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먹을거리, 저렴하게 먹자”
유통가에 불고 있는 ‘로컬 푸드’ 바람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3-04-22 10:33:38
[토요경제=유상석 기자] 박근혜 정부가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에 적극 나섬에 따라 유통가가 ‘로컬 푸드(local food)’를 앞세워 유통구조 ‘혁신코드 맞추기’ 경쟁에 돌입했다.
로컬 푸드란 산지에서 전날 또는 당일 새벽에 수확한 제품을 인근 매장에 진열ㆍ판매하는 방식이다. 유통구조를 줄여 농축수산물 가격을 낮추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 등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취지에서 생겨난 것이다.
로컬 푸드는 보통 50km 이내에서 생산돼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 농산물로 이뤄지는데, 그만큼 신선하고, 수송비가 절감돼 소비자ㆍ생산자ㆍ유통업체 3자가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은 서울 양재동 농협하나로클럽을 방문해 “농축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근본적인 유통구조를 개선해줄 것”을 강조했다. 이달 3일에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선의의 경쟁구도가 작동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유통구조를 개선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와 롯데마트, 현대백화점 등은 로컬 푸드 제도를 도입하고 유통구조 줄이기에 나섰다. 새 정부가 지난달 지적한 유통구조 문제에 유통가가 적극 화답하는 모습이다.
이마트는 지난 9일 일부 지역의 채소에만 적용했던 로컬 푸드 시스템을 연말까지 가공식품을 제외한 모든 식품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11일부터는 전남ㆍ북의 병어ㆍ먹갈치ㆍ갑오징어, 경남 전갱이ㆍ참돔ㆍ청어, 제주 한치ㆍ소라ㆍ삼치 등 지역 수산물에, 20일부터는 경남 안동 한우, 전남 함평 한우 등 축산물에 로컬 푸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아울러 연말에는 청과 부분에도 로컬푸드 시스템이 적용된다.
로컬푸드시스템 확대에 따라 이마트의 관련 매입 규모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00억원을 기록한 이마트의 로컬푸드 매입 규모는 올해 450억원에 이어 내년엔 700억원대까지 수직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최성재 이마트 부사장은 “지난해 100억원이던 로컬 푸드 매입액을 올해는 450억원, 내년엔 7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점포도 올해는 대구와 인천으로, 내년에는 강원도까지 확대한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경기도 남양주의 전용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10일부터 서울 등 수도권 일부 매장에서 판다. 창고 보관이 어려워 시세 변동 폭이 큰 시금치ㆍ열무ㆍ얼갈이 등 3개 품목에 우선 적용한다. 수확물은 산지에서 9~20㎞ 이내에 위치한 구리ㆍ잠실ㆍ송파ㆍ강변점 4개 점포에서 판매한다.
롯데마트 로컬푸드 채소는 원가를 낮추기 위해 품종선택과 파종규모, 파종 및 수확시기 등의 전반적인 생산계획을 채소 MD들이 직접 수립하고 재배는 산지 농가에 맡기는 위탁 재배 방식으로 생산됐다.
최춘석 롯데마트 상품본부장은 “8월까지 시범 운영한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상추ㆍ부추로 품목을 확대하고, 매장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 8일부터 시금치ㆍ대파ㆍ상추ㆍ부추 등 22개 품목을 서울 강동, 경기 남양주 등에서 직송해 서울 압구정본점, 무역센터점에서 판매한다.
안용준 현대백화점 생식품팀장은 “다음 달까지 수도권 나머지 6개 점포로, 품목도 올해 말까지 농산물의 30%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유통과정 줄여 ‘저렴하고 신선하게!’
로컬푸드는 2000년대 초 북미 지역에서 일부 소비자들이 ‘건강을 위해 100마일 이내에서 생산된 것만 먹자’는 운동을 한 것에서 시작됐다.
로컬푸드의 장점은 ‘생산자→산지수집상→시장→중도매인→협력사→매장 판매’로 이어지는 6단계의 유통 과정이 ‘생산자→매장 판매’ 2단계로 줄어든다는 점에 있다.
경남 함안군에서 농사를 짓는 A씨는 매일 새벽에 수확한 양상추를 인근에 있는 이마트 7개 지점에 3년 전부터 직접 공급하고 있다.
이마트가 A씨에게 주는 돈은 양상추 하나당 900원으로, 수집상을 통해서 팔던 때보다 150원 더 받는다.
또 A씨는 자신이 농사지은 농작물의 판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소비자는 값싸게 농작물을 구입할 수 있다. 이마트가 소비자에게 파는 양상추 가격은 1개당 1380원으로 기존 가격(1680원)보다 300원 싸다. 3~5일 걸리는 배송 기간이 1일로 짧아졌기 때문에 채소도 신선하다. 대형유통업체는 좋은 품질의 채소를 싸게 공급함으로써 매출을 늘릴 수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유통업체가 모두 이득을 보는 것이다.
이마트는 로컬 푸드의 가격이 기존 가격보다 최대 20% 싸다고 밝혔다. 농가에는 최대 20% 돈을 더 준다. 롯데마트도 로컬푸드가 기존 방식에 의한 식품 가격보다 최대 20% 싸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로컬푸드가 최대 55% 싸다고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모두에게 득이 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로컬 푸드 시스템’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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