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노키아, 젊은 애플을 꺾다
아이폰-안드로이드 대결에 윈도폰가세...특허분쟁 사이 "삼성 웃는다"
전성운
zeztto@gmail.com | 2011-06-27 11:17:51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거대 휴대전화 제조사간 소송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2년 넘게 끌어온 노키아와 애플의 특허권 분쟁은 애플이 거액의 ‘특허사용료’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쌍방 간 제소를 취하하기로 합의했지만 사실상 ‘노키아의 승리’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노키아와 애플의 분쟁은 일단락 됐지만 앞으로도 통신시장, 특히 스마트폰시장의 특허분쟁 소송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 할 것”이라는데 업계에선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노키아의 승리는 노키아와 견고한 협력관계인 마이크로소프트(MS)에도 힘을 실어줄 것이다”고 전망하며 “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간 대결 구도로 흘러가던 스마트폰 특허 분쟁에 노키아와 손잡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폰 진영이 새롭게 가세할 것”이라 예측했다.
◇늙은 노키아, 젋은 애플을 꺾다
2009년 노키아는 "애플이 자사의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까지 모두 46건의 특허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그 후 노키아와 애플은 2년여 동안의 특허분쟁을 벌였으나 최근 합의를 거쳐 소송을 취하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승리를 거둔 건 노키아다.
노키아는 "애플이 그 간의 특허 사용료를 일시불로 지불하고, 사용기간 동안 로열티를 계속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키아 최고경영자(CEO) 스티븐 엘롭은 “애플이 우리의 특허 대열에 동참해 매우 기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도 특허권 확보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애플은 “합의를 통해 우리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IT업계는 그동안 ‘저물어가는 해’로 치부되던 노키아는 이번 합의로 반전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불 할 사용료 수억 달러에 이를듯
애플은 그간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침해한 특허 사용료를 일시불로 노키아에 지불해야한다. 구체적 금액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이폰 누적 판매량 2억 대를 감안하면, 수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앞으로도 합의된 기간 동안 로열티를 계속 내야 한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벌어들인 돈이 결국은 노키아 수익이 되는것이다.
노키아가 지난 20년간 약 430억 유로를 투자해 확보한 특허권은 1만여 개에 달해 휴대전화제조 후발주자인 애플이 이를 피해 제품을 만들기란 쉽지 않았다. 노키아 입장에서는 자사 특허를 잔뜩 침해해 만든 아이폰으로 혁신을 부르짖는 애플이 우스워 보였을지도 모른다.
반면 떠오르는 태양인 애플은 체면을 구기게 됐다. 지난 2009년 노키아가 애플이 자사 특허 46건을 침해, 아이폰을 만들었다며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을 때만해도 “혁신의 아이콘 애플과 잡스가 몰락한 노키아를 베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했지만 결과는 애플의 패배였다.
◇세계는 지금 소송전쟁중
애플의 이번 패소는 통신 기술의 특허 싸움에서 전통적인 스마트폰 제조사에 밀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분야의 후발주자인 애플은 ‘특허’라는 약점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HTC, 모토로라 등의 글로벌 통신업체들은 줄줄이 애플에 맞서 특허침해 소송을 벌이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자신들의 독창성을 베꼈다며 애플이 소송을 제기하자 곧바로 맞소송으로 대응했다. 삼성전자는 “노키아와 마찬가지로 애플이 삼성의 특허를 피해 아이폰을 만드는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특허 등록 수는 IBM에 이어 2위이고 휴대전화 관련 특허는 거의 독식 수준이다”고 밝히며 “분쟁 가능성이 있는 500여 개는 특별 관리하고 있어 모바일 부문에서 삼성의 특허를 피해 제품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동안은 애플이 삼성전자가 만드는 부품의 최대 수요처라 잠자코 있었지만 애플이 디자인을 문제 삼아 먼저 소송을 제기한 이상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입장이다.
모토로라와 HTC 애플을 상대로 수십 건의 특허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애플이 가진것은 디자인과 사용상의 혁신이지 기술상의 혁신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애플은 또한 휴대전화와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코닥과의 소송에서도 패배 직전에 놓여있다. 디지털 카메라에 흔히 쓰이는 ‘이미지 미리보기’가 코닥이 지난 2001년 취득한 특허을 침해한 혐의다.
코닥은 “애플이 약 5억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달 말 승소 소식이 나올 것으로 보고있다”고 밝혔다. ITC는 “코닥이 우리 특허를 침해했다”는 애플의 주장을 지난달 기각하면서 코닥 편을 들어줬다.
코닥은 삼성전자도 “삼성의 카메라폰이 자사의 디지털카메라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 했지만 상호특허사용(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소송을 취하한 바 있다.
◇애플·안드로이드 대결에 윈도폰 합세
잘나가는 애플과 구글-안드로이드진영간의 힘 싸움이 계속되지만 단일 회사인 애플과 달리 구글-안드로이드 진영은 많은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있는 만큼 특허분쟁에서 애플이 이기긴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들 제조사들과의 특허 분쟁이 계속되는것은 아이폰과 구글-안드로이드 진영이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펼치는 대리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키아가 애플과의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노키아와 MS의 ‘윈도폰’ 진영이 삼성전자, HTC 등 구글-안드로이드 진영에 공세를 시작할 것”이라 전망했다.
노키아-MS 진영은 안드로이드 진영에도 특허소송의 칼날을 겨눌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한동안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에서는 치열한 특허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그 와중에 통신 분야에서 별다른 기술을 축적하지 못한 애플의 아이폰 진영은 약세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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