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드디어 도입…“불안감은 없나”
최소자본 60억·최소 투자금액 5억원 ‘확대’...집단이탈 가능성 등 금융시장 안정성 우려
장우진
mavise17@hotmail.com | 2011-06-24 12:02:22
금융위원회가 헤지펀드 운용사 최소자본 60억원, 개인투자 최소금액 5억원, 금전차입 한도 400% 등을 규정한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안을 밝혔다.
금융위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입법예고 했다. 이로써 빠르면 한국형 헤지펀드가 9월 중에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이날 “외국 헤지펀드가 국내에서 자유롭게 판매되고 있지만 정작 우리 제도로 만든 헤지펀드는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 경제와 금융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 첨단 금융기법의 결정체인 헤지펀드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세계 수출 7위·GDP 13위인 우리나라의 위상에 비추어 헤지펀드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우리 금융의 정체성 문제이자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헤지펀드에 증권대차·대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헤지펀드의 생태계인 ‘프라임브로커’에 대한 규제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금융위는 밝혔다.
◇헤지펀드 가입자 범위, ‘5억원 이상’ 확대
헤지펀드 도입방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헤지펀드 가입자 범위를 확대했다. 5억원 이상 투자하는 개인 등의 펀드 가입을 허용한 것.
또 자산운용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제고하기 위해 구조조정기업에 대한 의무 투자비율(50%)을 폐지했다. 즉 증권·파생상품, 실물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투자대상 제한을 폐지한 것이다.
금전차입 한도 및 파생상품 거래제한도 완화했다.
헤지펀드가 공매도?레버리지 등 다양한 전략을 활용할 수 있도록 현행법상 허용된 한도까지 관련 규제를 완화한 것으로 금전차입 한도를 펀드재산의 400%로 정했다.
헤지펀드 운용업무를 위한 별도 인가단위 신설 내용도 밝혔다.
헤지펀드 운용업 인가단위를 ‘혼합자산 펀드’로 신설하되 자기자본, 운용경험(Track Record), 전문인력 등을 갖춘 자산운용사·증권사·투자자문사에 한해 운용을 허용할 방침이다.
헤지펀드 운용을 위한 인력·설비 등 소요비용, 여타 자산운용업 인가단위 등 최저 자기자본 60억원과 국내·외 헤지펀드 운용 경험이 있는 전문인력 3명을 갖춰야 한다. 또 자산운용사는 수탁고 규모의 4조원, 증권사는 자기자본 1조원, 투자자문사는 일임계약액 5000억원 등의 운용 경험이 있어야 한다.
증권사의 경우 대우, 삼성, 현대, 우리, 한국, 신한, 미래, 대신, 하나, 동양종합금융증권 등 10곳이 해당된다. 운용사는 삼성, 한화, 산은, KB, 한국, 미래에셋맵스, 우리, 동양, 신한BNP파리바, KTB, 하나UBS 등 11개며, 투자자문사는 코스모, 한가람, 브레인, 케이원, 피데스, 가을투자자문 등이 포함된다. 특히 삼성증권은 헤지펀드 도입시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지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헤지펀드 운용업을 충족하는 금융기관은 당초 40개에서 감소한 수준”이라며 “반면 투자자의 요건은 완화됐기 때문에 조건을 충족하는 금융기관의 수혜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헤지펀드에 증권 대여와 자금 지원, 헤지펀드 재산의 보관 관리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 브로커 업무 역시 일정한 자기자본은 갖춘 증권사만 한정적으로 허용될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자기 자본이 2조원 후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조원 전후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골드만 삭스 등 대형 IB의 경우 수익의 20% 이상이 프라임 브로커리지에서 창출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는 대형 증권사에 긍정적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헤지펀드운용과 프라임브로커 겸용은 원칙적으로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실제 인가과정을 까다롭게 운영해 겸영이 쉽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실제로 금융위는 자기자본?위험관리능력 등을 갖춘 증권회사에 한해 프라임브로커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별도기준 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우선 프라임브로커 업무 수행에 따른 정보교류를 차단했다. 프라임브로커의 경우 매매?중개업무와 펀드재산 보관·관리 등 신탁업무를 한 부서에서 동시에 수행하도록 허용했지만, 증권회사내 다른 부서와 프라임브로커 부서는 엄격히 분리토록 해 이해상충을 방지한 것이다.
아울러 금융위는 프라임브로커와 헤지펀드 업무는 내부 겸영시 상당한 이해상충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자회사 형태의 헤지펀드 운용사 설립을 유도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이 같은 계정안을 입법예고 후 규개위·법제처 심사, 차관·국무회의를 거쳐 9월중 시행될 것으로 봤다.
◇“헤지펀드? 자칫하면 독이 될 수도”
하지만 헤지펀드 도입을 위한 시행령이 윤곽을 드러낸 가운데 일각에서는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체적으로 다양한 투자 전략으로 위험을 분산하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금융시장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기대감이 우세하다. 반면 헤지펀드가 도입될 경우 변동폭이 커지고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병욱 이화여대 교수는 최근 증권시장분석협의회가 주최한 ‘헤지펀드 도입에 따른 한국 증시 변화’ 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정 교수는 “다양한 투자전략으로 위험을 분산하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금융시장의 효율성을 높인다”며 “차익 거래로 가격 형성의 효율성을 높이고 이머징 마켓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고 기대했다.
특히 최근에는 전통적 투자 상품 대비 대체 투자상품의 비율이 취약해 헤지펀드 도입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 해외 헤지펀드가 이미 재간접 헤지펀드 형태로 판매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헤지펀드의 도입을 제약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반면 그는 헤지펀드의 역기능에 대해 “단기적 고수익 추구 자산운용 전략과 유사한 운용전략을 가진 다수의 헤지펀드들이 동시에 시장을 진입할 경우 이탈하는 집단 거래로 인해 금융시장의 변동폭을 증폭시키고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남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헤지펀드는 월간 최대 수익률이 5.5%, MSCI 세계 지수는 10.9%인 반면 최대 손실율은 -4.7%대 -19%”라며 “짧은 시간 내에 헤지펀드가 충분히 시장 수익률을 따라갈 수 있을 지가 헤지펀드 정착의 가장 큰 이슈”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헤지펀드는 최대 손실이 얼마냐, 장이 하락했을 때 얼마나 대비할 수 있느냐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며 “1,2년 안에 의미있는 성과를 낼 수 없고, 5년 이상 사이클을 타야하는 만큼 감독당국과 투자자 모두 긴 흐름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해 중 우리 제도로 만든 헤지펀드가 탄생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속도감있게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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