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안철수, 큰 정치하려면 자기정치해야
이완재
puryeon@naver.com | 2013-03-16 16:10:02
안 전 교수는 지난 11일 82일만의 미국 칩거생활을 접고 귀국하며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이후 정치권 안팎으로 정계개편 신호탄이니, 미래 대통령의 귀환 등 말들이 무성하다. 그의 정치권 복귀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다만 그 시기가 문제였고, 어떤 모습으로 복귀하는냐가 초미의 관심이었을 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 전 교수의 정계복귀 소식이 예전만큼 신선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전히 이미지는 좋으나 정치경험의 부족에서 오는 뜨뜻미지근한 갈지 자 행보가 믿음을 주지 않아서다.
그는 이미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현 시장에게 후보자리를 내주고, 지난 대선에서는 야권의 문재인 후보에게 석연찮은 행보로 후보 자리를 뺏기는 등 두 번의 큰 선거에서 우유부단한 모습을 노출했다. 서울시장과 대통령을 탐한 정치인이라기엔 그 배포와 정치몰입에서 아쉬움이 많은 정치신인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 일로 그를 믿는 지지자 뿐 아니라 국민들에겐 신뢰에 적잖이 금이 간 상태다.
그가 지지자와 몇몇 전 현직 정치인에 의해 끌려가는 모습도 여전히 탐탁치 않다. 주요 정치적 판단과 고비 마다 보여준 이중적이면서 과단성 없는 모습도 여전하다.
이번 노원 병 출마 과정에서 전 의원이었던 진보정의당 노회찬 씨와도 사전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명확한 답을 미룬 채 두루뭉실한 답변만 일관했다. 한때 그의 정치스승이었던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은 한 팟캐스트에 출연, "감성적인 언어로 추상성이 높은 모호한 말을 하는 것은 바뀌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귀국하자마자 찾은 현충원 참배도 대선후보급 예우를 받았다 해서 논란이 됐다. 82일간의 미국 체류기간 부인 딸과 함께 지냈다는 월 400~550만원에 육박하는 초호화 주택도 진의여부와 상관없이 구설수에 올랐다. 지역구를 돌며 낮은 자세랍시고 유권자들과 접촉하는 모양새도 기성정치인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미 지난 대선과정에서 지적 된 다운계약서, 아파트 딱지, 탈세, 군 입대 과정의 거짓말, 개미들의 눈물 등도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는 악재다.
돌이켜보면 컴퓨터 바이러스 전문가였던 안철수의 정치권 등장이 신선했던 이유는 딱 하나였다. 기존 정치판의 구태와 행태에 지쳐있던 국민들의 눈에 비교적 참신하고 미래지향적인 안철수라면 새로운 정치를 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두 번의 선거를 통해 그 기대감이 이젠 많이 희석되고 심드렁해졌지만.
그럼에도 그는 현재 노원 병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싫건좋건 안 전 교수에 대한 여러 악평에도 그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대목이자, 현실이다. 야권에서도 그를 능가하는 거물급 후보자를 내기도 어렵다. 속 타는 야권의 속내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안철수 전 교수에게 당부하고 싶다.
현실정치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굴 거라면, 이제부터라도 이상정치가 아닌 현실정치를 하라는 것이다. 말로는 기존 정치권, 정치인의 패러다임에 빠지지 않겠다며 떠벌리고 종국엔 그들과 별반 다를 거 없는 모습을 보이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제대로 된 정치를 하려거든 기존 정치인들이 부리는 어쭙잖은 정치공학이나 꼼수의 유혹에도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젠 자신만의 소신과 원칙, 철학이 담긴 자신의 정치를 해야 한다. 누구의 말에도 일희일비하지 말고, 담대하게 자신만의 색깔을 띄고 뚜벅뚜벅 걸어가길 바란다. 이번 재보궐 선거가 안철수 라는 이름 석자 앞에 '정치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어도 부끄럽지 않을 터닝 포인트가 되길 기대해본다.
<이완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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