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필요해”… 대북 특사 누가 가나
반기문 최다 거론… 박지원ㆍ문성근도 물망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3-04-12 18:09:35
[토요경제=유상석 기자] 북한의 개성공단 통행 제한, 미사일 발사 위협 등 고조되는 한반도 안보 위기상황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북 특사를 파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사 파견’론은 민주통합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힘이 실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함에 따라 “대북 특사 파견이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던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북한 당국은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를 바란다”는 말로 대화 의지를 표명했다.
이런 가운데, 대북 특사 파견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누가 갈 것인지에 대해 정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야권은 한반도 안보 위기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대북 특사를 파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긴장국면을 돌파할 강단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우리 정부가 일촉즉발 위기를 타개할 남북 대화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북특사파견을 제안했다. 지금이 적극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기춘 원내대표도 같은 날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정부도 침착하고 강인하게 대응해야 한다. 잘못된 시그널은 한반도를 위험으로 몰고갈 수 있다”며 “‘인질구출’, ‘돈줄’과 같은 발언은 도움이 되지 않고 국민들을 혼란스럽게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보내는 작은 시그널은 평화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며 "남북특사 파견 등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재권 민주당 의원은 “대화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만나서 사진만 찍으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지만 남북관계는 그렇지 않다”며 “만나서 사진만 찍어도 어떤 의미가 있는지 즉각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같은 당 인재근 의원 역시 “위기에 처한 개성공단 문제로 정부가 지금 반드시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어 대화를 해야 정상화가 된다. 지금 시점이야말로 강력하게 박근혜 대통령이 대북특사를 파견해야 할 적기”라고 촉구했다.
추미애 의원은 “북핵 위협에 대해 군사적 대응만 있는 것이지 정치는 실종돼 있다. 미국과 우리도 그렇다”며 “북핵 해결을 정치적으로 돌파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담대한 정치력으로 위기를 돌파해 달라는 것이다. 남북 관계가 정상적으로 작동이 안 되므로 특사를 파견해야 한다”고 종용했다.
진보 정당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정미 진보정의당 대변인은 “북한은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키는 모든 행위를 중단하고 즉시 개성공단 출경금지를 풀고 정상화시켜야 한다”며 “우리 정부는 현 상황에 대한 적극적인 대화해법을 즉각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대화의 조건을 따질 상황이 아니다”라며 “개성공단 중단은 심각한 위기의 징표인 만큼 오히려 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새로운 평화해법의 길이 트일 수도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원석 원내대변인도 “북한은 이번 조치가 한반도 평화와 남북협력에 더 큰 긴장과 위기를 초래하는 것임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며 “즉각적인 대북특사 파견을 포함해 남북간 그리고 북미간 대화의 장을 만들기 위한 박근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길정우 새누리당 의원은 “지금 국제사회는 남북관계를 대화를 통해 풀라고 공통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느 때보다 한국 정부가 주도적,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주문하고 있다”며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당과 다른 주장을 언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 시민단체, “특사 파견 촉구” 힘 실어
북한이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하고 미사일 발사 위협을 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이 잇따라 대화 재개와 대북 특사 파견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YMCA전국연맹, 평화3000, 참여연대 등이 소속된 시민평화포럼은 지난 11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 정부 당국에 대화를 촉구했다.
시민평화포럼은 “정전 60주년인 올해 한반도는 ‘전시상황’이 언급될 정도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한반도 군사충돌 위기에 대한 평화적 해결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통일협회도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정부는 즉각적인 특사파견으로 문제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북한이 개성공단 근로자 전원 철수와 공단 잠정중단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처음”이라며 “북한의 이번 조치는 입주기업 뿐만 아니라 남과 북 모두에게 엄청난 피해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는 특사 파견 등 적극적인 대화 노력을 통해 실질적인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며 “현 상황의 유일한 탈출구는 대화 뿐”이라고 강조했다.
◇ 朴 대화 의지에 통일부 장관 입장 바꿔
야권과 시민단체들의 특사 파견 주장에 대해, 류길재 통일부장관과 새누리당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언급하면서 류 장관의 입장도 ‘불가론’에서 ‘대화론’으로 선회했다.
류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대북 특사 파견은 물론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과의 대화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었다.
그는 “특사를 파견한다고 해서 긴장이 완화된다고 하는 보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실효적인 결과가 있다면 얼마든지 자존심을 굽혀서라도 대화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런 국면이 아니다. 실효성이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북한이 개성공단으로 우리 인원과 식자재가 들어갈 수 있도록 허용하면 다음 날로 시행된다. 너무 간단하고 자명한 일이므로 협상할 필요가 없다”며 “이를 갖고 협상할 필요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북한과 대화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류 장관 역시 입장을 바꿔 대화를 통한 한반도 긴장 해결을 강조했다. 북한의 계속되는 위협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남북관계 주무부처 장관이 동시에 대화를 언급한 것이다. 구체적 대화 제의는 아니지만, 북한 책임을 강조했던 지난 8일 정부 성명과는 방향이 다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에 대한 정부의 공식대화 제의로 봐 달라”고 말했다.
류 장관은 성명에서 “북한 당국은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개성공단 문제, 북한의 가중되는 위협 등 모든 문제들을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점을 대내외에 천명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북한을 향해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고 밝혀온 입장에서 한발 더 나갔다.
이는 극도의 긴장 상태로 치닫고 있는 대결 상황을 누그러뜨리고 대화를 위한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대화할 분위기가 아니다”라거나 “대북특사 파견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던 입장에서 대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여권에서는 “특사 파견은 반대하지만, 대화 자체는 찬성한다”는 입장이 주류를 이루었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북한이 워싱턴과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긴장을 조성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특사를 제안하면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특사는 우리한테 오게 해야지 먼저 제안해서는 안 된다”며 “대화가 필요하지만 강(强) 대 강의 고도 심리전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대북 특사를 파견하는 것은 시기와 형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정의화 의원은 “시기적으로 특사 파견이 맞지 않다는 데 동의한다”며 “다만 개성 공단에 대한 대화는 빨리 할 필요가 있는 만큼 류 장관이 북한 측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장관급 회담을 제안하는 것은 어떠냐. 의제는 개성공단 문제만 한정해서 물 밑 접촉도 필요하면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경필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현 시점에서 적절치 않아 보인다”는 의견에 동의하며 “대북 특사 문제는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 최고위원은 이어 “한ㆍ중ㆍ미 정상 간 신중한 대화와 합의를 통해 나온 해법으로 대응을 해야한다”며 “이를 통해 대북 특사를 보내거나, 반기문 UN 사무총장을 특사로 보내는 식의 합의가 이뤄지면 가능하다. 3국 정상들이 답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ㆍ중ㆍ미 외교 장관들이 연쇄접촉, 3자 접촉 등을 통해 정상회담 시에 있을 수 있는 해법을 미리 도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이 생떼를 쓰고 있는데 퇴로를 열어줄 것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에게 우리가 대화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태경 의원은 정부의 대북 대화 제의에 대해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환영하면서도 “북한이 대화에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12일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지금 타이밍에 특사 파견은 이른 감이 있다. 특사를 파견하려면 카드가 있어야 하는데 마땅한 카드가 있는 게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과의 대화 성사 여부에 대해서는 “김정은이 이런 국면을 만든 이유는 지배의 정당성을 만들고, 주변국에게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아 파키스탄이나 인도처럼 미국, 중국 등과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교묘하게 끝까지 갈 때까지 가자는 분위기를 만들 것”이라고 부정적 전망을 밝혔다.
◇ 특사 파견 이루어진다면, 누가?
한편 대북 특사 파견이 이루어질 경우, 누가 적임자일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박병석 국회부의장은 “고조된 한반도 위기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출구 전략을 찾기 위해서는 남북 모두 명분이 필요하다. 명분을 줄 수 있는 방안이 유엔 특사 파견”이라며 “협상이나 대화는 비핵화나 평화협정이 투 트랙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 역시 “지금 한반도 상황은 모두가 시험에 들었다. 특사를 가더라도 유엔 이름으로 하든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큰 틀에서 하는 게 좋다”며 “개성공단만을 위한 특사를 할 수는 없고, 유엔 특사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북한에 신뢰받을 만한 외국 인사나 국내 측 재야 인사들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문희상 위원장은 대북특사로 지미 카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 및 민주당 박지원 의원, 문성근 전 최고위원 등을 대북특사로 추천했다.
문 위원장은 “지미 카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신뢰받을 만한 외국인사로 추천할 만하다. 이 외에 박 의원, 문 전 최고위원 등의 국내 재야 측 인사도 괜찮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류 장관은 “고려하고 검토해볼 만한 문제”라면서도 “국제기구를 통해 특사를 파견하면 개성공단과 같이 남북간의 경협 사업에 대해 논의하기 보다는 큰 틀에서 북한과 국제사회와의 대화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대북 특사 파견 주장에 대해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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