얼마나 매출을 올렸는지도 알 수가 없다.

특급호텔의 경우 결혼식 한 번에 사용하는 꽃의 값은 약 2000만 원 상당이고 그 납품 단가는 500~800만 원이다. 특급호텔이 결혼식을 위해 친인척 꽃집과 약 2000만 원의 매매거래 계약을 체결한 뒤 실제 꽃 가격인 500만 원을 제외한 1500만 원은 비자금으로 조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거기다 이어지는 결혼식에 꽃을 재사용하면 조성액은 더 커진다.

따라서 검찰과 국세청 등은 이들 재벌가 꽃집이 비자금 조성에 사용됐는지의 여부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들 특급호텔이 친인척에 꽃 주문을 몰아주는 것도 문제지만 부가가치세가 없는 꽃을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호텔이 결혼식 등 예식 고객들에게 꽃 장식과 무대 연출, 음료 등을 필수 항목으로 선택하도록 해 강제 끼워 팔기를 했는지 조사하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중 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호텔이 꽃을 예식 서비스에 통합해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어 끼워 팔기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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