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알기 쉽게 법령 정비할 터”

인물포커스 - 제정부 법제처장 (131)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3-05-10 21:12:01

▲ 박근혜정부 첫 법제처장으로 임명된 제정부 처장은 “법령을 쉽게 만들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한국의 법 제도를 아시아 국가에 수출하는데 온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토요경제=유상석 기자] “민법 등 기본법을 알기 쉽게 정비해 중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면 누구나 법령을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

31대 법제처장으로 최근 취임한 제정부(57) 처장이 꼭 이루고 싶다는 목표다.

박근혜정부의 첫 법제처장으로 임명된 제 처장은 지난 2007년 이후 6년 만에 내부승진으로 탄생한 법제처장으로 직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1983년 법제처 행정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30년간 법제처에 몸담아온 그는 오랜 법제 경험을 살려 우리나라의 법제 발전에 보탬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받고 있다. 법제처의 주요 보직을 거친 그는 국정 전반에 걸친 폭넓은 안목과 추진력, 온화한 성품까지 겸비해 조직 내외에서 신망이 두텁다.

그런 그가 처장이 되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민법을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바꾸는 것’이다. 민생의 기본법인 민법은 일본식 어투 혹은 어려운 한자가 많아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법률용어와 문장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제 처장은 “우리 민법이 처음 일본 민법을 벤치마킹해서 만든 것인데 일본 용어가 아직 남아있다”며 “민법을 대대적으로 새로 쓰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한국의 경제발전과 이를 뒷받침한 법제도를 배우고 싶어 하는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에 한국의 우수한 법제를 본격 수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6년만의 내부승진이라고 들었다. 새 정부 첫 법제처장으로서의 소감과 각오는.
“법제처에서 처음 사무관으로 시작해서 30여 년 간 공직생활을 해왔다.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지만,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 새 정부의 중요한 정책과 공약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입법적으로 잘 뒷받침할 계획이다”


-법제처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설명해 달라.
“법제처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동시에 발족돼 지금까지 이어져온 국무총리 소속 중앙행정기관으로, 국민의 ‘법제 도우미’다. 담당하고 있는 주요 기능에는 법령안에 있는 위헌적ㆍ위법적 요소나 다른 법령과의 모순ㆍ충돌 가능성 등의 문제점을 발견해 수정하는 법령심사, 행정기관이나 국민의 신청에 의해 행정법령 의미와 내용을 명확하게 밝혀주는 법령해석, 불합리한 법령을 고치는 법령정비, 국민들에게 법령정보를 제공하는 것 등이 있다”


-올해 업무보고 내용 중, 민법ㆍ형법 등 기본법을 알기 쉽게 바꾸겠다는 것이 눈에 띈다.
“민법ㆍ형법 등 기본법이 아직까지 알기 쉽게 정비가 안 돼 국민들이 어려워한다. 민법 제108조에는 ‘상대방과 통정(通情)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무효로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이 문구를 쉽게 풀어쓰면 ‘상대방과 거짓으로 짜고 한 의사표시는 무효로 한다’는 뜻이다. 통정이란 표현이 보통 쓰는 것과 법령상 쓰는 것이 다르다.

또 민법에 나오는 ‘선의의 제3자’라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선의’란 ‘좋은 뜻’ 또는 ‘착한 마음’을 뜻하지만 민법에서는 ‘자신이 한 행위가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뜻이다. 법령상으로는 일상적으로 쓰이는 뜻이 전혀 다르다. 그런 것들을 개정해 국민 누구든지 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불합리한 법령정비도 눈에 띈다. 이런 법령들은 어떻게 발굴되나.
“박 대통령이 ‘손톱 밑 가시를 뽑는 것’을 언급한 바 있는데, 이는 법령에 가시처럼 박혀있는 불합리한 제도가 해당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예를 들면 컵라면을 판매하면서 뜨거운 물을 부어주면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처벌을 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있는데 이를 확실하게 허용될 수 있도록 고치는 것이다.

손톱 밑 가시를 뽑는 국민 불편 법령 발굴은 여러 경로를 통해 이뤄진다. 현장 발굴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중앙회로부터 개선사항과 건의사항을 받고 국민법제관 635명을 통해 의견도 많이 받는다. 국민권익위의 국민신문고나 직접적으로 민원이 접수되기도 하고 지자체와 각종 협회 등의 의견을 받아 검토를 한다. 대부분 개인의 이해관계가 있는 부분도 많이 있지만 가려내서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부처와 협의, 법률로 필요한 것은 국회 법안으로 제출하고 대통령령이나 부령 개정이 필요하면 빨리 개정될 수 있도록 작업한다."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법제수출’을 언급했다. 한국의 법제도를 해외에서 벤치마킹하려는 이유는?
“법제수출은 우리나라의 우수한 법 제도를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에 수출하는 것이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에서는 짧은 기간 내에 경제발전을 이뤘고 그런 기반에는 법률이 있었다. 법률은 ‘보이지 않는 사회간접자본’이다. 경제발전에 눈에 보이는 고속도로가 역할을 했던 것처럼 우리나라 법제도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 바가 많다.

아시아 국가들은 한국이 경제개발을 하면서 어떤 법제를 통해 발전을 이룰 수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많다. 예를 들면 지금 베트남은 우리 주민등록법 체계를 도입하기 위해 주민등록법체계 법령 정보를 요청해 영어와 베트남어로 번역해서 자료를 제공했다. 또 민주주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정보공개법에 대해 관심이 많아 자료를 부탁해 제공했다. 캄보디아는 CM(콘스트럭션 매니지먼트ㆍ건설사업관리) 법제들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다. 말(馬)이 많은 몽골은 말산업을 위해 우리나라 말산업육성법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고 중국이 급속하게 경제발전을 하면서 여러가지 문제들이 많이 생기는데 공정거래법 독과점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처하는지 공정거래법 내용과 연혁 자료를 요청했다“


-아시아 국가에서 한국의 법제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지난해와 2010년에 제1ㆍ2회 아시아법제포럼, 아시아행정기관 간 회의를 만들어서 우리나라에서 개최했다. 그때부터 아시아 국가들의 우리나라 법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아시아국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관심을 갖고 앞으로 아시아 국가들과 우리의 법제 경험 정보를 공유하려고 한다”


-‘이것만큼은 꼭 해놓고 나가겠다’라는 것이 있나.
“민법을 알기 쉽게 정비하는 것을 임기 중에 중점적으로 하려고 한다. 중학교 졸업한 사람이면 누구나 법령을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길 부탁드린다”


◇ 제정부 법제처장은
1956년 경남 고성 출생. 마산고ㆍ동아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제25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법제처 행정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해 법제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고 2011년부터 법제처 차장으로 재직해 오다 올해 새 정부 첫 법제처장으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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