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보조금 '백약이 무효' 또 수면위

[해부]'휴대전화 보조금 논란'

유지만

redpill83@naver.com | 2013-04-29 13:46:15

[토요경제=유지만 기자] 휴대전화 시장에서 늘 문제를 일으켜 온 ‘보조금 문제’에 대한 해결의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연말부터 이동통신 3사에 대해 ‘영업정지’라는 강수까지 뒀으나, 영업재개에 나선 이후로 보조금은 다시 슬그머니 고개를 치켜들고 있는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3일 오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U+) 등 이통 3사의 영업 담당 임원을 긴급 소집해 “지난 주말 시장 과열 양상이 나타났으니 보조금 경쟁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최근 잠잠했던 보조금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최근 ‘폰파라치 제도’까지 도입해가며 보조금 과열을 막으려 했으나 결국 ‘백약이 무효’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휴대전화 보조금의 운명은 어찌 될까. 이통 3사의 영업정지가 끝난 뒤, 잠시 가라앉은 듯 보였던 휴대전화 보조금 경쟁이 다시 과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조금 경쟁’을 위한 정부의 해법은 무엇일까. 사진은 지난 1월 이통사 영업정지 기간 중 고객을 맞이한 휴대전화 매장의 모습.
◇ 시장과열 판단 기준 넘어
이번 방통위의 경고는 보조금 경쟁이 다시 심화되려는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통 방통위는 하루 평균 2만4000 건 이상 번호이동이 발생했을 경우 ‘시장과열’이라고 판단한다.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다면 쉽게 통신사를 바꾸는 국내 휴대전화 시장의 특성상, 많은 수의 번호이동은 보조금이 많이 투입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통 3사는 보조금 문제로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받은 뒤 한동안 보조금 경쟁을 피해 온 상태였다. 당시 정부는 직접 이통사의 보조금 문제를 엄단할 것을 강력하게 시사한 상태였다. 청와대는 지난 3월 13일 이례적으로 직접 이통사의 보조금에 대해 제재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행보에 발맞춰 방통위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방통위는 지난 3월 14일 이통사들에 대해 53억원의 과징금을 추가로 부과하는 강경책을 쓰며 혹시라도 모를 이통사들의 ‘불손한 행위’를 사전 차단하기 시작했다.

강한 압박이 통했던 것일까. 영업을 재개한 첫날부터 시중 휴대전화 매장의 모습은 평소와 다르게 한산한 분위기였다. 당시 이통 업계에 따르면 영업정지 기간 동안 하루 평균 4만여 건에 달하던 번호이동 건수는 3만~3만 5000여 건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한 때는 방통위의 과열 기준인 2만 4000건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영업정지 기간 동안 번호이동과 각종 혜택으로 ‘단맛’을 다 본 소비자들의 심리가 다시 냉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 휴대전화 매장 주인은 기자에게 “영업정지 동안에는 기존 보조금을 통해 오히려 (타 이통사 고객을)더 쉽게 유치할 수 있었다”며 “이제 이동할 사람은 다 했다고 봐도 된다. 한동안 ‘비수기’가 올 듯 하다”고 말했다.

◇ 정부·방통위, “우린 한놈만...”
그동안 이동통신 업계에서의 보조금 문제는 오랜 시간 지속돼 온 골칫거리였다. 갓 출시된 스마트폰들이 며칠 지나지 않아 ‘버스폰’이란 이름을 얻고 사라져 갔으며, ‘휴대전화 제값 주고 사면 바보’라는 말은 소비자 사이에서 당연시됐다.

이전 정권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된 보조금 문제는 당시에도 별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를 잘 봐 온 박근혜정부는 전략을 약간 수정했다. 바로 보조금 경쟁을 촉발한 업체 한 곳에만 강하게 제재하겠다는 것이었다.

지난 3월 14일 방통위에서 열린 전체회의는 바로 이러한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회의에서 방통위는 보조금 촉발 사업자를 가려낼 수 있는 ‘조사기획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촉발 사업자를 가려내 해당 업체에만 제재를 ‘몰아주기’한다는 것이다. 정종기 방통위 이용자보호국장은 "표본, 조사시기, 위반액수에 따른 가중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서 주도적 사업자 가려내는 방안을 만들겠다"면서 "조사 체계 선진화하는 방안을 별도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통위가 마련할 조사기획 선진화 방안에는 현재 적용하는 위반율, 위반율 높은 일수, 주도 사업자 선정기준에 따른 벌점의 세 기준에 평균 위반액수 등 다양한 요소가 추가될 예정이다.


◇ 보조금 상한액 조절도 검토
방통위는 보조금 상한액에 대해서도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조금 상한액은 휴대전화 한 대 당 27만원 수준이다. 방통위는 지난 3월 이통 3사로부터 2011~2012년의 영업보고서를 제출받아 분석에 들어갔다. 분석을 통해 가입자 1인당 평균이익의 수준을 가늠하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보조금 상한액 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지난 2010년 9월 이통사 영업보고서를 통해 현재 27만원의 보조금 액수를 정했다. 당시 가입자 1인당 평균 이익 24만 3000원에 조사 장려금을 더해 정한 액수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2010년만 해도 피처폰(일반 휴대전화)이 주를 이룬 시기였지만, 지금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피처폰에 비해 단말기의 가격이 많이 상승했으므로 당연히 보조금 상한액도 조절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선 방통위는 영업보고서 분석을 통해 보조금 가이드라인을 손 볼 것인지 정한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분석이 끝나는대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지만, 이를 통해 반드시 보조금 상한액이 올라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휴대전화 가격과 1인당 평균 예상이익의 변화가 있겠지만, 보조금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함부로 보조금을 올리기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으로는 보조금을 정하는 기준 자체가 변할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은 지난해 말 보조금 상한선을 휴대전화 출고가의 30%로 정하고, 위반시 형사처벌까지 가능케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 ‘돈 경쟁’에서 ‘서비스 경쟁’으로
방통위는 과다보조금 제재에 나서는 한편, 요금과 서비스에 기반한 이동통신 경쟁 유도에 주력키로 했다.
방통위는 지난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공동으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2013년도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이경재 위원장은 '공정하고 창의적인 방송통신 이용환경 조성'이라는 비전 하에 ▲공정한 방송 구현 ▲방송통신 융합시대 창조경제 적극 지원 ▲국민 행복을 위한 방송통신 이용환경 조성 등을 전략으로 제시했다.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방통위는 통신시장 사후규제를 담당하게 됐다. 이에 방통위는 방송통신 이용환경 조성 방안의 하나로 이용자 편익 위주의 규제에 힘쓴다.

보조금 조사의 정확성도 높인다. 조사 대상기간과 표본추출 기준 등 조사기법을 개선하고, 시장과열 주도사업자를 다른 사업자들과 차등 제재하기 위한 '주도 사업자 선별 기준'을 마련키로 했다.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거나 시장 과열을 주도한 사업자를 선별해 가중제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방통위는 방송통신서비스 이용자 권익 증진을 위한 '방송통신 이용자 보호법'도 제정한다. 올해 안으로 법안을 마련해 연말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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