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등기를 이전한 경우
유상석 기자가 들려주는 부동산 상식(38)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3-05-06 10:54:46
Q. 최근까지 한 개인사업체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했습니다. 임금이 계속 체불되고, 각종 수당도 제때 나오지 않는 등의 문제가 계속 발생해, 더 이상 정상적인 경제생활이 어려워져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주위에선 노동청에 고발할 것을 권유했지만, 회사 사정 어려운 걸 뻔히 알고 있는데다 사장을 ‘고발’까지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그냥 ‘체불 임금과 수당을 포함한 1000만원 의 금전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우편만을 보냈습니다.
며칠 후에 사장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왜 이런 걸 보내느냐”며 적반하장 격으로 화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임을 직감한 저는 사장 소유로 돼 있는 5억원 상당 부동산에 가압류를 걸어놨습니다.
얼마 후, 저는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제가 가압류한 부동산의 소유자가 바뀐 것입니다. 바뀐 소유자는 사장의 친구인데요, 제가 걸어놓은 가압류 때문에 문제될 것을 우려해 고의적으로 명의만 바꿔놓은 것이 아닐까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밀린 임금과 수당만 받고 끝내려 했는데, 도저히 용서할 수 없네요. 혹시 체불임금으로 인한 건 외에 명의변경 건을 이유로도 고소가 가능한지요?
(인터넷 독자ㆍtjk********)
A. 형법 제327조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할 수 있는 전형적인 예로군요. 강제집행면탈죄는 채무자가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ㆍ손괴ㆍ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해 채권자를 해한 경우에 성립하는 죄입니다. 본 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먼저 채무자에게 ‘강제집행을 받을 객관적인 상태’가 존재해야 합니다.
‘강제집행을 받을 객관적인 상태라면, 판결이나 지급명령 등이 확정되고, 강제집행만 남아있는 상태가 돼야 하는 것 아닌가요?’ 라는 질문이 예상되는데, 꼭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산에 가압류ㆍ가처분을 하거나 소송 제기 또는 지급명령의 신청을 한 때에는 강제집행을 받을만한 객관적인 상태로 인정됩니다. 심지어는 이런 사실이 없더라도, 소송을 제기할 ‘기세’를 보이는 이상 ‘객관적인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본다고 합니다.
이 사안의 경우, 귀하가 이미 가압류를 함으로써 ‘강제집행의 우려가 있는 객관적인 상태’에 놓였다고 할 수 있고, 부동산의 명의를 이전한 것은 강제집행면탈죄에서 말하는 ‘은닉’ 또는 ‘허위양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강제집행면탈죄는 채권자가 실제로 손해를 입을 것을 요하지 않고, 해할 위험성만 있으면 성립합니다. 즉, 이제 와서 귀하의 전 사장이 다시 본인 명의로 되돌린다 하더라도, 강제집행면탈죄는 여전히 성립하는 것입니다.
만약 채무자가 친구에게 증여 등을 해서 실제로 소유권을 이전했다면 ‘허위의 양도’가 아니므로 이 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허위인지 실제인지를 가려내는 일은 귀하의 고소장을 접수한 이후, 수사기관의 몫이지요. 고소장을 제출하실 때, ‘1천만원을 지급하기 싫어서 5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가압류가 걸린 상태에서’ ‘그것도 하필이면 친구에게’ 넘겼다는 점을 강조하시면, 수사에 참고가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