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가 이팔성도 퇴진…어윤대 ‘나홀로’

‘모피아의 몰락’ 잇단 '교체바람'에 금융계 뒤숭숭

유지만

redpill83@naver.com | 2013-04-22 11:43:22

▲ 이팔성(사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14일 사퇴했다. ‘모피아 시대’를 열었던 강만수 전 산업은행지주에 이어 이 회장도 물러나자, 홀로 남은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토요경제=유지만 기자] "지난 40여년간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에서 회사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14일 사임했다. 지난해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올 3월 강만수 산업은행지주 회장의 사퇴에 이은 ‘모피아’의 세 번째 퇴장이다.

이 회장이 사퇴할 것이란 기류는 지난 3월 강만수 회장이 사퇴하면서 감지되기 시작했다. ‘모피아의 대부’로 불리는 강 회장이 사퇴하자 이 회장의 거취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쏠렸다. 당시 이 회장은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물러날 것이란 관측이 대다수였다.

이 회장이 물러나면서 마지막 남은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에게 자연히 눈길이 가고 있다. 현재 어 회장 본인은 일각의 사퇴 예상에 대해 “남은 임기를 끝까지 채울 것”이라며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 이팔성, 퇴진 압박에 결국 물러나
이 회장은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40여년간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에서 회사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회장직 사임을 공식화했다.

그는 "1967년 우리은행 말단행원에서 시작해 그룹 회장이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우리금융 민영화가 무산된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그는 "회장 취임 후 정부지분 17%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고 2010~2012년 3차에 걸쳐 완전 민영화를 최초로 시도했지만 무산돼 아쉽다"면서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우리금융 민영화가 조기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당초 이 회장은 자신의 사퇴를 점치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 부정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3월까지 임기가 정해진 이상, 자신의 임기를 끝까지 채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던 것.

하지만 신제윤 신임 금융위원장이 우회적으로 사퇴를 압박하면서 이 회장의 ‘버티기’에도 한계가 왔다. 신 위원장은 이 회장을 향해 "알아서 판단하라"며 퇴진요구를 공식화 했다.

신 위원장은 4일 금융위원회 출입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민영화 의지와 철학을 같이 할 수 있는 분이 우리금융을 맡아야 한다”며 “본인이 알아서 잘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하며 이 회장의 사퇴를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신 위원장은 또 “사실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회장과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이 고맙다”며 “그분들이 (용퇴와 관련해) 편할 때 이야기하라고 해 줘서 부담을 많이 덜었다”면서 이 회장도 물러나는 것이 현 상황에 부합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당시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 회장의 퇴진이 확실시 되는 분위기”라면서도 “언제 사퇴 의사를 공식 표명할 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 회장도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안팎의 분위기가 자신의 사퇴 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자, 그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14일 이 회장은 자신의 사퇴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 ‘모피아’, 역사의 뒤안길로 저물어
이 회장의 사퇴로 그동안 금융계 ‘4대 천왕’으로 불렸던 네 사람 중 셋이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회장은 지난 해 물러난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지난 3월 물러난 강만수 전 산업은행지주 회장, 어윤대 KB 금융그룹 회장과 함께 대표적인 ‘모피아계’ 인사로 꼽혀 왔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모피아’와의 결별은 조심스레 점쳐져 왔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 시절부터 모피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많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비대위원장 재직 당시 영세 상인들을 위한 카드 수수료 인하를 추진하려다 모피아의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이런 기류는 감지됐다. 한 친박계 의원은 사석에서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할 때도 그렇고 국회의원 시절에도 금융부분에 관심이 많았는데, 모피아들이 경직성을 갖고 저희끼리만 모여서 하는 것에 대한 강한 불만이 있었다”면서 “이런 인식이 국정운영에 반영되는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성향은 새 정부의 인사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주형환 경제비서관이 모두 경제기획원(EPB) 출신이다. 기존 모피아 라인(재무부 출신)이 아닌 인물들을 등용했던 것이다.

당시 이 같은 인사를 두고 여권 관계자는 “인사를 보면 국정 운영 스타일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옛 재무부 출신들과는 선을 확실히 그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전했다.


◇ 어윤대, 어디로 가나
이 회장의 사퇴로 홀로 남게 된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은 남은 임기를 다 채우고 물러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어 회장의 임기는 오는 7월 12일까지다.

어 회장은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 행사장에서 임기를 채울 것이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KB는 민간 기업이라 큰 문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부에서 특별하게 얘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연임을 포기하는 대신 임기를 보장받기로 정부와 논의했다는 일부 보도를 일축하는 말이다.

연임과 관련해서는 "그런 얘기는 말씀을 못 드리겠다"며 "그건 제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고 사외이사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는 "3개월만 기다려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적어도 자신의 임기까지는 할 것이란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 내달 초 후임 윤곽 잡힐 듯...지분처리도 해야
우리금융은 이번 주 임시이사회를 열어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리고 회장 공모 절차에 돌입한다. 회추위는 사외이사 3명과 주주대표 또는 주주대표가 추천하는 위원 1명, 외부전문가 3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회추위에서 선정된 후보가 이사회 추천과 주주총회 승인을 받으면 차기 회장으로 선임된다. 하지만 이사회 추천과 주총 승인은 형식적인 절차여서, 회추위 결과가 드러나는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께 차기 회장의 윤곽이 밝혀질 전망이다.

차기 회장 후보로는 임종룡 전 국무총리실장과 이종휘 신용회복위원장, 전광우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이 회장의 사퇴로 이 회장이 보유한 지분에 대한 처리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은 2008년 6월 우리금융 회장으로 취임한 후 25차례에 걸쳐 총 7만1500주를 사들였다. 취득가액은 총 8억5220만원으로, 1주당 평균 매입단가는 1만1919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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