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용산號, 코레일이 ‘키’ 잡나
코레일, 용산 사업 정상화방안 확정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3-04-01 08:51:39
코레일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 대해 전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섰다.
이를 위해 코레일은 정상화 과정에 들어가는 자금을 전액 담당한다. 다만 전권을 행사하되 그동안 민간사업자들이 지녔던 기득권의 일부는 인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신의 주도로 용산 사업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코레일의 의지가 실제로 이행될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사실상 이 방안을 반대하는 모양새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코레일이 주도적으로 나설 경우, 일방 독주를 견제할 방법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우리가 떠맡을테니, 민간은 손 떼라”
코레일은 지난 25일 자체 이사회를 열고 ‘사업자금 조달 주체가 사업을 진행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용산 사업 정상화를 위한 세부 이행계획안 특별합의서를 최종 확정했다.
코레일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다음달 2일까지 모든 출자사가 정상화플랜에 동의하면 코레일은 2600억원을 연말까지 지원할 것”이라며 이를 위한 전제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정상화와 관련해 민간사업자인 시행사(PFV)가 갖고 있던 상호청구권을 백지화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번 이사회에서도 코레일은 건설투자사(CI)들의 기본시공물량 보장과 코스트 앤 피 유지, 롯데관광개발의 자산관리회사(AMC) 지분 25% 인정과 특별대책팀 참여 보장 요구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거부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코레일은 다음달 2일까지 출자사 동의 여부를 확인한다. 다음달 2일까지 서울시와 모든 출자사가 동의하면 긴급자금 2600억원을 지원해 정상화에 나서지만 동의하지 않으면 청산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협약이행보증금 2400억원 만료일(다음달 30일) 이전에 청산 절차를 밟지 않으면 수령이 불가능해 코레일 경영진에게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코레일은 이날 배포한 특별 합의서를 통해 “정상화 방안 의견을 수렴한 결과 민간 출자사 대부분이 원칙적으로 동의했다”며 “코레일 주도 사업구조 재편에 대해서도 이견이 없었다”고 밝혔다.
CI가 요청한 기본시공물량 보장과 코스트(COST) 앤 피(FEE) 유지에 대해서는 ‘양보’를, 롯데관광개발의 자산관리회사(AMC) 지분 25% 인정과 특별대책팀 참여 등 개발사업 관여 보장 등에 대해서는 “법정관리회사의 한계상 어려울 것”이라고 ‘거부’했다.
또 삼성물산이 이날 랜드마크빌딩 시공권 포기 전제로 앞서 수주 대가로 매입한 전환사채 688억원과 철도기지창 토지오염정화공사 미수금 선지급을 요구한 것도 “국가경제 파급과 서부이촌동 주민들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동참해달라”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단 코레일은 최대 쟁점이었던 상호 청구권 포기와 랜드마크빌딩 매매계약 유지에 대해서는 일부 양보했다.
코레일은 당초 코레일 대 PFV, 개별출자사간 모든 청구권 포기를 요구했지만 재무적 투자자(FI) 등의 요구를 받아들여 코레일과 PFV간 청구권 포기로만 한정하고 개별출자사간 법적소송은 가능한 것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또 해지하려던 랜드마크빌딩 선매입 계약도 유지한다. 단 삼성물산과 도급약정은 취소한다. 민간에서 랜드마크빌딩 계약금과 매출채권 유동화를 유일한 자금원으로 인식하고 유지를 요구해 이를 유지하기로 코레일은 설명했다.
◇ “용산 잘못되면 철도 서비스 어떡하나”
표류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을 주도적으로 되살리겠다는 코레일의 방안이 잘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이 방안에 정부가 사실상 반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직접 개입할 수단이 없다며 신중론을 내세우던 정부가 간접적으로나마 의견을 표명한 셈이어서 향후 용산개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25일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에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출자관련 업무절차 알림’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공공기관 지분이 30% 이상인 부대사업을 추진할 경우에는 세부 계획을 주무부처인 국토부에 알려줄 것을 통보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기업 출자 지분이 30% 이상인 회사는 기획재정부장관이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와 별도로 주무부처 장관은 공공기관 신규 지정 사유가 발생하면 지체 없이 이런 내용을 기재부장관에 알려야 한다.
이처럼 법률에 명시된 내용을 굳이 공문으로 보내 사전 협의를 주문한 것은 코레일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자본금을 종전 1조원에서 5조원으로 증액하는 방안에 대해 간접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한 행동으로 해석된다.
코레일이 계획대로 증자를 마치면 시행사(드림허브) 지분율이 종전 25%에서 57%로 올라가 드림허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는 사유가 발생한다.
이 경우 민간 주도의 부동산 개발사업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사실상 코레일 주도의 공영개발 방식으로 전환하게 된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사업 실패 시 철도 서비스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정부에서 공식 반대했다가 정말로 사업이 파산할 경우 국토부가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하지는 못하고 고심 끝에 ‘증자 계획을 사전 협의해 달라’는 식으로만 에둘러 반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국토부 측은 “법률에서 정한 절차를 명백하게 알려주는 차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정부가 평소 “부동산 경기 침체를 고려해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며 코레일 재무건전성 강화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공영개발 전환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침체로 사업성이 떨어진 용산개발을 공기업인 코레일이 주도할 경우 코레일과 정부의 리스크가 늘어나고 본업인 철도 운송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코레일 일방독주 어떻게 막나”
한편 일부 전략적 투자자와 재무적 투자자들은 코레일의 제안에 우려를 드러냈다. 코레일의 일방독주를 막을 견제수단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이들은 “PFV이사회 특별결의가 없어질 경우 유상증자와 자산 선매각 등을 코레일과 SH공사 이사 6명이 보통결의로 처리해 전체 주주들의 기본권과 재산권(주주가치 훼손)마저 상실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상증자는 5조원으로 하기로 합의한 사항이나 증자 조건이 기존 주식가치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하더라도 막지 못할 수 있어 기본권을 침해 받을 수 있다”면서 “용산사업이 지속될 경우 PFV만 소송 주체가 될 수 있고 개별 출자사는 청산시만 가능해 (PFV와 코레일간 상호청구권 포기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PFV가 코레일을 상대로 소송을 못한다는 것은 △토양오염 공사비(매립폐기물 처리비용 1942억원) △우편집중국 토지 지연 손해배상 810억원 등을 막겠다는 것으로 민간출자사한테는 배임에 해당된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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