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믿었던 金인데…김중수 ‘어떡해’
金 시세 하락에 한은 ‘울상’
유지만
redpill83@naver.com | 2013-04-22 11:52:12
금값이 폭락하자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곳은 한국은행이다. 지난 2011년부터 공격적으로 금을 매입해 온 한은은 최근 금값이 폭락하면서 큰 손실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잠정적으로 집계된 것만 48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살은 김중수 한은 총재를 향하고 있다. 지난 금통위에서의 금리 동결로 시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금값 폭락으로 정세에 대한 판단까지 흐릿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어 보인다.
◇ 하루만에 4% 폭락
지난 12일(현지시각) 기준으로 금값은 2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전날보다 63.3달러(4.1%) 하락한 1트로이온스(31.1g)당 15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두 달 뒤 결제하는 선물가격 기준이다. 이날 종가는 2011년 6월 28일(1499.7달러) 이후 21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값이다. 장중 한때 1491.4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 2012년 이후 금값은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하락세만 거듭하고 있다. 약 6개월 동안 금값은 1트로이온스당 1780달러(2012. 10. 1 기준)에서 1501달러까지 급락했다.
보통 금 시세는 경제상황과 반대로 가는 경향이 있다. 경기가 호황일 경우에는 금값이 하락하고, 반대로 불황일 때는 금값이 상승세를 타게 된다. 금이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갈 곳 잃은 돈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올 초 금값 하락세는 그동안의 세계 경기 침체가 어느 정도 회복되리란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연말 미국이 양적 완화를 축소하면 달러 강세가 나타나 금값이 밀리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국제시장에서의 금 수요량 감소도 한 몫 했다. 현재 세계 최대 금 수요처인 인도에서 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금값 하락에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중국의 금 수요가 늘긴 했지만, 장신구 수요만으로는 금 수요를 크게 증가시키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 한은, 공격적 금 매입에 타격
최근의 금값 폭락과 더불어 그동안 공격적으로 금을 매입했던 한은 김중수 총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경제 흐름에 대한 ‘판단 미스’가 아니냐는 것.
15일 한은에 따르면 한은은 2011년 7월 외환 보유액으로 금 25t을 12억4000만달러에 사는 등 2011년 중반 이후 현재까지 5차례에 걸쳐 금 90t을 47억1000만달러에 샀다. 이는 한은의 전체 금 보유량 104.4t의 86%에 해당하는 것이다.
한은은 김 총재 부임 전에는 금 매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고수해왔다. 전임 이성태 총재는 금 가격의 변동성이 너무 심해 안정적 투자를 해야 하는 중앙은행으로선 적절치 않다며 금 투자를 하지 않았다.
김 총재도 부임 초기에는 금 매입에 부정적이었으나, 한은의 외환 보유액이 3000억달러가 넘어서기 시작하자 투자 다변화 측면에서 금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당시 금 매입에 대한 총괄은 김 총재가 직접 했으며, 금통위가 직접 개입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재가 취임했던 2010년 당시에만 해도 금 시세는 온스당 1110달러대에 불과했다. 이후 한은이 매입하기 시작한 뒤 2011년 9월 한때 온스당 190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김 총재의 투자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금값이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면치 못하자, 김 총재의 투자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의 금 시세는 한은이 금을 매입할 당시의 금액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 한은, ‘금값 변동은 의미 없다’
김 총재와 한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지만, 한은 측은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은은 16일 보고자료를 내고 “최근 국제 금값 급락으로 한은이 보유한 금에 대해 평가손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한은의 금 매입 취지에 비춰보면 크게 걱정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투자실패’에 대해 전혀 방향이 다르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한은 측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입했고, 금이 실물 자산이기 때문에 금융 환경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효과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 매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은은 또 최근의 금값 급락이 한은의 투자실패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했는지 "장기적으로 금 보유 필요성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단기적인 금값 등락은 불가피하다"며 "이를 고려해 한은은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금을 분산 매입해왔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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