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자 '꽉찬법정' 약발통하나?
4ㆍ1 대책 후, 꿈틀거리는 경매 시장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3-04-22 11:56:01
실제로 지난 1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입찰 법정엔 200여석을 꽉 채우고도 자리가 모자라 30여명이 법정 뒤쪽에 서서 경매를 지켜봤을 정도다. 법정 방청석의 절반 정도만 차는 경우가 많았던 지난 3월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4ㆍ1 대책 이후, 아파트 분양시장이나 부동산 매매 시장에서는 가격 상승을 기대한 매도자들이 호가(呼價)를 계속 올리고 있다. 하지만 경매는 집을 파는 사람에게 가격 결정권이 없다. 더욱이 지금 경매에 나오는 집들의 감정가는 4ㆍ1 대책 이전에 책정된 가격이다.
가격 상승 요인이 반영되지 않은 감정가 매물이 나오는 시점이라, 매수자들에겐 지금이 경매에 참여할 호기다. 게다가 유찰이 될수록 최저가가 더 내려가기 때문에 매수자들에게 유리하다. 이런 상황에서 경매 법정을 찾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 양도세 면제ㆍ수직증축 허용 대상 ‘인기’
이날 경매에선 서울 종암동 종암SK아파트가 가장 경쟁률이 높았다. 전용 84㎡로 4ㆍ1 대책에 따라 올해 안에 구입하면 양도세를 면제받을 가능성이 있는 이 주택엔 11명의 입찰자들이 몰렸다. 낙찰가는 3억600만원으로 감정가의 91% 수준이었다.
종암SK아파트 경매에 입찰한 A씨는 “가격이 계속 떨어져서 같은 물건을 싼 값에 구할 수 있다는 게 경매의 장점”이라며 “4ㆍ1 대책에 따라 양도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경매 물건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입찰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경매 시장 동향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B씨는 “노후를 위해 임대용으로 아파트나 빌라를 마련할 생각”이라며 “세금 혜택 등을 주는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수직 증축 리모델링 허용 대상 아파트가 많은 수도권 1기 신도시, 중소형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의 경매 법정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 도봉ㆍ노원구 등 중소형 아파트가 많은 지역을 관할하는 서울북부지법에서는 지난주 350여명이 경매에 참석했다. 1기 신도시인 경기 분당이 포함되는 수원지법 성남지원도 지난주 300여명이 몰려 입장하지 못한 100여명이 복도에서 모니터로 경매를 지켜봤다.
경매정보회사에는 경락잔금 대출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은 4ㆍ1 대책 이전엔 거의 없었던 경락잔금 대출 관련 문의를 발표 이후 주당 10여건씩 받고 있다고 밝혔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낙찰을 받으면 잔금을 언제까지 마련해야 하는지, 대출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는지 등을 많이 묻는다”며 “매수자들이 돈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권리관계처럼 물건 자체에 대해서만 묻던 단계에 비해 더 구체적인 구매 심리가 작용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 경매시장 활기… 입찰자수ㆍ낙찰가율 증가
부동산 경매시장의 활기는 지표로도 나타난다.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이 올 들어 지난 9일까지 수도권 주택경매시장을 분석한 결과, 아파트 경매 물건 수는 1분기(1월 1일∼3월 31일)에 8558건, 4ㆍ1 부동산 대책 이후(4월 1∼9일)에 1064건을 각각 기록했다. 하루 평균 95건에서 118건으로 늘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입찰자 수는 하루 평균 191명에서 328명으로 증가했다. 감정가에 대한 낙찰가의 비율인 낙찰가율도 평균 75.68%에서 77.6%로 상승했다.
경매에 나온 부동산이 낙찰되기까지의 소요기간을 통해서도 경매시장의 활기를 살펴볼 수 있다. 부동산태인 자료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아파트의 경매낙찰 소요기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 18일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낙찰소요기간은 첫 매각기일 이후 경매 물건이 낙찰되기까지 경과된 일수를 뜻한다. 이 기간의 감소는 시장에 유입된 아파트 수요자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부동산태인이 올해들어 경매 낙찰된 수도권 소재 주거용 부동산 5398개를 조사한 결과 낙찰에 소요된 기간은 평균 75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92일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7일이 줄어든 것이다.
용도별로 보면 아파트는 첫 매각기일 이후 평균 66일 만에 낙찰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84일이 걸렸던 것에 비하면 18일 감소했다. 다세대 물건 낙찰소요기간도 평균 81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6일) 대비 25일 단축됐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취득세 감면 호재와 지속적인 전월세 가격상승 이슈가 맞물리며 아파트 구입 수요를 자극해 온 측면이 있다”며 “2011년 이후 수도권 아파트 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도 올해 아파트 경매 입찰자가 몰리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 “경매시장 활성화 위해 제도 보완해야”
시장에서는 4ㆍ1 부동산 대책이 본격적인 경매시장 활성화로 이어지려면 관련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매로 사는 집은 기존 주택에 해당되기 때문에, 4ㆍ1 대책에 따라 양도세를 면제받으려면 1가구 1주택자가 경매에 내놓은 집을 사야 하는데, 입찰자 입장에서는 경매에 나온 집의 소유자가 주택을 몇 채나 가지고 있는지 사실상 알기 어렵다는 것.
정 팀장은 “법원에서 작성하는 매각 물건 명세서에 소유자의 주택 보유 현황 등을 표기해서 입찰자들이 알 수 있게 해주는 방법 등으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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