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상장폐지 전 '마지막 주총'
윤용로 행장 "론스타 잔재가 발목 잡아"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3-03-25 12:20:14
최근 검찰 수사 등으로 뒤숭숭한 분위기인 외환은행이 지난 21일 마지막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날 주총이 상장사로서 마지막이 된 것은 상장이 폐지되고 다음 달 26일부터는 하나금융지주가 유일 주주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임시 주총에서 하나금융지주와의 주식교환을 최종 승인한 결과다.
이 때문인지 이날 주총은 침울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게다가 최근 외환은행이 대출 가산금리 부당이익 사건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점은 주총장 안팎을 뒤숭숭하게 만들었다. 이틀 전에는 검찰로부터 본점이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 “뼈 깎는 노력으로 다시 태어날 터”
윤용로 행장은 주주들에 대한 사과로 인사말을 시작했다.
윤 행장은 “가산금리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게 돼 주주들에게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면서 “과거 론스타가 지배주주로 있는 동안 사모펀드 특성상 단기적 이익을 내기 위해 벌어진 일이었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어 최근 일부 직원의 횡령의혹사건까지 일부 언론에 보도된 데 대해선 “자체 조사 결과 은행 직원이 연루된 적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윤 행장은 “사실과 다른 보도로 직원들의 상처가 너무 크고 고객들도 걱정을 많이 한다. 잘못된 보도에 대해 여러 가지로 대응하고 있다”고 해명하며 주주들의 양해를 구했다.
최근의 사태에 대한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주주들에게 심리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사모펀드의 특성상 단기 이익을 추구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8천여명의 임직원은 과거 잘못된 관행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서 개선해 나가고 있다”면서 “뼈를 깎는 노력으로 고객중심의 새로운 은행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 주당 50원 배당에 소액주주 항의도
이날 주총에서는 배당액을 놓고 일부 소액 주주가 반발해 윤 행장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앞서 외환은행 이사회는 주당 50원씩 배당키로 결정하고 이를 주총에 보고했다.
배당총액은 약 322억원으로 지난 2011년에 비하면 3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한 소액주주는 “횡령의혹사건으로 주가가 120원이나 떨어져 주주들이 손해를 입고 있는데 배당은 고작 주당 50원뿐”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주주는 또 “외국인이 대주주로 있을 때는 주당 1500원을 해줬다”며 “외환은행이 하나은행보다 더 많이 이익을 냈는데도, 하나은행은 주당 250원, 외환은행은 주당 50원만 배당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윤 행장은 “과거 론스타가 대주주인 시절엔 고배당 정책을 써서 배당성향이 63%에 달했는데, 그 결과 자기자본이 늘지 않아 은행의 성장력이 약화됐다"면서 "은행이 성장해 나가기 위해 이번엔 이처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당을 축척해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서 외환은행의 강점인 외환과 대기업 영업을 더욱 활성화해 나가겠다”며 “지난 2009년부터 2012년 동안 외환은행의 배당평균 성향이 42.3%다. 다른 지주사의 2~3배가 됐으니 앞으로 조금만 양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윤 행장의 차분하게 대답하자 나머지 소액주주들은 체념한 듯 더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 37분 만에 끝난 ‘마지막 주총’
이어 주총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배당을 포함한 재무제표 승인과 이사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보수 한도, 등기임원 퇴직금규정 등 상정된 5가지 안건 모두 무난히 통과됐다. 5개 안건이 반대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자 윤 행장은 폐회를 선언했다. 회의를 시작한 지 37분 만이었다.
주주들은 회의를 마친 뒤에도 곧바로 회의장을 떠나지 않고 삼삼오오 모여서 검찰의 수사와 외환은행의 앞날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마지막 주총에 대한 아쉬움을 달랬다.
주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행장은 “잘해보려고 하는데…”라며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론스타의 잔재가 번번이 발목을 잡고 있다”며 검찰 압수수색 등 잇따라 악재가 터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한편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하용이 사외이사의 1년 연임에 동의하고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했다. 또 이사보수 한도를 40억원으로 하고, 이와 별도로 성과연동주식보상으로 하나금융지주 주식을 4만 주 범위 내에서 부여하기로 했다.
등기임원의 경우 의원퇴직, 임기만료 퇴직, 사망으로 인한 퇴직, 해임ㆍ해임 권고 등으로 인한 퇴직 등 중 한 가지 이상의 사유가 발생했을 때 퇴직금을 지급하는 규정을 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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