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로 무장해 성공을 꿈꾼다”
국내기업 '창조경제' 현주소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3-05-06 10:04:01
[토요경제=유상석 기자] 박근혜정부가 우리 시대에 요구하는 ‘창조경제’란 도대체 무엇인가.
개선, 혁신의 단계를 넘어선 창조라는 개념은 21세기 기업 경영에 필요한 ‘생존 덕목’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창조 경제라는 개념이 불투명하고 형상화되지 않은 탓에 ‘아리송한 화두’일 수도 있다.
현재까지는 산업과 IT기술, 문화, 예술이라는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으면서도 융합 에너지가 무한하게 분출될 것으로 기대되는 접경 또는 영역 정도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경제행위 각 영역마다의 변경에는 이미 ‘제3의 부가가치’를 향한 크고 작은 '창조적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 파괴와 혁신… 시작도 끝도 ‘사람’
삼성을 지금의 삼성으로 만든 것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1993년 처절한 자기반성과 도전으로 재무장시킨 독일 프랑크푸르트 회의에서 부터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꾸라”고 요구했던 삼성 신경영은 당시 한국사회 전체를 뒤흔든 화두였다.
기존의 질서나 사고방식을 벗어던지라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요구에는 시대를 관통하는 ‘창조경영’의 핵심이 담겨있었다.
‘파괴’와 ‘융합’. 새로운 패러다임의 골간이다. 혁신은 너무 빨라도 지불해야 할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반면 조금만 늦어도 혁신의 과실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창조경제는 핵심 자산인 인재육성에서 출발한다”
삼성 임직원들에게 창조경제를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느냐고 물으면 공통되게 나오는 단어는 인재육성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낼 창조 경제의 시작과 끝이 결국은 인재를 어떻게 발굴, 육성하고 자산화하느냐에 달렸다는 의미다.
삼성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창조경제에 걸맞은 경영전략을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최근 삼성그룹에서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는 SCSA(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는 융합형 인재를 선발ㆍ육성하려는 실험적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인문계 인력을 소프트웨어(SW) 인력으로 육성시켜 보겠다는 삼성의 접근은 전공과 영역에 묶여있는 사고의 틀을 넘어서 통섭형 인재가 펼쳐낼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다.
삼성은 올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부터 삼성전자와 삼성SDS를 중심으로 20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이렇게 선발된 인력은 입사 내정자 신분으로 SCSA를 통해 6개월 동안 기초부터 실전 프로젝트까지 총 960시간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은 후 선별적으로 삼성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게 된다.
‘스펙’ 중심의 채용방식이 아닌 열정과 전문성을 인재채용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삼성 식 ‘열린 채용’은 창조경제시대 신인재 확보의 새로운 모델이다.
“지금과 같은 생산시스템으로는 자동차라는 기본 틀에서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는 이미 제한적입니다. 자동차라는 기본 틀에 구매자가 원하는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를 옵션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지요” (현대자동차 관계자)
제조의 꽃 자동차를 하나의 커다란 그릇으로 여긴다면 이 그릇에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를 담을 때 새로운 부가가치가 확보된다는 의미다.
현대자동차의 미래두뇌에 해당하는 경기 의왕종합연구소는 요즘 바로 이 같은 새 부가가치를 찾아내기 위해 끝없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의왕연구소 규모를 지금보다 2배 이상 키우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엔 현재 1000명인 연구인력도 1500여명으로 늘린다.
SK도 ‘창조적 파괴’의 정신이 투철한 창조적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바이킹형’ 인재 채용의 폭을 넓히기로 했으며, LG도 창조적인 연구ㆍ개발(R&D) 인력 육성을 위해 성과 보상 체계를 강화하기로 방침을 확정하고 구체적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다.
이외에도 최근 ‘Great Work Place’ 선포식을 한 효성그룹처럼 창조적 인재를 육성하고 보유하기 위해 기업 문화를 뜯어고치는 기업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 한류 열기, K-Beauty로 이어져
지금부터 3년 전인 지난 2010년 겨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대표적인 쇼핑센터 ‘파빌리온(Pavilion)’ 에서 10대 소녀 여러 명이 혼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드라마 ‘꽃보다 남자’, ‘장난스런 키스’ 등으로 한류 스타 반열에 오른 김현중. 그가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 광고 모델 자격으로 파빌리온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소녀들은 무려 10시간 동안 추위를 견디며 그를 만나려다 이 같은 봉변을 당한 것이다. 단 이틀 동안 무려 5000여명의 현지 팬들을 끌어모은 김현중 파워 덕분에 더페이스샵은 말레이시아 역대 최대 일일 매출을 기록했다.
한류스타 마케팅을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펼쳐온 더페이스샵은 현재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전 세계 24개국에 1500여개 매장에서 지난해만 77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싱가포르의 엘리즈 더본(28) 양은 한국을 찾을 때마다 비비크림 쇼핑을 빼먹지 않는다. 그는 “싱가포르에선 드라마에 나오는 한국 여성처럼 반짝이고 빛나는 피부화장이 인기다. 더운 나라이다 보니 촉촉하면서도 메이크업 수정이 쉬운 비비크림은 그 가운데 최고의 인기상품이다. 한국에 올 때마다 친구들 선물용까지 챙겨야 하다 보니 쇼핑 필수 항목이 됐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의 시티 마스파리다(24)양은 “송혜교 같은 피부를 갖고 싶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한국 화장품 애용자인 그는 “가격 대비 품질도 좋아 스킨케어 제품도 한국산으로 바꿀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아시아 전반에 돌풍을 일으킨 한류 열기가 곧바로 ‘K-Beauty’로 연결되고 있다. 국내 화장품 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과 미샤, 앞서 언급했던 LG생활건강 등도 이 같은 소프트웨어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업체들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4428억 원의 해외사업 부문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35% 성장한 수치다. 특히 중국은 약 38% 이상 성장하며 글로벌 매출 성장을 이끌고 있다.
LG생활건강은 후, 오휘, 비욘드 등 브랜드를 앞세워 베트남, 대만 등 동남아를 넘어 영국, 미국, 호주, 러시아, 중국, 일본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중이다.
미샤는 2004년 호주를 시작으로 홍콩과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으로 진출국을 점차 확장, 현재 전 세계 31개국에 112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매출액은 2010년 174억에서 지난해 283억으로 껑충 뛰었다.
◇ ‘스토리’와 ‘이미지’로 미래를 창조하라
“K-Pop과 한류 스타 등 소프트파워 자원을 산업과 유통 등 각 분야에 적극 융합시킬 때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보고서 ‘한국무역, 이제는 소프트파워다’에 수록된 문장이다. 무협의 보고서는 한마디로 ‘스토리’ 또는 ‘이미지’를 제대로 활용하라는 조언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명품으로 불리는 초고가품은 한결같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스토리’와 ‘이미지’ 가격을 지불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20세기적 산업구조를 벗어나 21세기형 창조적 부가가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도 한국식 스토리, 한국식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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