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대한민국에 ‘값싼 쌀’은 절대 있을 수 없다”
김태혁 편집국장
tae1114@yahoo.co.kr | 2014-12-22 10:36:09
“일제히 거울을 보기 시작한다 소스라치게 놀라/일제히 제 얼굴을 훔치기 시작한다 허겁지겁/피 묻은 제 손바닥을 문지르고/일제히 시치미를 떼기 시작한다(중략) 아무도 제 얼굴에 책임이 없다”(‘일제히 얼굴을 보기 시작한다’ 중)
최근 ‘저항 시인’ 김남주(1945~1994)가 옥중에서 쓴 시가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 시인이 옥중에서 은박지에 눌러 쓴 시 '단식'과 '일제히 거울을 보기 시작한다'가 사후 20년만에 세상에 공개 된 것이다.
김 시인은 잘 알려졌다시피 감옥 안에서도 시를 쓰면서 투쟁한 한국혁명사의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10년간 감옥에서 250여 편의 시를 썼다. 종이와 연필이 없어 우윳곽에 못으로 시를 썼으며, 간수의 눈을 따돌려 그것을 밖으로 보냈다. 김남주는 노동자들과 농민들이 인류가 정말로 필요한 것들을 생산해 내는데 그것을 자본가들에게 오히려 빼앗기고 천대와 학대 속에서 살아가는 것에 분노하고 시를 썼다.
나 역시 대학시절 김시인의 시집 ‘진혼가’ ‘나의 칼 나의 피’ ‘조국은 하나다’ 등을 보면서 이 분은 시인이라기 보다는 ‘戰士’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세월이 흘러 징역 15년 형을 언도받고 수감됐다가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고 9년 3개월 만인1993년 대통령 특별 지시로 석방된 김시인을 인터뷰 한적이 있다.
당시 김시인은 요즘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수입쌀 전면개방’에 대해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값싼 쌀’은 한국에 없다. 값싼 쌀은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입으로 들어오는 밥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국내쌀 ‘대외 경쟁력’에 대해서도 일침했다.
책상물림 지식인이 모든 신문과 방송을 거머쥐면서 내뱉는 ‘경쟁력이라는 말 때문에 정작 중요한 소비자들은 ‘쌀 경쟁력’을 높이려면 ‘자유무역협정’도 얼른 맺고 쌀개방도 얼른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다는 것이다.
특히 기자를 포함한 지식인뿐 아니라 도시에서 사는 많은 사람들은 시골에서 흙일을 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흙일을 할 생각이 없으니 ‘쌀개방’에 대한 구체적인 속내를 모른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저 돈만 벌어서 돈으로만 ‘값싼 것’을 사다 먹을 생각만 하다보니 ‘쌀개방’에 대한 마음도 생각도 없을 뿐 아니라, 제대로 된 지식과 정보조차 없으니 정부와 언론에서 내뱉는 말만 들을 뿐이라는 역설했다. ‘쌀개방’ 문제가 나오는 가장 피부로 느끼는 농민들의 이야기를 들어야지 왜 전문가나 정부의 이야기를 듣는냐는 것이다.
“신문이나 방송에 시골지기 목소리가 나오는 적 있는가? 신문이나 잡지나 책에 시골지기가 손수 쓴 글이 실리는 적 있는가? 흙도 나락도 볍씨도 만진 적 없는 지식인과 전문가라는 이들이 밥상을 어지럽히는데, 여느 자리에 있는 여느 사람들은 이를 알아챌 눈썰미도 마음도 생각도 거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고인의 모습이 생각난다.
쌀시장 개방이 며칠 안남은 요즘 지꾸 고인이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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