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하고 싶어? 그럼 후원해!”
롯데마트, 납품업체 후원 강요 ‘구설수’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3-03-08 13:29:20
[토요경제=유상석 기자] ‘유통공룡’ 롯데마트가 프로골프 대회를 준비하면서 납품업체를 상대로 후원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롯데마트가 6년째 스폰서를 맡고 있는 골프대회 ‘롯데마트 여자오픈’에 들어간 협찬비는 지난해에만 10억여원을 훨씬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액수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납품업체들에게 후원을 강요해왔다는 논란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대형마트와 납품업체 간의 ‘수직관계’에서 애초부터 롯데 측이 불합리한 협찬을 제안했다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 납품업체 상대로 후원 강요 논란
납품업체들을 상대로 한 대형마트의 후원금 강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롯데마트는 자사가 주최하는 국내 프로 골프대회를 위해 납품업체들에 거액의 후원금을 요구해 온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 2월 말, KBS 9시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마트 여자오픈’의 참가비로 지난해에만 납품업체들로부터 3억 여원의 후원금을 받아왔다.
롯데마트에 상품을 납품하는 한 업체는 최근 “마트 측이 전화로 수천만원의 후원을 요청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납품업체도 “전화를 통해 1500여만원의 후원 요청을 받았다”며 같은 취지로 주장했다.
납품업체 관계자들은 “마트 측이 여자 프로선수와 동반으로 골프를 칠 수 있다는 이점을 들며 납품업체의 참여를 독려했다”며 입을 모았다.
이들은 또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참여를 강요하고 후원비를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골프를 치지 않는다면, 후원비만이라도 납부하라’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납품업체들을 상대로 ‘갑’의 위치에 있는 롯데마트 측이 애초부터 불합리한 제안을 강요한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군다나 지난해 또 다른 업체가 요구받은 제안서에는 골프 대회장 등에 납품업체 광고 입간판 2개, 납품업체 대표와 프로 선수의 동반 골프를 조건으로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을 요구한 정황도 포착됐다.
◇ 롯데마트, “제안일 뿐, 강요 아냐”
이에 대해 롯데마트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롯데마트의 한 관계자는 “관행적인 스포츠마케팅일 뿐 대회 참가를 강요한 사실은 없다”며 “다만 통상적으로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납품업체 팀장급 임원을 대상으로 프로선수와 동반으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이점과 ‘사교의 장’이란 차원에서 후원을 제안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 요청한 상황은 아니고 담당자들끼리 의견을 교환하는 중에 일부 논란이 있었던 것 같다”며 “대부분 업체들은 수긍하고 광고를 진행하는데 소통하는 과정에서의 문제인지 내부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의 다른 관계자는 “대회 광고 게재비와 인맥 형성 등이 가능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후원 제안은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면서도 “일부업체가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만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제안’이라고 쓰고 ‘강요’라고 읽는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이 같은 행위가 사실상 ‘대기업의 횡포’라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 매장 내 제품의 입점 여부나 진열대 위치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롯데마트 측에 있기 때문에 이들 납품업체들에 대해 ‘갑’의 위치를 누려왔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마트 측이 스포츠마케팅 기회란 명목 하에 후원금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을’인 납품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후원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납품업체들은 매출의 상당 부분이 대형마트를 통해 형성되기 때문에 불합리한 요구가 있어도 이를 받아들이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전해져 왔다.
◇ 후원으로 쌓은 이미지, 강요로 무너지나
이번 골프 후원금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판단하기엔 아직 섣부르다. 롯데마트는 국내여자프로골프대회를 개최해 오며 국내 여자 골퍼들의 든든한 후원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 이번 논란은 진위여부를 떠나 적지 않은 이미지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2008년 ‘롯데마트 행복드림배 여자오픈’을 시작으로 롯데마트는 자사의 이름을 걸고 6년째 여자골프대회를 개최할 만큼 권위 있는 대회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최혜용, 서희경, 김보배, 심현화, 김효주 등 지난 5년간 내실을 다지며 롯데마트 여자오픈만의 역사와 전통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롯데마트는 골프 저변 확대 기여에 만족하지 않고 2011년 롯데마트 여자 골프단을 창설하기에 이르렀다. 스타선수보다는 앞날이 기대되는 선수를 찾아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그들이 골프계에서 한몫을 해내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사 측 골프단의 궁극적인 목표다.
여기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KLPGA 투어 공식 개막전은 롯데마트 여자오픈으로 낙점됐다. 롯데마트는 대회의 정통성과 우승경합을 위해 3라운드로 진행되는 대회로 상금규모 5억, 우승상금 1억원, 우승 트로피도 순회배로 제작해 대회의 상징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롯데마트는 2008년부터 KLPGA 투어 스폰서로 나서면서 브랜드 인지도 향상은 물론 스포츠 후원 기업이라는 긍정적 이미지까지 얻으며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화려함 뒤엔 납품업체들과의 불합리한 협찬 강요가 잔재되어 있다는 여론의 비난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 공정위, 불공정거래 관련 수사 돌입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주요 식품업체를 대상으로 대형마트의 불공정거래와 관련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직권조사는 식품업체의 가격인상과 불공정거래보다는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를 포착하기 위한 조사로 풀이되고 있다. 이 중 롯데마트 등을 대상으로 제품을 납품받을 때 납품가를 부당하게 낮추는 등 가격 결정권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 3사가 특정 식품이나 제과제품 납품가격에 대해 서로 가격을 담합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대형마트에 대한 현장조사를 수차례 벌인 적이 있다. 이번에는 거꾸로 식품업체 조사를 통해 대형마트의 불공정 혐의를 포착하려는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식품업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어떤 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조사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골프 후원금 파장에 이어 공정위로부터 불공정행위를 의심받고 있는 롯데마트는 당분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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