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 방 뺐다 … ‘낙하산’ 모여라!

관치 논란 금융계, 당국 외압설로 ‘정치 금융 시대’

박진호

ck17@sateconomy.co.kr | 2014-12-10 18:30:58

[토요경제=박진호 기자] 박근혜 정부는 초기 내각을 구성하며 관료 출신을 대거 기용했다. 정치인 출신보다 전문 인력을 대거 기용하여 각 분야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요소요소에 배치된 관료들은 장점을 발휘하기도 전에 각종 문제점을 드러냈다. 새 정부의 집권 초기에 이어진 사건과 사고에 대해 공무원 특유의 ‘보신주의’로 일관하며 논란을 키웠다.


관료 전성시대는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인 ‘관피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고, 각종 사회문제에 깊숙이 박힌 이들의 문제가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원전마피아’로 시작된 이들의 ‘관피아’ 논란은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를 묶은 ‘국피아’, 교육부와 학계가 연결된 ‘교피아’,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계가 이어진 ‘산피아’, ‘세월호 참사’로 확대된 해양수산부와 해운업계의 ‘해피아’ 등으로 세분화 됐다.
금융 ‘관피아’ 사건의 정점, KB금융사태
관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금융권에서도 관피아 논란은 이어졌다. 재무부와 금융계 인사들이 엮으며 ‘모피아’라는 단어가 등장했고, 사실상 ‘관피아의 원조’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러한 금융권 관피아 문제의 정점은 KB금융 사태로 정점을 찍었다.
일부에서는 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교체 문제로 불거진 KB금융사태가 이명박 정부 당시 임명된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박근혜 정부 들어 임명된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 간의 힘겨루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았다.
급기야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내린 이들에 대한 징계조차도 이들을 배려한 봐주기 징계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새누리당의 김태환 의원은 제재심에서 이들에 대한 징계 결정을 내린 9명의 위원 중 검사와 변호사 4명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이 재경부와 금융연구원 출신의 관피아였다며, 징계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다고 질타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KB사태를 계기로 금융권의 관피아 고리를 끊어야만 잃어버린 금융권의 신뢰와 위상을 회복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관피아 없다고 관치 못하랴!
그러나 ‘관피아’가 빠져나간 자리에 정권의 낙하산이 그대로 안착하며 결과적으로 관치 금융권의 흐름에 변화가 전혀 없다는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취임 이후 끊임없이 ‘인사참사’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정부가 관피아 문제로 인사의 중요성을 인식했음에도 제대로 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요 요직에 민간 인사들이 임명되고는 있지만 청와대 혹은 금융당국이 낙점한 인사들이 속속 자리를 차지하면서 ‘관치’를 넘어서 아예 ‘정치 금융화’되었다는 개탄까지 이어지고 있다.
관피아 폐해를 그대로 드러낸 KB금융은 최근 사외이사들의 잇따른 사퇴와 관련하여 관치 외압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LIG손해보험 인수와 관련하여 금융당국의 허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인수의 적정성 문제가 아니라 이사진 교체가 여전히 당국의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은행연합회장 하영구 선임에 금융노조 ‘부글부글’
새로운 인사 임명과 관련해서도 잡음은 끊이지 않는다. 시작은 은행연합회 회장에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이 안착하며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 전 행장은 KB금융 회장에 지원하며 씨티은행장 자리에 물러나는 이례적인 행보를 걸으며 이른바 ‘믿는 구석’이 있다는 촌평을 받았던 인물이다.
KB금융의 회장 선출을 앞두고 하 전 행장을 청와대에서 밀고 있다는 ‘설’이 강하게 제기됐다. 그러나 KB금융의 회장선출위원회와 이사회는 하 전 행장이 아닌 윤종규 전 부사장을 선택했다. 그러자 낙마한 하 회장을 챙겨주기 위해 은행연합회장 자리를 마련해주었다는 의견이 등장한 것이다.
당초 차기 은행연합회장은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과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이 유력 인사로 거론되었다. 그러나 차기 회장 추천을 앞두고 갑작스레 ‘하영구 내정설’이 등장하더니 결국 만장일치로 하 전 회장을 단독 후보로 차기 회장에 올렸다.
금융사무노조 측은 서울 명동에 위치한 은행연합회 건물을 점거하고 하 회장의 선임이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고 강력히 성토했다. 하 회장 선임에 적극적인 반대 의견을 나타낸 이들은 하 회장에 대해 여러 감사 기관에 감사까지 요청했다.
▲ 신임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
우리은행 이광구-KDB대우증권 홍성국, 서금회의 창궐
우리은행과 KDB대우증권의 신임 행장과 사장 인사는 서강대 금융권 인사들의 모임인 ‘서금회(서강금융인회)’ 출신으로 애초부터 내정되어 진행됐다.
우리은행 민영화에 실패하고도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던 이순우 행장이 갑작스레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행장추천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서금회 출신인 이광구 부행장 내정설이 파다하게 업계에 퍼졌다. 결국 우리은행 행추위는 제대로 된 인사검증은커녕 거수기 역할에 지나지 않으며 차기 행장으로 눈치 보기에 호흡을 맞췄다는 비판을 받았다.
KDB대우증권에서는 김기범 전 사장이 갑작스럽게 사퇴한 후 오랫동안 공석이던 자리에 역시 서금회 출신인 홍성국 대우증권 부사장이 올랐다. 김 전 사장은 사내에서 신망이 높았지만 정리해고 등 각종 문제에 대해 산은지주의 일방적인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이유 등으로 ‘미운털이 박혔다’는 논란이 많았다.
결국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임명 이후 각종 금융권 요직을 서금회 인사들이 차지하며 금융권에서 ‘높은 분 눈치보기 인사’를 통해 관치를 넘어선 정치 금융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 민영화는 더욱 말뿐인 형태일 뿐, 결국 정권과 당국 마음대로 좌우 되는 금융권으로 전락했다는 분석이다.
금융실세, 서금회의 정체
‘금융 권력’으로 자리를 잡은 서금회는 지난 2007년 박 대통령이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탈락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서강대 금융권 동문들에 의해 결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75학번 10여명이 주축이 되어 30명 안쪽의 인원들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18대 대선을 앞두고 있던 지난 2012년 9월부터는 300명이 넘는 인원이 모이며 세력을 확장했다. 일부에서는 연세대나 고려대에 비해 동문들의 결집력이 약하고 결집의 계기도 없었던 서강대 동문들이 박 대통령의 당선을 계기로 급속한 세력화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금융권 인사들로 전문가 집단이기는 하지만 정치권력을 매개로 세력화가 되었다는 점에서 관치 문제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경고다.
최근 수면으로 부상한 인사들 외에도 KB금융 사태 이후 국민은행장 대행을 맡았던 박지우 국민은행 부행장은 과거 7넌간 서금회 회장을 지냈으며, 정연대 코스컵 사장과 김병헌 LIG손해보험 사장, 황영섭 신한캐피탈 사장 등도 서금회의 주요 멤버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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