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병 막판 변수 '3일투표'?
4ㆍ24 재보선 판세분석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3-04-22 09:32:43
[토요경제=유상석 기자] 4ㆍ24 재보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대 격전지 노원병에서 각 후보들 간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지고 있다.
‘허준영 대 反 허준영’ 양상을 보이는 이번 선거전에서, 야당 후보들은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의 코레일 사장 당시 활동을 문제 삼고 용산개발사업 부도의 책임을 묻는 등 집중적인 공세를 펼쳤다. 허 후보도 이에 대항해,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 정태홍 통합진보당 후보에게 “‘새 정치’의 실체가 애매하다”, “뉴타운 백지화가 현실성 있는 주장이냐”는 등의 반격을 펼쳤다.
한편, 이번 4ㆍ24 재보선을 시작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새로운 부재자투표 방식을 도입키로 하면서 투표일이 사실상 3일로 늘어났다. 정계에서는 ‘3일투표 시대’의 첫 시험대가 될 이번 선거에서 어느 후보가 수혜자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 새누리 vs 反 새누리 구도 전선 확장
지난 16일 진행된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TV토론회에서 야권 후보들은 서로를 향한 공격을 자제하면서도 허 후보에게는 코레일 사장 당시 활동을 문제 삼고 용산개발사업 부도의 책임을 묻는 등 집중공세를 폈다.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는 이날 오후 노원구 초안산로 인덕대 은봉관에서 열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일자리를 늘리는 게 정치의 임무인데 허 후보는 코레일 사장 때 5000명을 감축했고 1만2000명을 징계했다”며 “일자리를 없앤 분이 어떻게 일자리를 만드는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허 후보는 “사람들이 해고로 생각하는데 정원을 줄여서 5000명을 감축한 것이다. 장비가 현대화돼 인원 충원을 하지 않는 대신 장비를 투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코레일 사장 재직 때 단 1명도 구조조정 차원에서 해고한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정태흥 통합진보당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나란히 허 후보의 ‘용산개발사업 부도에 내 책임이 없다. 사장을 계속했다면 성공했을 것’이란 발언을 문제 삼았다.
그러자 허 후보는 “제가 맡은 기간에도 부도 위기는 매일 있었다”면서 “사업자들이 금융위기 탓에 계약을 이행 못하겠다고 해서 살려보려고 코레일이 어느 정도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우여곡절 끝에 나중에 짓게 될 빌딩을 코레일이 현물로 인수하겠다고 해 유동화했다. 잘 가져가면 국가와 서부이촌동, 코레일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었다”며 “들리는 내용으로는 제가 퇴임한 후에 사업자들과 소통이 원활치 않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허 후보는 정태흥 후보를 겨냥, “뉴타운사업은 주민 의견을 100% 반영해 추진해야하는데 정 후보는 전면 백지화하고 매몰비용을 정부 돈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며 “이미 시공사가 선정된 사업은 어떻게 할 거냐. 매몰비용 보상도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몰아세웠다.
이에 정 후보는 “과거 새누리당 정권이 부동산투기 광풍에 기대 뉴타운정책을 남발했다”며 “상계 3~4동은 사업성이 없다. 뉴타운사업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허 후보는 또 안철수 후보를 겨냥해 “안 후보의 메인슬로건인 ‘새 정치’의 실체가 애매모호하다. 애매모호한 태도는 국가지도자의 덕목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에 안 후보는 “지금 정치의 모습에 국민들이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다. 민생을 도외시하고 다른 일로 싸우고 사익을 추구한다. 싸우기만 하고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이지 않는 적대적 공생관계가 바로 낡은 정치”라며 새누리당과 허 후보를 에둘러 비난했다.
허 후보는 또 김지선 후보에게 “김 후보는 남편인 노회찬 전 의원이 무죄라 했는데 법치국가에서 대법원의 유죄판결에 반해 무죄라고 하는 것은 비교육적인 처사”라며 “무죄라기보다 억울하다고 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김 후보는 “인혁당 사건으로 많은 사람이 사형을 당했지만 결국 무죄로 밝혀지지 않았느냐”며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검찰과 재벌의 떡값 수수를 고발한 국회의원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은 잘못된 판결이다. 무죄는 국민이 판단해야하는 문제”라고 반발했다.
이처럼 허준영 대 반 허준영 구도가 우세했지만 야권 후보들도 간간이 서로를 향해 견제구를 던졌다.
정태흥 후보는 안 후보를 겨냥, “지난번 뉴타운 토론회 때 안 후보가 애매모호하고 어정쩡하게 말해서 한 주민이 불만을 터뜨리더라”며 “뉴타운사업에 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말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뉴타운 문제는 반대부터 찬성하는 분까지 주민 의견이 극과 극으로 갈렸다”며 “한쪽 편만 들고 신념이 반대인 사람을 적으로 돌리면 문제가 해결 안 된다”고 반박했다.
또 안 후보는 김지선 후보를 향해 “제가 노원비전위원회를 만들면 참여할 의사가 있느냐”며 자신의 당선을 당연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이에 김 후보가 즉각 반발했다.
김 후보는 “안 후보의 경우 (의견이)확실하게 잡히지 않는다. 절충하든 의견을 수렴하든 본인의 의견을 확실히 하는 게 나을 것”이라며 반격했다.
◇ ‘3일투표’, 젊은층 투표장으로 이끌 듯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통합선거인명부를 활용한 부재자투표 방식을 도입키로 하면서 투표일이 사실상 3일로 늘어나 이른바 ‘3일투표 시대’가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계기로 투표권 보장 측면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첫 시험대가 될 4ㆍ24 재보궐선거에서 어느 후보가 새 투표 방식의 수혜자가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4ㆍ24재보선부터 유권자들은 신고를 따로 하지 않아도 부재자투표를 할 수 있다.
그동안 부재자투표를 하려면 미리 신고를 마치고 우편으로 투표용지를 배송 받은 다음 부재자투표일 당일 그 용지를 들고 부재자투표소를 찾아가야 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별도 부재자신고 없이도 전국 어느 곳에서든 본인 확인만 되면 선거일(수요일) 5일 전부터 2일간(금ㆍ토요일) 기회가 있을 때 투표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이번에 재보선을 치르는 서울 노원병, 부산 영도, 충남 부여ㆍ청양, 경기 가평, 경남 함양 등 지역구 12곳의 선거인들은 오는 19~20일 부재자투표가 진행되는 다른 어느 지역구에서든 투표를 할 수 있게 됐다.
부재자투표일 이틀 중 하루가 주말인 토요일이란 점도 눈길을 끈다. 선거일인 24일 회사 출근이나 여행 탓에 투표를 하기 어려운 유권자들은 주말인 20일에 투표를 할 수 있게 됐다. 부재자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투표소를 찾아가 본인여부를 확인한 뒤 투표용지 발급기에서 용지를 받아 투표를 하면 된다.
이 같은 새로운 부재자투표 방식은 통합선거인명부 덕에 가능해졌다. 통합선거인명부란 선거를 앞두고 구ㆍ시ㆍ군별로 각각 작성하던 종이 선거인명부를 전산화해 하나의 명부로 통합ㆍ관리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 통합선거인명부는 앞으로 열리는 모든 공직선거에 활용된다. 이 때문에 국내 유권자는 이번 재보선뿐만 아니라 10월 재보선,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도 부재자투표일 2일과 투표일 당일 등 모두 3일 중 하루를 골라 투표를 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3일투표 시대의 개막을 알린 통합선거인명부는 지난해 2월29일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근거해 도입됐다. 시행 시기가 올해 초로 정해지는 바람에 지난 19대 대통령선거에서는 활용되지 못했다.
통합선거인명부 도입시기가 한 달만 앞당겨졌다면 대선에서도 투표일수가 3일이 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통합선거인명부 도입시기가 빨라졌을 경우 지난 대선 전에 야권이 ‘투표시간 2시간 연장’을 소리 높여 외치며 선거운동 역량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3일투표’ 유불리 각 캠프 셈법계산 분주
3일에 걸쳐 투표하는 이 방식이 이번 4ㆍ24재보선에 임하는 후보들 중 어느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직장에 다니느라 투표를 하지 못했던 젊은 층 등 경제활동인구가 예전에 비해 더 많은 투표 기회를 얻게 된다는 점은 야권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투표율 자체가 낮은 탓에 조직 동원이 위력을 발휘해온 재보선의 경우 3일투표제 시행에 따라 투표율이 올라가고 정당조직의 영향력도 상대적으로 약화돼 군소정당과 무소속 후보들의 선전이 예상된다.
민주통합당으로부터 서울 노원병을 양보 받은 셈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3일투표제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재보선 투표율이 낮을까봐 걱정해왔던 안 후보 측에게 3일투표제 도입 소식은 희소식일 수밖에 없다. 전국 지명도에서는 타 후보들을 압도하지만 상계동과 지역 밀착도 면에서 타 후보들에 비해 떨어지는 게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번에 부재자투표 제도가 편리하게 바뀌었다. 국민 참정권을 훨씬 보장하는 쪽으로 잘 개선됐다”며 “많이 홍보돼서 국민 참정권을 강화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노원병 무공천 방침을 정한 민주당 역시 부산 영도와 충남 부여ㆍ청양에서 열리는 재선거를 앞두고 투표율 상승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지역구의 경우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평을 듣는 지역이었지만 3일투표제 도입을 계기로 투표율 상승효과를 바탕으로 판세를 뒤흔들겠다는 심산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다소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3일투표제 시행 소식에 “투표 참여율을 높이고 번거로운 절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본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합리적인 조치라고 본다”며 환영의사를 밝혔지만 속내는 복잡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노원병에 출마한 허준영 후보는 경쟁자인 안철수 후보에 비해 오랜 기간 상계동에서 텃밭을 일궈왔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워 왔지만 3일투표제 도입으로 비교우위를 주장할 수만은 없게 됐다.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허 후보는 부재자투표제 변화에 대한 견해를 묻자 “진정성 있게 주민께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 복잡한 셈법을 따질 겨를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3일투표제 하에서 처음으로 선거관리업무를 맡게 된 중앙선관위 역시 조심스레 투표율 상승을 점치고 있다.
2000년 이후 치러진 12차례 국회의원 재보선의 평균 투표율을 살펴보면 최고치는 2011년 4월27일 당시 기록한 43.5%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3일투표제 도입 영향으로 21세기 재보선 들어 가장 높은 50%대 투표율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처음이다 보니 이번 재보선에서 실시해보고 투표결과를 봐야 한다”면서도 투표율 상승 기대감을 숨기지 못했다.
또 “통합선거인명부를 사용한 선거일전 투표는 미국과 일본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전투표와 유사하지만 이번 제도 변화의 경우 부재자투표소가 설치된 곳이면 전국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세계적으로 처음 실시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계에서는 “높은 투표율이 야당에 유리하다는 통설이 지난 대선에서 깨졌다는 점에서 3일투표제 도입의 효과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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