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정치인 지자체장 으름장에 흔들

지역연고 시민구단 볼모로 팀 해체까지 언급

박진호

ck17@sateconomy.co.kr | 2014-12-11 10:38:44

[토요경제=박진호 기자] 마지막 라운드까지 이어진 접전의 드라마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팀의 희비가 엇갈리고, K리그 챌린지로의 강등권 싸움까지 처절하게 이어졌던 K리그 클래식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 개입되며 축구판의 정치쟁점화가 문제가 됐다. 일부에서는 “언젠가 터질 일이 터졌다”고 지적하는 반면, 다른 일부에서는 “노회한 정치인들이 축구를 이용해 정치력 과시에 들어갔다”고 한탄을 한다
성남 이재명 시장, “심판 운영 때문에 피해봤다”
사태는 성남FC가 FA컵을 제패하고 시민구단 최초의 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확정지으면서 시작됐다.
성남FC는 ‘FA컵의 기적’을 만들었지만, 정규리그에서는 강등권 탈출을 위해 마지막까지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었다. 마지막 두 라운드의 결과가 마땅치 않을 경우 성남은 사상 초유의 2부 리그(K리그 챌린지) 팀 ACL 진출 주인공이 될 처지에 몰렸다. 이 때, 성남FC의 구단주이기도 한 이재명 성남시장의 SNS가 발단이 됐다.
이 시장은 성남이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될 경우 내년 시즌 ACL에 나설 재원 마련이 어려워 ACL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 시장은 특히 이러한 원인에 대해 심판의 잘못된 판정으로 인해 성남이 피해를 본 사례를 열거하며, 현장에서의 운영 실패가 만든 병폐임을 강조했다.
일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마치 성역처럼 존재했던 심판 판정 문제가 거론되자 그동안 성에 차지 않는 심판 판정에 불만이 차있던 팬들의 원성이 터져 나오며 이 시장을 지지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 시장의 처신이 적절치 못했음을 지적하며 징계위원회를 개최했지만 이 시장은 “징계를 시킬 거라면 차라리 제명을 시키라”며 맞섰다.
법조인 출신답게 이 시장은 각종 법적 자료를 들고 나타나 프로축구연맹을 압박했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경고’라는 솜방망이 징계로 사태를 수습했다.
한 술 더 뜬 홍준표 경남도지사 “축구 안 해!”
그런데 이재명 시장 사태보다 한 발 더 나간 것이 홍준표 경남도지사였다.
홍 지사는 프로축구연맹이 시민구단 구단주를 징계한다는 논리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면서, 반대로 자신이 구단주로 있는 경남FC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전했다. 지역민의 혈세를 100억 이상 갖다 쓰면서 성적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으며 1부 리그에 잔류도 하지 못하면 존재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 요지였다.
홍 지사는 경남FC가 광주FC와의 승강제 플레이오프에서 패해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되자 자신의 발언을 그대로 이행했다. 사장 이하 모든 임원들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내라고 지시한 것이다.
경남FC는 지난 9일 진행된 프로축구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단 한 명의 신인도 지명하지 않았다. 모두가 공석인 팀에서 책임을 지고 선수를 지명할 방법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는 결론도 나오고 있다.
홍 지사의 진정성은 무엇인가?
시민 구단으로 인해 지자체장이 구단주를 맡으며 현장에 입김이 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번만큼 첨예만 문제가 된 적은 처음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경우 성남이 K리그 클래식에 잔류하며 해피앤딩으로 분란의 스토리를 마감하자 예산 증액을 선언했다. 시민구단이 재정적으로 어렵지만 2015시즌 7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스폰서 유치로 50억 원 이상을 더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한 이 시장은 ACL에 FC성남이 나서는 만큼 선수단 전력도 보강하고 AFC 규정에 맞는 제반 사항을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남FC의 문제는 다르다. 홍준표 지사의 경우 처음부터 축구단을 야구단과 비교를 하며 종목별 차이를 무시하며 스스로 스포츠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고, 2부리그로 떨어지면 해체가 가능하다는 으름장으로 팀 사기를 떨어뜨렸다.
많은 예산을 갖고 가서 해 놓은 것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홍 지사의 행보는 축구단을 없애 지자체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노림수로 읽히고 있어 경남FC를 위한 지적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와 도정운영을 위해 축구를 이용했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인 노름에 신음하는 스포츠
이미 지자체들이 예산 문제에 어려움을 겪자 스포츠토토 등 체육진흥투표권과 복권 등에 레저세를 부과겠다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올려놨다.
사행산업 가운데 경마·경륜·경정 및 소싸움 경기보다 카지노나 체육진흥투표권 등이 사행성이 더 높다고 말을 하고는 있지만 지방세 확충 방안이 없자 국내 체육저변과 사회체육 육성에 체육예산보다 더 큰 일익을 담당했던 스포츠토토에 세금을 매겨 그 비용을 가져가겠다는 행태다. 그래놓고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때는 앞 다투어 ‘대한민국’을 응원하고 선수촌 방문에 나서는 것이 정치인들의 행태다.
결국 이번에 진행된 일련의 사태도 이재명 시장은 비록 ‘축구계의 어긋난 행태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로 시작했을지 모르지만 결론적으로 이를 이어간 홍준표 지사의 행보는 지자체 예산 확충을 위해 체육계를 희생시키는 정략적인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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