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수혜효과 '아직은 시기상조'

[진단] '한미 FTA' 그 후 1년

윤은식

1004eunsik@naver.com | 2013-03-18 15:32:30

이달 15일 발효 1년을 맞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대 수혜자로 자동차 업계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완성차 보다는 자동차 부품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2016년부터 관세가 철폐되는 완성차와 달리 자동차 부품은 한·미 FTA 발효 즉시 모든 관세가 철폐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한·미 FTA 발효로 자동차 부품의 관세 2.5%가 즉시 철폐되면서 FTA 수혜품목을 중심으로 자동차 부품의 대미(對美)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14일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한·미 FTA 1주년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12월 자동차 부품 가운데 FTA 수혜품목의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5%나 증가했다.

차체 부분품, 기어박스, 운전대, 로드 휠 등의 자동차 부품은 한·미 FTA 관세 철폐 효과를 바탕으로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FTA 발효 전에는 대미 수출 비중이 크지 않았던 기어박스, 소음기(머플러) 및 배기관, 차축, 에어백, 서스펜션 등은 지난해 3월을 기점으로 수백%의 수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들 품목은 한·미 FTA 발효가 수출 확대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것이 보고서의 평가다.

타이어 수출도 수혜 품목과 비(非)수혜 품목 모두 증가 추세를 보였다. 타이어 관세는 FTA 발효 시점부터 5년에 걸쳐 관세가 단계적으로 인하돼 2016년부터 완전히 사라진다.

특히 주력 수출품인 승용차 및 버스·화물차용 레이디얼 타이어는 FTA 발효로 4.0%의 관세가 내려가 전년 동기 대비 대미 수출이 각각 6.7%, 9.8% 늘었다. 기타 재생 타이어 등은 발효 즉시 2.7~4.2%의 관세가 철폐되며 수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 성김 주한미국대사가 지난 13일 오후 부산 수영구 코스트코 부산점을 방문, 매장에서 미국산 쇠고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성김 대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1주년 맞아 14일까지 이틀 간 부산신항, 농심 녹산공장 등을 찾아 확대된 교역 혜택을 누리고 있는 산업현장을 둘러봤다.

이처럼 수출 실적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는 자동차 부품과는 달리, 완성차 업계는 한·미 FTA 효과를 가늠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자동차 부품과는 달리 승용차는 현행 관세 2.5%를 발효 이후 4년간 유지하다 2016년부터 철폐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완성차 업계는 2016년 이후에나 한·미 FTA 수혜를 본격적으로 입을 수 있다.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 관세 철폐가 유예됐지만, 우리나라 승용차의 미국 수출은 FTA 발효 이후인 지난해 3월~올 1월 20.6%의 증가세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이는 FTA 때문이 아니라, 한국산 자동차의 경쟁력 강화, 현지 생산 확대, 브랜드 인지도 상승으로 인한 효과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김철환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통상협력팀 부장은 "한미 FTA 체결로 양국간 협력관계가 강화되고 미국 내 한국차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긍정적인 효과는 있다"며 "하지만 한미 FTA 효과의 핵심인 관세로 인한 혜택이 현재로선 전혀 없어 이 시점에서 한미 FTA에 대한 효과를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한국 완성차 업체들의 미국 수출이 늘어난 것은 FTA 효과는 아니라 한국차의 품질 경쟁력이 향상되고 마케팅 활동을 강화했기 때문"이라며 "또 한국차의 미국 현지 공장 가동이 크게 늘면서 관세 유예에 따른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FTA 발효 이후 우리나라의 미국산 자동차 수입도 큰 폭으로 늘었다.
우리나라는 미국에서 생산된 차에 부과하는 관세를 한미 FTA 발효 직후 8.0%에서 4.0%로 인하했다. 이를 4년간 유지하다 2016년부터 완전 철폐한다는 방침. 즉 현재 미국산 승용차를 우리나라로 수입할 경우 4.0%의 한?미 FTA 관세 혜택을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수입차 선호 확대와 한?미 FTA 효과에 힘입어 FTA 발효 이후 미국산 승용차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99.7% 급증했다. 미국산 자동차 수입확대에 힘입어 우리나라 승용차 수입 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점유율도 FTA 발효 이후 15.6%까지 확대돼 일본의 점유율(10.7%)을 앞질렀다.

◆석유 수출 '급증'… 유화제품도 '선전'

지난해 3월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로 인해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제품의 대미 교역량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14일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0개월간 미국측 수입데이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석유제품 수출은 32.8%, 석유화학 제품은 3.8%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제품의 대미 수출액은 2011년 23억3000달러에서 지난해 29억8000만 달러로 늘었다. FTA 발효 이후 10개월만 집계했을 경우 28억달러로 전년보다 32.8% 증가했다.

제트유(96.3%), 경유?중유(78.9%), 경질유 탄화수소 혼합품(20.5%) 등의 관세가 즉시 철폐되면서 거의 모든 품목이 수혜품목으로 수출 증가세를 보였다.

석유화학 제품의 FTA 발효 이후 대미 수출액은 1846만 달러로 전년보다 3.8% 증가했다.
비수혜품목은 1113만 달러로 수출액이 4.3% 줄었지만 ABS(44.4%), 폴리에스테르(21.9%), 에폭시(24.0%), 폴리스티렌(117.3%) 등 합성수지 제품이 최대 6.5%의 관세가 철폐되면서 수혜를 입었다.
석유화학 제품의 수혜품목만 놓고 봤을 때 FTA 발효 이후 대미 수출액은 732만 달러로 전년보다 18.9% 증가했다.

◆경기침체 속 '선방'…中企활용도는 '미미'
# 경기도 안산의 직물생산 중소업체 A사는 지난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서 수혜를 본 기업 중 하나다. 한미 FTA 발효와 동시에 견직물 관세 3.9%, 레이온 관세 12%가 즉시 철폐되면서 미국 바이어와 10만 달러가 넘는 계약을 체결한 것. A사 관계자는 "미국 바이어로부터 주문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앞으로 수출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F사는 FTA 발효로 자동차부품 관세가 철폐됨에 따라 향후 한국산 부품의 소싱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F사 바이어는 "한국 업체들은 일반적으로 좋은 품질의 부품을 생산한다"며 "가격 경쟁력도 일정 수준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부품 설계능력도 뛰어나 자동차부품 전반에 걸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무역협회는 14일 발표한 '한-미 FTA 1주년 평가' 보고서에서 한·미 FTA가 발효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대미 수출은 570억 달러(약 62조6700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8% 증가했다고 밝혔다.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52억3000만 달러(약 5조7500억원) 늘어난 160억 달러(약 17조5900억원)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부품(25.0%↑)과 석유제품(32.8%↑), 신발(27.0%↑) 등이 두드러졌다.
특히 자동차 부품의 경우 일본과 유럽연합(EU) 등은 대미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지난 1월 4억9600만 달러(약 5340억원)의 실적을 올리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평가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2.6% 오른 수치다.

왈가왈부했던 농업 분야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다. 올해 1월까지 농산물 전체 수입액은 46억 달러(약 5조원)에서 17.4% 감소한 38억 달러(약 4조1600억원)를 기록했고, 김치와 홍삼 조제품 등 우리나라 농산물 수출은 3억5200만 달러(약 3857억원)로 전년 대비 12.5% 늘었다.
세계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수출확대·무역흑자·외국인 투자 확대 측면에서 한·미 FTA가 선방했다는 평가다.

다만 국내 수출기업의 FTA 활용률을 높여야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EU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선언, 일본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등 미국을 둘러싼 통상환경이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현지시장 선점효과를 극대화하고 이를 내수시장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다.

다행히 FTA 활용률은 2012년 4월 58.3%에서 지난해 12월 66.1%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수혜를 입지 못하는 기업은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소 무역업체들을 중심으로 활용률을 더욱 재고해야한다고 했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미 수출기업 350곳 중 62.5%가 '한·미 FTA 활용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FTA활용 지원제도를 이용했다'는 기업도 39%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원산지 증명절차가 까다롭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더욱이 최근 미국 측이 타이어와 섬유, 자동차부품, 식품 등 우리나라 20개 기업을 대상으로 원산지 관련 서류 제출을 요구하는 등 사후 검증 요구가 현실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들은 체계적인 원산지 증명 시스템을 갖추는데 애를 먹고 있다"며 "관세청 등 유관기관이 적극적으로 범용시스템을 보급하고 FTA컨설팅 등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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