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이태원서 ‘총기난동’

시민에 비비탄 쏘고 경찰 들이받아

염유창

uwindow@nate.com | 2013-03-08 11:24:57

▲ 도심에서 모형 총기로 시민을 위협하고 검문에 불응해 도주한 주한미군이 4일 저녁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고개를 숙인 채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토요경제=염유창 기자] 주한미군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비비탄총을 난사하며 난동을 부렸다. 지난 3일 경찰은 전날 오후 11시53분께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턴 호텔 앞에서 주한미군이 차량에 탄 채 공기총을 시민에게 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은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인근에서 차량에 탄 주한미군을 발견했지만 이들은 검문에 응하지 않고 주변 차량들을 들이받으며 도주했다. 인근에서 근무 중이던 용산경찰서 이태원지구대 소속 임 모 순경은 택시를 잡아 타고 도주 차량을 10여 분간 추격했다.


임 순경은 추격 끝에 광진구 성수사거리의 막다른 골목에서 도주 차량을 발견했다. 하지만 미군들은 차량으로 전·후진을 반복하며 임 순경을 4차례 들이받고 달아났다. 이 과정에서 임 순경은 차량을 향해 공포탄 1발과 실탄 3발을 발사했다.


◇ 난동 주한미군, 범행 시인
도심에서 비비탄총을 난사하고 경찰 검문에 불응해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미 8군 소속 C(26) 하사가 4일 범행을 대체로 시인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이날 오후 2시께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는 C 하사가 대체적으로 범행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C 하사는 당초 “아랍인이 총을 쏘고 차량을 빼앗았다”며 범행을 부인해왔다.


경찰은 이날 C 하사와 F(22·여) 상병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죄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소환 조사를 벌이고 있다.


당초 이들과 동승한 여성은 C 하사의 부인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찰이 미군 범죄수사대(CID)에 확인 작업을 벌이던 중 C 하사의 부인이 아닌 F 상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최초 신고자인 A씨는 지난 2일 “미군이 새총인지 비비탄총인지를 쏘고 있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이에 미군들이 쏜 총기의 종류를 조사해 왔다.


경찰은 이날 오전 8시55분께 서울 용산구 문배동 한 고가차도 밑에서 이들이 사용한 옵티마 차량을 발견해 1차 감식작업을 벌인 결과 차량 안에서 비비탄 30여개를 발견했다.


또 최초 신고자인 A씨는 경찰에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총을 쏜 것 같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검거당시 상황 등에 비춰 조수석에는 F 상병이 탔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실탄을 맞아 현재 입원 중인 R(23) 상병이 차량을 운전하고 F 상병이 조수석에서 비비탄을 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뒷 좌석에 있던 C 하사가 차량 탑승여부, 도주 여부 등을 대체로 시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 입원 치료 중인 R 상병의 왼쪽 어깨에 박힌 총알을 확보하기 위해 미군에 탄두 제출을 요청했다. 경찰은 R 상병의 몸에 박힌 탄두가 이번 사건의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약물 투약 여부 등도 확인할 예정이다. 또 이들이 비비탄총을 버린 것으로 보고 이를 찾는데 주력 중이다.


◇ 실탄 쏜 임 순경 “생명 위협 느껴”
“생명의 위협을 느꼈어요. ‘죽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래서 실탄을 발사했습니다.”


주한미군의 ‘이태원 총기난동’ 사건과 관련, 미군이 탄 차량에 실탄을 발사한 임모(30) 순경은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차분히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총기난동’을 벌인 미군이 차량을 타고 도주하고 있다는 무전을 받은 임 순경은 최 모(38)씨가 운전하는 택시를 잡아타고 이들을 뒤쫓았다.


그는 지난 3일 오전 0시10분께 서울 광진구 성수사거리 한 막다른 골목에서 미군들이 탄 도주차량을 발견했다. 이들이 탄 차량의 급발진과 급정지 소리가 골목을 가득 채웠다.


임 순경과 마주한 이들의 얼굴에는 움츠리거나 겁먹은 기색이 전혀 없었다. 이들은 아무 표정 없이 차를 몰았고 임 순경을 4차례 치고 달아났다.


“택시에서 내리자 마자 우리말과 영어로 멈추라고 외쳤죠. 그 상황에서 차가 후진하면서 10m가량을 돌진하는 것을 보고 공포탄을 발사했어요. 하지만 그대로 저를 들이 받더군요. 순간 ‘차량’, ‘바퀴’만 생각났어요. 그래서 조수석 바퀴를 노리고 총을 쐈죠.”


사고 이후에도 그는 다친 자신의 몸을 돌볼 틈이 없었다. ‘총기사용’에 대한 보고가 우선이었다. 택시기사가 불러준 119 앰블런스를 마다하고 곧바로 이태원파출소로 돌아갔다.


퇴근 이후에야 병원을 찾은 임 순경은 왼쪽 다리에 인대 손상과 타박상을 입고 반깁스를 했다. 현재 서울 송파구 한 병원에 입원해 정밀진단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경찰청에서 2년4개월 근무 후 지난 2월 처음으로 일선 경찰서에 배치됐다는 임 순경은 “당시 흥분한 상태라 아픈 줄도 몰랐다”며 “걷지 못하는 것보다 사건을 빨리 처리 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부모님께서 많이 걱정했죠. 일부러 전화도 안 드렸어요. 경찰이 위험한 직업인걸 알고 계시고 항상 걱정하고 계시니까요. 기사를 통해서 아신 것 같아서 죄송스럽고 가슴이 아픕니다.”


한편 서울 용산경찰서는 도심에서 비비탄총을 난사하고 경찰 검문에 불응해 도주하다 총상을 입은 주한미군 R(23) 상병을 그가 입원 중인 병원에서 조사하기로 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R 상병은 지난 3일 오전 0시10분께 뒤쫓던 임모(30) 순경이 발사한 실탄에 왼쪽 어깨를 맞고 현재 입원 치료 중이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께 R 상병이 입원해 있는 미군 영내 병원에 용산서 조사관 2명, 팀장, 통역관 등을 투입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R 상병이 이동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미군과 조율해 병원에서 조사키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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