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대안, '협동조합 뜬다'

협동조합 설립 '붐'

토요경제

webmaster@sateconomy.co.kr | 2013-03-29 21:08:32

협동조합 설립이 붐을 이루고 있다. 올 들어 지난 15일까지 서울시에서만 137개의 협동조합이 설립 신고가 수리됐다.

신고ㆍ수리된 협동조합들을 보면 매우 다양하다. 대리운전 기사들을 위한 조합에서부터 생활물품과 서비스를 직거래 공동구매하기 위한 생활협동조합, 전문 경영컨설턴트 조합, 재활용 의류 수집 운반을 위한 조합, 도시농업 공동체 조합, 마을 북카페 운영을 위한 조합, 퀵서비스 협동조합, 뉴스비평가들의 코멘터리 전문 조합, 평생학습 교사단 조합, 장례의전 서비스 조합, 고령근로자 파견 용역 조합, 스마트 평생교육 조합, 자동차 소비자 조합, 도서 음반 공동구매 조합, 아파트단지 관리자 파견 조합 등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총망라하다시피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또 폐지를 줍는 노인들도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협동조합 형태의 방송사인 ‘국민TV’ 설립도 추진되고 있다. 80년대 말 민주화운동 이후 창간된 한겨레신문이 진보계 인사들에 의해 국민주 형식으로 설립자금을 모은 것처럼 국민TV도 비슷한 방식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 올 들어 지난 15일까지 서울시에서만 137개의 협동조합 설립 신고가 수리되는 등, 시장경제의 대안으로 ‘협동조합’이 뜨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세계 협동조합의 해’ 행사 모습.
◇ 서울시 협동조합 지원에 적극
협동조합 설립 운동에 가장 적극적인 지자체는 시민운동가 출신의 진보계 시장이 재직하고 있는 서울시. 서울시는 10년 내에 협동조합 8000개 설립을 목표로 협동조합 설립 지원에 적극 나섰다. 지난해 7월에 이미 서울을 ‘협동조합도시’로 선포하고 1인 1조합 운동을 전개해 왔다.

박 서울시장은 협동조합법이 발효되기 직전인 지난해 11월말에 협동조합이 활성화 돼 있는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서유럽 여러 나라를 순회하고 돌아와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일자리 50만개 창출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지만 일자리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확대가 그 해답이다”라고 선언했다.

박 시장은 “협동조합의 도시인 볼로냐는 최근 경기침체 속에서도 협동조합이 활성화 되지 않은 다른 도시보다 타격을 덜 입은 것으로 입증됐다”며 “자본집약적인 대기업의 장점은 장점대로 가되, 그 대신 우리에게 모자랐던 부분, 즉 사회적 경제를 키워야 한다. 그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왔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지난 13일 협동조합 설립 지원에 관한 ‘협동조합 활성화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협동조합은 양극화를 해결해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고 자영업의 몰락을 막아 지속가능한 안정적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마을 공동체 해체와 취약한 사회안전망을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튼튼한 안전망으로 탈바꿈 시킬 수 있다”며 “향후 10년간 협동조합 수를 8000개까지 확대하고 경제규모를 지역내 총생산(GRDP) 5% 규모인 14조3700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서울시가 내놓은 활성화 계획은 ①맞춤형 상담·교육·컨설팅으로 성장가능성 높은 협동조합 설립 체계적 지원 ②협동조합성장기반 생태계 조성 ③전략분야 협동조합 활성화 추진 ④시민인식 개선, 협동의 가치 확산을 위한 체계적 홍보 추진 등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오는 5월부터는 협동조합에 대한 정보제공부터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동조합 종합지원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금융지원 방안도 마련됐다. 서울시-신용보증재단-협동조합 금융(농협, 수협, 새마을금고 등) 간의 협력관계를 구축해 중소기업육성자금을 협동조합에 대출해 줘 협동조합금융도 활성화 할 계획이다. 협동조합금융 기금으로 올해 500억원을 마련해 사회투자기금으로 출연한다.

지난해 11월에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서울시 협동조합상담센터에는 운영 초기에 15~20건이던 상담건수가 2월에는 하루 80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서울시는 민·관 협력으로 협동기금을 조성, 신규 창업 및 운영자금이 필요한 협동조합기업에 장기 저리로 융자 지원하는 등 다양한 육성책을 시행할 계획이다. 올해 협동조합 500개 설립이 목표다.

서울시 의회도 시 집행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협동조합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측면 지원에 나섰다. 서울시 의회는 지난 3월8일 서울시 협동조합 활성화 지원 조례를 심의해 의결했다. 이 조례는 협동조합 생태계 조성과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종합적인 시책을 시행할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 선거대비 정치 전위 조직 가능성?
서울시가 협동조합 육성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며 전방위적인 지원에 나서는 데 대해 일각에서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박 시장이 내년 5월로 다가온 제6기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재출마 의지를 굳히고 선거 전위조직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당에 몸담고 있지 않아 선거 조직이 없는 박 시장이 정당조직을 능가할만한 충성도 높은 조직을 구축하기 위한 정치적 행보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작년에 협동조합법이 통과되고 1년의 유예기간 동안 야당의 각 지구당에서 협동조합을 기반으로 한 조직 운영 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져 어느 정도 의심해볼 소지가 없지 않다.

그러나 정치활동과 관련된 포석인지 서민과 취약계층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협동조합 본래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활동인지를 구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 협동조합법 제정으로 급물살
협동조합기본법은 2011년 12월29일 국회를 통과했고, 그해 1월29일 공포됐으며, 지난해 12월1일부터 발효됐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계기는 지난 2011년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공생발전’을 제시하고,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협동조합 설립을 확산하는 방안으로 거론되면서부터이다. 이후 손학규 의원과 김성식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고 공청회를 거쳐 기재위와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협동조합은 ‘이용자 소유회사’라는 점에서 투자자 소유회사인 일반 영리회사(기업)와 구별된다. 협동조합기본법은 기존의 개별 협동조합법(농협 수협 엽연초조합 산림조합 중소기업협동조합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등 8개의 개별 협동조합법)과 다르다. 기존 개별 협동조합은 기존의 개별법을 따르며, 개별법은 기본법에 우선한다.
협동조합기본법은 제정을 주도한 조윤명 전 특임차관은 제정 배경에 대해 “협동조합기본법은 취약계층의 자활사업 기회를 넓혀줌으로써 서민 및 지역경제 활성화, 내수 활성화, 일자리 창출, 복지지출 감소 등의 효과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유엔은 협동조합의 사회통합에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상황이 벌어졌을 때 협동조합은 안정적인 경영을 유지하며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측면을 관찰한 UN은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선포하고, 각국에 협동조합 관련 법제를 정비할 것을 권고해왔다.

지난해 7월 첫째 주 토요일 국제협동조합연맹(ICA)과 유엔이 정한 세계협동조합의 날 기념식에서 박재완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은 “협동조합이 시작된 지 50년을 지나 ‘시즌 2’ 개막을 앞둔 지금, 그야말로 협동조합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협동조합의 역할이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축하 영상 메시지를 통해 “협동조합이 인간 존엄성과 세계 결속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이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로 국가와 기업경제가 곤두박질하는 가운데 빛을 발한 협동조합. 자본주의의 탐욕에서 약자들을 보호해줄 안전망으로 떠오르며 전 세계적인 르네상스시대를 맞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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