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집 사라’는 게 부동산 대책?”

[진단] 4.1 부동산 대책, 약인가 독인가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3-04-08 13:42:26

▲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토요경제=유상석 기자] “결국 빚내서 집 사라는 거 아니냐”
박근혜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4.1 부동산대책)’에 대한 비판이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번 부동산 대책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부채상환비율(DTI) 및 담보대출인정 비율(LTV) 등 금융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부동산 경기 살리려다 하우스푸어를 양산하고 금융부실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실수요자에게 내 집 마련의 문턱을 낮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 정부 “무주택 서민 위한 정책 마련”
정부는 지난 1일 서울 세종로 서울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으로 명명된 새 정부 첫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주요 내용으로는 생애최초 주택자금 대출과 관련 △DTI 미적용 △LTV 10%포인트 상향 △대출 금리 0.3~0.5% 인하 △한시적 취득세 면제 등이다. 하우스ㆍ렌트 푸어 구제 대책으로는 △지분일부매각제도 시행 △‘목돈 안 드는 전세 제도’ 도입 등이 있다.
주택거래 정상화 대책으로는 △올해 말까지 9억원 이하 신규분양이나 미분양 등 신축주택 구 취득 후 5년간 양도소득세를 전액 면제 △청약가점제 적용대상을 85㎡이하에만 적용 △적용비율 현행 70%에서 40%로 완화 △‘토지임대부 임대주택’ 도입 △분양가상한제 신축운영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개발부담금 한시감면 △15년 이상 아파트에 대한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의 대책이 나왔다.
무주택 저소득층에게는 △행복주택 등 연 13만호 공공주택 공급 △생애주기별 주거취약시기 지원 강화 등을 통해 2022년까지 소득 5분위 이하 550만가구에게 공공 주거지원 서비스가 제공된다.
종합해보면 무주택 서민을 위한 대책이 주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발표자로 나선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도 “주택시장의 침체로 인해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궁극적인 정책목표인 서민의 주거안정을 이루기 위해 세제ㆍ금융ㆍ공급ㆍ규제개선 분야를 망라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 野 “결국 ‘빚내서 집 사라’는 얘기?”
정부가 내놓은 이번 부동산 대책에는 부부합산 소득 6000만원 이하 가구가 6억원ㆍ85㎡ 이하 주택을 구입할 경우 DTI는 은행 자율로, LTV는 70%까지 완화하는 방안이 주요 내용으로 들어있다. 이 방안과 관련, 야당을 중심으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윤관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3일 “부채상환비율(DTI) 및 담보대출인정 비율(LTV) 등 금융규제 완화는 가계부채가 1000조원 규모에 달하는 상황에서 하우스푸어를 양산하고 금융부실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기식 의원도 정부의 이번 대책에 혹평을 내놨다.
김 의원은 “이번 대책 발표는 최근 부동산 경기침체를 타개해 보려는 단기적 대책으로 기존 ‘빚내서 집사라’는 잘못된 정책의 재탕ㆍ삼탕에 지나지 않는다. 실망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9억원 이하 주택을 올해 연말까지 구입할 경우 취득 후 5년간의 양도소득 세액을 전액 면제하는 대책, 그리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를 폐지하고 법인의 부동산 양도소득에 대한 추가 과세 제도를 폐지하는 대책에 대해 김 의원은 “실수요자 중심의 대책이 아니라 매매차익을 노리는 다주택보유자들을 위한 대책에 불과하다”고 혹평을 내놨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결국 빚내서 집사라는 얘기”라며 “소득이 적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또다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도록 만들겠다는 것은 자신의 가계부채대책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인사청문회에서 DTI, LTV 완화가 없다고 단언한 것이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다”며 “정부 당국자들의 말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또 보유지분매각제도와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에 대해서도 실효성과 현실성이 없다는 혹평을 내놨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가 진정으로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을 위한다면 더 이상 투기 수요를 조장하고 빚내서 집사라는 식의 부동산 대책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참여정부 당시 국세청장,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냈던 같은 당 이용섭 의원도 “젊은이들의 가계 부채를 늘려서 하우스푸어를 만들 우려가 있기 때문에 DTI, LTV 완화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지난 달 31일 국회 정론관에서 “지난 5년 간 이명박 정부가 50여 차례가 넘는 크고 작은 부동산 경기 대책을 발표했지만, 주로 ‘빚 얻어서 집 사고 전월세금 마련하라’는 대책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가계부채만 늘리는 결과를 가져오고 여전히 거래는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부추겨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모르핀과 같은 임시방편적 단기 처방에만 무리하게 의존하면, 부동산 거품만 부추기고 결국 우리 경제 체질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며 현 정부의 신중한 부동산 대책을 주문한 바 있다.


◇ “내 집 마련 문턱 낮춰… 비판할 일 만은 아냐”
야당을 중심으로 이번 대책을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부동산 전문가들은 “‘빚내서 집 사라는 얘기’라고 비판할 일만은 아니다”는 의견을 보였다.
임병철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정치권에서 ‘결국 빚내서 집 사라는 말의 재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꼭 그렇게 비판할 일만은 아니다”며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쉽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미선 부동산써브 선임연구원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는 신규로 발생되는 실수요자들로서 그들의 부족한 자금여력을 정책적으로 지원해 주택시장 진입장벽을 낮춰줌으로써 주택거래시장 정상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대책으로 실수요자의 주택구입 여건 개선으로 장기 저리 자금이 지원되는 만큼, 주택구입을 희망하는 무주택자들은 지원 조건에 부합하는 주택을 살펴볼 만하다”고 밝혔다.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도 “경제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주택구입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필요한 정책이라고 본다”면서 “주택시장이 어떻게 되든 간에 신규 구입 수요가 얼마나 뒷받침 되느냐에 주택시장의 장기안정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며 “투기를 부추기는 차원은 아니고 실수요자들에게 사회진출에 따른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DTIㆍLTV 규제 완화 등에 대해서는 우려의 뜻을 표했다. 그는 “주택시장 분위기 개선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주택담보대출의 반 정도는 생계·생업자금 대출”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는 경우 DTI, LTV 규제로 효과를 봤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생계형 대출만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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