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아홉 번째 황금장갑 차지

골든글러브 3명 … 삼성, 드디어 웃은 개인상 시상식

이규빈

mariana7562@daum.net | 2014-12-10 11:17:53

[토요경제=이규빈 기자] 비록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개인상 싹쓸이에 나섰던 넥센 히어로즈의 겨울나기는 따뜻하다.

서건창을 필두로 각종 시상식을 독식하고 있는 넥센은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도 10개의 시상 부문 중 4개를 차지하며 가장 뜨거운 시즌을 보낸 팀으로 다시 한 번 인정을 받았다. 한편 4년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하고도 개인상 부분에서는 조연에 머물고 있던 삼성 라이온즈 역시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을 3명이나 배출하며, 시즌 후 시상식에서 처음으로 웃음을 지었다.


삼성은 박석민과 최형우가 3루수와 외야수에서 골든글러브를 차지하며 팀의 중심타선 다운 자존심을 세웠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38세의 나이로 다시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 된 이승엽이었다.
이승엽, “야구는 나이가 아닌 실력”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이승엽은 지명타자 부문에서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이번 수상으로 개인 통산 9번째 골든글러브를 차지하게 된 이승엽은 한대화, 양준혁과 공동 1위에 올라있던 개인 최다 골든글러브 기록을 넘어서서 프로야구 역사상 최다 골든글러브 수상자로 우뚝섰다.
특히 이승엽은 전체 유효표 321표 중 301표를 얻어, 이번 골들글러브 수상자 10명 중 두 번째로 높은 93.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역대 골든글러브 최다수상자가 됐다는 것이 기분 좋다”면서도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고 말한 이승엽은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야구장 밖에서도 팬을 존중할 수 있는 선수가 돼 모범이 되도록 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처음으로 골든글러브를 받았던 1997년이 너무 오래전이라 별로 기억나지 않지만 그 때보다 이날이 더 떨렸던 것 같다고 말한 이승엽은 “골든글러브 10개를 채워야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또 다시 이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끝없는 도전 의지를 내비쳤다.
이승엽은 “야구장에서는 실력 한 가지로 평가받는 것이며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하며 “어린 선수들에게 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하는 한편, “열 번째 골든글러브를 갖겠다는 욕심보다는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박석민, 골든 글러브 한 풀었다
한편, 최고의 팀 성적에도 불구하고 개인상 시상에서 번번이 조연에 그쳤던 삼성은 이번에는 함박 웃음을 지었다.
특히 3루수 부문에서 박석민이 프로 데뷔 11년 만에 처음으로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되며 한을 풀었다. 박석민은 321표의 전체 유효표 중 162표를 얻어 50.5%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한 롯데 자이언츠의 황재균(103표)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생애 첫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됐다.
박석민은 11년 만에 처음 차지한 골든 글러브임에도 취재진에게 “오래 걸린 것이냐”고 반문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항상 골든글러브 부문에서 자신의 앞길을 막았던 SK 와이번스의 최정에 대해 “내 위에 있는 선수”라고 말하며 “내가 위를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박석민은 최정이 자신보다 더 위에 있는 만큼 “항상 더 열심히 하려 한다”고 말하며, “그러다보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골든글러브도 넥센 잔치
연말 시상식을 휩쓸고 다니는 넥센 히어로즈는 이번 골든글러브에서도 강세를 이어갔다.
유격수 부문에서 황금장갑을 차지한 강정호가 305표를 받으며 95.0%의 득표율로 이번 시상식에서 최다 득표와 최다 득표율을 모두 기록한 가운데, 올 시즌을 최고의 한해로 보낸 MVP 서건창과 홈런왕 박병호 역시 골든글러브에 ‘무혈입성’했다. 강정호와 박병호는 3년 연속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 됐고 서건창은 올해가 2012년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이다.
넥센은 투수 부문에서도 앤디 밴헤켄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골든글러브를 차지하며 4개의 골든글러브 주인공을 배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외국인 선수에게 전통적으로 배타적이었음을 감안하면 밴헤켄의 수상은 그가 올 시즌 얼마나 위력적인 시즌을 보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다.
한편,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강정호는 15일에 포스팅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하며 20일 정도에 진출 가능성 여부가 결정될 것 같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골든 글러브, 안타까운 이재원
각 포지션별로 주어지는 10자리의 골든글러브 중에서 7자리를 넥센과 삼성이 가져간 가운데, 두산과 롯데, NC가 한명씩의 주인공을 배출해내며 9개 구단 중 4개 구단이 이번 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이중 가장 아쉬움이 남는 팀은 SK 와이번스였다. 지난 3년간 3루수 부문의 골든글러브를 차지하며 자신의 자리를 강력하게 구축했던 최정이 아쉬운 결과를 얻은 데 이어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이재원이 골든글러브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포지션 별 후보로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리그 경기의 3분의 2 이상을 그 포지션으로 출장해야 한다. 따라서 한 포지션으로 85경기 이상을 소화했어야 하며, 야수의 경우에는 타율이 0.260 이상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재원은 올 시즌 팀 사정상 포수로 61경기 지명타자로 58경기를 소화했다. 119경기를 뛰었지만 어떤 포지션도 확실하게 자리를 결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재원은 올 시즌 타율 0.337에 12홈런 83타점으로 데뷔 이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만약 이재원이 포수 부문 골든 글러브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면 주인공은 바뀌었을 것이라는 게 압도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결국 팀 사정 상 두 포지션을 나눠 뛰어야 했던 이재원은 어느 자리에도 속하지 못했고, 소속팀 SK 역시 골든글러브 무관의 시즌을 보내야 했다.

▲2014 골든글러브 수상자 명단
투수 : 앤디 밴헤켄 (넥센 / 278표)
포수 : 양의지 (두산 / 118표)
1루수 : 박병호 (넥센 / 279표)
2루수 : 서건창 (넥센 / 292표)
3루수 : 박석민 (삼성 / 162표)
유격수 : 강정호 (넥센 / 305표)
외야수 : 최형우 (삼성 / 230표), 나성범 (NC /216표), 손아섭(롯데 / 203표)
지명타자 : 이승엽 (삼성 / 301표)
페어플레이상 : 손승락 (넥센)
사랑의 골든글러브 : 김광현 (SK)
골든포토상 : 서건창 (넥센)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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