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천민자본주의’ 근성의 대표적인 슈퍼갑질

김태혁 편집국장

tae1114@yahoo.co.kr | 2014-12-11 16:44:40

[토요경제=김태혁 편집국장] 대한항공이 조현아 부사장이 ‘땅콩 리턴’에 대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여론의 비난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은 한마디로 우리 사회 부유층의 비뚤어진 천민자본주 근성을 여실이 드러냈다.


‘가진 자’의 지위에 있는 조 부사장은 항공기를 개인 사유물이나 집무실 정도로 여기고 상대적 약자인 승무원의 태도를 문제 삼아 모욕적인 하기(下機)와 회항(回航)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돈 없고 힘 없는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는 자신을 품위 있게 통제하지 못하고 ‘갑을(甲乙) 관계’ 로 착각해 이를 폭력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에너지 임원의 기내 여승무원 폭행과 제빵회사 회장이 호텔 직원에게 폭언과 폭력을 휘두른 사건이 오버랩된다. ‘라면상무’와 ‘빵회장'으로 불리는 이들은 그릇된 몸가짐과 천박한 도덕성으로 상대적 약자에게 수치스럽고 파렴치한 행패를 부리다 자신의 존재 기반을 잃고 자멸했다. 조 부사장의 해명대로 사무장의 자질이 의심된다면 한국에 돌아와 교육이나 징계 등 공식절차를 밟으면 그만인 일을 국가원수도 할 수 없다는 ‘램프리턴'과 ‘승무원 하기(下機)’라는 사적 지시를 내린 것이 문제인 것이다.


뉴스를 접한 대다수의 국민들을 경악을 넘어서 조소와 분노를 금치못하고 있다"


15년 전 “주인(재벌 총수)이 하는 일을 어찌 머슴(임직원)이 아느냐”고 했던 정태수 한보그룹 전 회장의 시대착오적인 인식과 무엇이 다른가. 어찌 대한민국 재벌들은 변한것이 조금도 없느냐“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승무원 서비스를 이유로 램프리턴이 이루어진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대한민국 재벌기업 자녀들의 도덕적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대한항공측은 기장과 협의한 행동이었다고 했지만, 사주 딸로 절대권력을 가진 부사장의 ‘분부’에 토를 달 기장은 없을 것이다. 정부는 조속히 조 부사장의 항공보안법 위반 여부와 승무원의 인권침해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것만이 여론이나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 유일한 방법으로 보인다.


한국 사회는 해방 이후 세계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신분제도와 반상(班常)질서를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하지만 ‘한강의 기적'으로 대변되는 압축성장 속에 부의 편중과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돈이면 뭐든 된다는 경제·사회적 ‘갑을 관계'가 구조적으로 공고화됐다. 오죽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거래를 ‘을사(乙死)조약'이라고 부르겠는가. 항공사·호텔 사주의 딸이고 명함에 찍힌 직위도 높으니 견과류 봉지 하나 안 까준 승무원쯤은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의식의 발로가 ‘땅콩부사장·라면상무·빵회장'으로 돌변한 것이다.


재벌들의 이러한 의식이 존재하는 한 사회통합이나 국민행복시대는커녕 오히려 국민의 거센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진정 국민이 행복한 선진강국이 되려면 우리 사회의 망국적 폐습인 ‘갑을 문화’부터 뿌리째 뽑아야 한다.


대한항공이 교육을 강화해야 할 대상은 재벌 오너지 애꿎은 승무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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