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아껴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

대우건설, 청라 푸르지오 부실시공 덜미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3-04-01 08:57:31

인천 청라국제도시 대우 푸르지오 아파트의 부실시공 사실이 드러나 입주예정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4개 동으로 이루어진 이 단지 아파트 중, 2개 동에서 64개의 철근이 사용돼야 할 벽이 실제로는 절반인 32개만으로 지탱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입주 예정자들은 “소문으로만 떠돌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부실시공이 드러난 2개동 외에 나머지 2개동에 대한 전수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특히 대형평수로만 구성돼 있고, 청라지역에서 가장 비싼 분양가가 형성된 아파트라는 점에서, 입주 예정자들의 경악과 분노는 더욱 커져가고 있다. 이들은 “구조안전진단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불안해서 이 아파트에 입주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입주자들은 지난 1970년 4월, 지은 지 넉 달 밖에 안 된 ‘와우아파트’가 붕괴된 원인이 ‘70개의 철근을 넣어야 할 자리에 5개만 넣은 것’이라는 점을 상기하며 불안에 떨고 있다.

◇ 64개 철근 필요한 자리… 고작 32개로 버텨
청라 푸르지오 아파트는 최고 58층 높이로 4개동, 751가구 규모다. 대우건설이 시공한 이 아파트는 2009년 10월 착공해 이달 중 준공검사를 마치고 지난 28일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이희근 청라 푸르지오 아파트 입주예정자협의회 회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청라 푸르지오 아파트의 부실시공 의혹에 대해 상세히 밝혔다. 이 회장은 “아파트에 시공한 구조물 벨트 월(belt wall)에 철근을 64개씩 넣도록 설계되었는데, 막상 뜯어보니 절반인 32개만 사용됐다”면서 “이걸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고 말했다.

입주 예정자들은 입주를 사흘 앞둔 지난 25일 청라푸르지오 아파트 801동 1층 천장과 803동 24층 천장을 뜯어 벨트 월의 철근 개수를 파악했는데 16개의 철근이 있어야 할 곳에 8개의 철근만 있어 절반이 모자랐다. 벨트 월은 초고층 아파트의 안전을 위해 태풍이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중간층에 설치하는 6m 높이의 띠 모양 구조물이다.

입주 예정자들은 “소문으로만 떠돌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부실시공이 드러난 2개동 외에 나머지 2개동에 대한 전수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 아파트는 대형평수만 있고, 청라지역에서 가장 비싼 분양가가 형성된 아파트다. 내가 입주하려던 56평형의 경우 대략 분양가만 8억이다. 구조안전진단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입주민들은 이 아파트에 입주를 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 “불안한 아파트… 안전진단 및 보강해야”
전문가들은 “벨트 웰의 부실시공이 확인되면 안전구조 진단을 반드시 해야 하고 이를 보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성환 인천대 도시건축학부 교수는 “정확한 안전 여부는 구조안전진단을 거쳐야 하겠지만, 수평하중에 견디게 하는 부재가 철근이라는 점에서, 설계대로 시공이 안 됐다면 태풍이나 지진이 발생할 경우 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홍근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누락된 대각철근량 50%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연결보를 보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기존 연결보의 성능을 저해하지 않고, 전단강도를 증가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연결보와 벽체 측면부에 강판을 부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대우건설 “작업자 실수… 안전에 문제없어”
시공사인 대우건설측은 일부 실수가 있음을 인정했지만 빠진 철근의 양이 0.2%에 불과해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은 해명자료를 내고 “아파트 구조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벨트 월 자체 핵심 철근이 아닌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설계에 추가한 철근이 일부 누락됐다”면서 “철근 시공에 참여한 작업반장의 착오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27일로 예정됐던 준공승인은 연기됐고 안전점검을 준비 중”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점검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요구도 들어주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아파트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입주예정자의 불안을 덜기 위해 곧 정밀진단과 필요한 보강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문제 축소ㆍ은폐 시도… 해명 못 믿어”
“일부 구조물을 보강하고 추후 정밀진단을 하겠다”는 대우건설의 약속에도 입주 예정자들은 불안감을 씻지 못하고 있다.
입주자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계약을 해지하거나 아파트의 구조안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입주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체 4개 동의 동일 구조물에 대한 전수조사도 시공사에 요청하기로 해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희근 회장은 시공사가 처음부터 의혹을 축소하려 했다며 대우건설 측의 해명에 반발했다. 이 회장은 “처음에 벨트 월의 철근 누락에 대해 확인하자고 할 때 (대우건설 측은) 그 보가 상당히 중요한 보이기 때문에 그걸 열게 되면 구조 안전에 문제가 있으므로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얘기했다. 막상 열고 확인이 되고 나니까 그 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을 바꿨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시공사 측에서 문제를 자꾸 사실보다 작게 표현하려고 하고 있다”며 “입주 예정자들은 구조안전진단이 필요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구조 안전 진단을 의뢰해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상일 입주자협의회 시설위원장은 “대형건설사가 시공한 아파트가 부실시공됐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주민들의 안전과 직결된 구조물이기 때문에 전체 아파트의 동일지점이 어떻게 시공됐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입주자는 “지난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 사고의 원인은 원래 사용해야 할 철근보다 실제 사용한 철근의 수가 지나치게 적었기 때문”이라며 “국내 굴지의 건설사인 대우건설에서 와우아파트의 악몽을 재현하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하청업체 직원 제보로 ‘수면 위’
청라푸르지오 아파트의 부실시공 논란은 지난해 9월 대우건설의 철근하청업체 직원이 입주자에게 제보하면서 처음 불거졌다. 하지만 제보자가 철근업체의 회유를 못 이겨 '제보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각서를 쓰고 잠적, 사건이 미궁에 빠지는 듯했다.
이에 입주자들이 제보자를 끈질기게 설득해 제보자가 진술을 다시 번복했고, 입주를 불과 3일 앞둔 이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중재로 부실시공 부위를 확인하게 된 것이다.

이 회장은 “대우건설의 하청업체에서 근무하는 철근 반장에게 작년 10월 시공이 잘못됐다는 제보를 받았다. 제보를 받고 대우건설 측에 확인을 의뢰했지만 거부했다. 결국 입주자들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확인을 요청했다”고 분개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부실시공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청라 푸르지오 아파트의 준공검사를 일단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설계도면대로 시공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시공사와 공사 감독을 맡은 감리단 직원을 주택법과 건설기술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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