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금융시장 안팎으로 메스 든다”
“금감원, 변화 통해 환골탈태 할 것”...금융지주 회장의 ‘통 큰 권력’…“이제 그만”
장우진
mavise17@hotmail.com | 2011-06-27 08:45:39
권혁세 금융감독위원장이 통 큰 결심을 내렸다.
권 원장은 최근 열린 국회 경제정책포럼 정책세미나에 참석하여 하반기 감독정책을 말하며 “통합감독기구 설립 이후 최대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퇴직연금·신용카드·상호금융 등 과다경쟁을 억제하여 이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전성을 막고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절대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금융지주 회장들에 대해서도 메스를 들었다. 현재 금융지주사들은 은행을 비롯한 자회사의 경영전반에 권력을 행사하면서도 문제발생시 책임은 자회사의 최고경영자가 지고 있다. 즉 지주사들은 ‘권력은 행사하되 책임은 지지않는’ 모순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감독규정 변경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권혁세 “기득권 접고 환골탈태하겠다”
권 원장은 총리실 중심으로 진행 중인 금융감독혁신방안에 대해 “통합감독기구 설립 이후 최대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이번 기회를 기득권을 접고 새롭게 환골탈태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또 하반기 정책방향 관련해서 금융기관의 외형경쟁을 차단하고, 가계부채의 무분별한 확대를 억제하는 동시에 IT보안 강화에도 힘쓰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권 원장은 “은행·퇴직연금·신용카드·상호금융 등 곳곳에서 과다경쟁 징후가 포착됨에 따라 강력히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며 “금융사들이 외형경쟁에 치중하기보다는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의 경우 자산증가율을 분기별로 확인하고, 과다경쟁으로 인한 무모한 투자 등 리스크에 대해 중점 검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퇴직연금도 원리금 보장상품의 금리 리스크 관리 강화와 특별이익 제공여부 등을 철저히 확인할 예정이다.
최근 늘어나는 가계부채와 관련해 권 원장은 “무분별한 확대를 억제하면서 금리 인상 등에 따른 충격를 완화하기 위한 구조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저신용자 비중이 높은 상호금융·신협 서민금융회사에 대해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상향조정할 예정이다.
단, 가계부채 억제과정에서 제도권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고금리 사금융 시장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어 고금리 채무를 저금리로 전환하는 신용회복기금의 ‘바꿔드림론’이나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 제도 등을 활성화 하여 서민금융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권 원장은 “가계부채 문제는 금융당국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사안으로 범정부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최근 농협·현대캐피탈 등 여러차례 문제를 일으켜 금융시장에 혼란을 빚은 금융보안 사고에 대한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IT보안 강화를 통해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권 원장은 “전자금융 거래의 비중은 은행의 경우 80%, 증권의 경우 75%에 달할 정도로 금융의 IT의존도는 심화되고 있지만 농협·현대캐피탈 사태에서 보듯 금융보안에 대한 인식과 투자는 미흡하다”며 “이달 말까지 실효성 있는 금융보안 감독 강화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지주사, 절대권력은 여기까지”
금융시장에 대한 따끔한 회초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금감원은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무소불위 권력을 견제할 방침이다. 권한은 행사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현행 금융지주사 회장 체계에 제재를 가하기로 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현행 금융지주사 회장의 모호한 권한과 책임에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은행을 주력으로 한 금융지주회사의 권력체제 전반을 꼼꼼히 다시 살펴볼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는 자회사들의 독립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한다는 의미이다.
현재 금융지주사들의 권한은 자회사의 사업목표와 사업계획 승인권은 물론 경영성과에 대한 평가와 보상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다. 또 자회사의 재산상태를 점검할 수 있고, 내부 위험관리도 할 수 있다.
지주회사들은 이 같은 권한을 통해 자회사의 인사이동 등 경영전반에 걸쳐 통제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운영방식의 가장 큰 문제는 금융지주사가 경영전반에 권력을 행사하면서도 자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이에 대한 책임은 자회사의 최고경영자가 지게 된다는 데 있다. 즉 권한은 가지되 책임은 지지 않는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금융지주사의 문제는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권한을 행사는 것”이라며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주사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감독규정 및 세부규칙을 변경하거나, 금융위원회에 건의해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이 같은 움직임은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공식석상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실무자 말고 최고 경영자를 문책하라”고 말하는 등 금융리스크에 선제적인 대응방안으로 최고 책임자 문책을 거론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정책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금융지주사 제도의 운영상 문제점에 손을 대는 것이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 어윤대 KB금융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등 소위 ‘금융 4대 천황’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KB금융은 어 회장이 은행 경영 전반에 나서자 노조들은 ‘민병덕 은행장에게 자율권을 줄 것’을 주장하며 지난 3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라면서 “지주사 제도 도입 후 발생한 부작용을 선제적으로 예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