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가르침 따라 외유내강의 정치를”
인물 포커스 - 전정희 민주통합당(전북 익산을) 의원 (122)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3-03-08 13:43:44
서정주 시인이 “나를 키운 것은 팔할이 바람이었다”고 했던가. 전정희(민주통합당ㆍ전북 익산을) 의원은 “나를 키운 것은 팔할이 할머니였다”며 말문을 열었다.
◇배움에 대한 열정과 교육열
평생 책과 함께 하며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았던 전 의원의 할머니 권동화 여사는 자녀들의 교육에 대해 매우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요즘에야 어느 부모든 교육에 큰 관심을 가지고 계시지만 그때만 해도 가난한 시절이어서 딸들까지 가르치기는 쉽지 않았어요. 기껏해야 고등학교 정도였고, 초ㆍ중학교만 보내는 것도 다반사였지요. 그런 시절에 할머니는 가난하고 힘든 삶을 사시면서도 딸 둘을 모두 서울로 보내 대학교육까지 시키셨습니다.
“배워야만 현재의 가난과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계셨거든요. 대학 진학 당시 어머니는 ‘딸이니까 가까운 전북대로 보내자’고 하시는 걸 아버지께서 서울로 보내주셨어요. 아버지 혼자 벌어 저희 6남매를 가르치셨고 작은 고모까지 대학을 보내셨기 때문에 녹록치 않으셨을 텐데 딸인 저까지 서울로 보내주신 것에 대해 지금까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공심(公心)의 원칙과 용서의 가르침
권동화 여사는 ‘공심(公心)’이라는 정신에 매우 철두철미했다. 평생 직업을 갖지 않았지만 자녀들이 사회에 나가 역할을 맡을 때마다 늘 공심을 강조했다.
권동화 여사가 어렵게 살 때 같은 동네에 할머니를 모략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후 검사로 일하던 작은 아버지가 그 사람의 공금횡령 사건을 맡게 됐다.
“작은 아버지는 그 사람이 그동안 저희 집에 어떻게 했는지 잘 알았기 때문에 할머니에게 ‘어머니가 억울하게 당하셨으니 제가 한번 본때를 보여 주겠습니다’라고 말씀하셨대요. 그랬더니 할머니께서 ‘네가 그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보다 더 잘해줘라. 그 사람과 우리 집안의 잘못된 인연은 우리가 끊어버려야지, 그렇지 않고 우리가 그걸 되갚게 되면 자손 대대로 나쁜 인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갚을 차례가 왔을 때 선의로 그 악연을 끊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작은 아버지도 할머니의 말씀대로 그 사건을 잘 마무리했다고 하시더군요”
할머니의 그런 가르침은 전정희 의원의 아버지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저희 아버지가 제 친구 결혼식의 주례를 맡으신 적이 있어요. 아버지의 주례사 중에 지금도 기억에 남는 말씀이 용서하라는 것이었어요. ‘용서할 수 있는 것을 용서하는 것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다. 다른 사람은 죽어도 용서할 수 없는 것을 내가 용서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용서’라는 말씀이었는데 결혼식장에서 그 주례사를 들으면서 굉장히 가슴에 와 닿았고, 할머니의 가르침을 아버지도 몸소 실천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정신적인 수양에서 나오는 지적인 통찰의 힘을 지닌 분
전정희 의원은 살면서 어떤 결정을 해야 할 때 판단이 잘 서지 않으면 버릇처럼 ‘할머니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생각해본다고 했다. “할머니는 굉장히 지혜로운 분이셔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여쭤보면 거기에 꼭 맞는 사례를 들어서 감탄이 절로 나오는 말씀을 해주시곤 하셨어요. 할머니에 비하면 저는 굉장히 공부를 많이 한 셈인데도 그 분의 지적인 힘이나 지혜에서 우러나오는 판단을 따라잡기가 어렵습니다. 아마 그런 마음의 힘은 정신적인 수양에서 나오는 통찰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선거과정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로 제가 요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진리가 있다면 제대로 갈 것이니 진리의 힘을 믿으라’는 말씀을 입버릇처럼 하셨어요. 할머니의 그런 가르침이 제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는 마음의 힘이 됩니다.”
전정희 의원은 전북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1999년부터 전북여성정치발전센터의 소장으로 활동하다 제19대국회에 입성했다.
“그동안 줄곧 양성평등과 여성 리더십 교육 등에 대해 관여하면서 일해 왔지만 제 스스로가 정치에는 맞지 않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다 지역에서 현역의원 물갈이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면서 정치입문을 권유받았고, 오랜 망설임 끝에 어렵게 결심을 해 운 좋게 당선이 되었습니다.”
그는 정치라는 것이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일을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동안 해왔던 일의 연장선에서 해보고 싶은 일이 많아 언젠가는 여성가족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소속된 지식경제위원회는 해오던 일과의 관련은 적지만 지역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 많아 열심히 공부하면서 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전정희 의원은 지난해 첫 국정감사에서 한전의 전기요금 산출방식에 문제를 제기해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연료비를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도 불구하고 한전이 계속 전기요금 인상으로 국민을 압박하며 적자를 해소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제기했던 문제점들을 올해도 지속적으로 제기해 전력난 해소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힘을 모을 생각입니다”
부드럽고 차분하지만 자기주장이 분명하고 강단 있는 젊은 여성정치인. 그가 보여줄 ‘외유내강의 정치’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그간 지역에서 닦아놓은 터를 기반으로 더 많은 여성 정치후배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는 정치인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 전정희 의원은…
1960년 전북 익산 출생. 전주여고 졸업 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에서 학사를,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전북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북여성발전센터 소장, 전북발전연구원 여성정책연구소장 등을 역임한 그는 현재 제19대 국회의원 외에도 △전북대 겸임교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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