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 경영 금융공기업 도마 위로…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3-03-19 10:17:23

감사원이 실시한 금융공기업 경영관리실태 감사에서 새 정부의 경제운용방향과 부합하지 않는 사항이 다수 지적됐다.

감사원은 지난 14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등 4개 금융공기업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감사원은 일부 금융공기업의 과도한 복리후생제도를 운영하면서도 정작 업무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지난해 9월부터 한 달여간 ‘금융공기업 경영관리 실태 감사’를 벌여왔다.

수출입은행은 수출중소기업에게 자금지원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고, 한국거래소는 주가조작 방지를 위한 지도감독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감사원의 산업은행 감사는 강만수 회장이 이명박 정부 실세 인사였던 만큼, 지난 정권과의 ‘거리 두기’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 수출입은행, 중소기업 지원 ‘미적미적’
감사원은 수출입은행이 관리가 곤란하고 사후책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중소기업을 위한 네트워크대출, 특례신용대출을 폐지ㆍ축소했다고 지적했다.

감사결과, 수출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도입된 네트워크 대출은 첫해인 2009년 3천여 개 기업에 3조 원을 지원했으나 2011년 폐지됐다.
담보를 내기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한 특례신용대출은 2010년 2천억 원이 지원됐으나 2011년 905억 원으로 축소됐다.
이에 따라 수출입은행의 여신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28.4%였으나 지난해 7월에는 18.4%로 감소했다.
수출입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완화 및 어음결제 관행이 개선되는 추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가 증가하고 자금 사정이 악화상태에 있는 등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여전히 호전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수출입은행의 업무 영역에 대해 “정책금융공사, 무역보험공사 등 수출지원 정책금융기관 간 업무 중복으로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며 국무총리실 등에 이에 대한 업무 조정을 요구했다.

◇ 한국거래소, 주가조작 방지책 ‘구멍’
한국거래소는 공시정보를 사전검토하거나 미공개 공시정보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정보 유출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받았다.

감사원은 한국거래소가 2001년 전자공시제도를 도입한 뒤에도 공시신고서를 접수 전에 팩스 등으로 받아 사전검토하고 있으며, 이 관련자료를 관리하지 않아 유출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감사 결과, 팩스 등으로 받아보고 실제 공시까지는 평균 2시간 50분이 걸렸고, 가장 긴 경우는 18일이 소요됐는데 그 과정에서 주가가 17% 올랐다.

감사원은 또 미공개 공시정보를 공시업무와 무관한 부서도 조회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문제라고 밝혔다.
실제로 코스닥 시장운영부서 직원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공개 공시정보를 지인에게 알려 줘 20억여 원의 시세차익을 얻기도 했다.
이밖에 감사원은 한국예탁결제원이 채권 장외거래에 따른 결제방식을 부적정하게 운영해 차입비용 371억 원을 아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산업은행 ‘부실 경영’
감사원은 산업은행이 민영화를 앞두고 있음에도 경영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 지적했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011년도 회계연도를 결산하면서 106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과다계상하는가 하면 목표치 설정시의 회계기준과는 다른 기준으로 최대 441억원의 실적을 과다산출해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이같이 부풀려진 영업이익은 최대 2443억원에 달했으며 산업은행을 이를 바탕으로 최대 41억원의 성과급을 임직원들에게 과다 지급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산업은행에 주의를 촉구하는 한편 금융위에 산업은행의 외부감사인이 적정하게 회계감사를 실시했는지를 조사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또 고금리의 다이렉트 예금상품을 출시하면서 예금자보험, 지급준비금 등의 비용을 감안하지 않고 고금리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무점포 영업방식을 쓸 경우 높은 금리를 줄 수 있다고 했으나, 감사결과 영업점을 통해 실명을 확인하는 비율이 70%를 넘었다.
이 때문에 무점포 영업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영업비용이 2012년에만 47억원 가까이 소요됐고, 특히 다이렉트 예금에서만 지난해 9월까지 244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예치한 자금도 다이렉트 예금 금리보다 낮은 수익증권에 투자하거나 이자비용이 싼 차입금 상환에 써 또 다른 손실을 본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올해 말까지 다이렉트 예금 손실액이 1천94억 원, 고금리 예금상품 전체 손실은 1천44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감사원은 이어 산업은행이 개인금융부문 확대를 위해 영업점을 늘리면서 총 25개 영업점에서 59억 원의 순손실을 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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