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복합금융상품 '춘추전국시대'

은행.카드.증권.보험 등 '결합상품' 봇물

김정훈

webmaster@sateconomy.co.kr | 2009-11-23 12:02:01

최근 은행에서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각 금융권의 장점을 결합한 복합금융상품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올해 2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된 후 금융권 간 장벽이 대폭 완화되면서 각 금융권들이 ‘결합 상품’ 경쟁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회사는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복합상품 개발과 마케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복합상품은 개별 금융회사 차원에서 만들 수 있는 상품에 비해 서비스의 수준이 월등히 높아, 어떤 상품을 개발하느냐에 따라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고객들은 복합금융상품을 이용하면 월급 통장에 들어온 돈을 증권 계좌로 이체시키는 등의 수고를 덜 수 있고, 금리나 수수료 등에서 우대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러 금융 서비스를 하나로 엮다 보니 고객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바야흐로 복합금융상품의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졌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6일 통합 신한카드 출범 2주년을 기념해 복합상품인 ‘신한 에스모어(S-MORE)’ 카드와 통장을 각각 출시했다. 이 상품은 카드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포인트가 은행의 예·적금처럼 통장형태로 매월 적립된다. 신한지주는 내년 상반기 후속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에스모어 카드’는 백화점 및 할인점, 홈쇼핑 등에서 카드를 사용할 때 최고 5%까지 포인트가 적립되며, 적립된 포인트는 ‘에스모어 포인트 통장’으로 매월 자동 적립된다. 또 ‘에스모어 포인트 통장’은 신한카드 결제계좌가 신한은행이고 결제실적이 있는 경우 적립 포인트에 대해 연 4.0%의 이율을 적용한다. 따라서 신한은행 계좌를 카드결제계좌로 이용할 경우 더 유리해진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신용카드를 자주 사용하지만 포인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아 포인트가 자동으로 소멸될 우려가 있는 고객들을 위한 상품”이라며 “포인트를 금융상품으로 저축한다는 차별화된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KB금융지주도 지난 4월부터 은행, 카드, 증권, 보험 서비스가 동시에 제공되는 복합상품인 ‘KB 플러스타 통장’과 ‘KB 플러스타 세이브 카드’를 출시했다. ‘KB 플러스타 통장’은 하나의 통장으로 은행거래와 증권거래를 동시에 할 수 있으며, 증권매수 증거금에 대해 ‘증권매수 주문 업무처리일로부터 매수대금 출금일 전일’까지 연 4%의 우대이율을 제공한다.
‘KB 플러스타 세이브 카드’는 대출금리 연 최고 0.3%p 할인, 각종 금융수수료 면제 등의 은행 혜택과 함께, 카드 사용실적의 최대 4%, ‘KB 플러스타 통장’ 연계 증권 계좌를 통한 주식매매수수료의 5%가 금융포인트로 적립된다.
KB지주 관계자는 “적립된 금융포인트를 증권예수금으로 전환해 주식투자 자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며 “소비에 초점을 둔 기존 카드와는 차별적으로 고객의 재테크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특히 KB지주는 올해 말까지 전 계열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복합상품 공모전’을 열고 있으며, 여기서 채택된 아이디어는 내년 후속상품 출시에 반영할 계획이다.
하나금융그룹은 하나은행의 은행 계좌와 하나대투증권의 CMA 계좌를 묶은 ‘하나빅팟 통장’을 판매하고 있다. 은행 계좌와 CMA 계좌 사이에 돈이 오갈 때는 수수료를 전액 면제해 주며, 월 1회 이상 증권 거래를 하는 경우엔 월 10회까지 인터넷 뱅킹 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 준다.
또 은행 계좌 잔액이 고객이 설정한 한도를 넘어가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CMA 계좌로 자동으로 이체되는 ‘스윙’ 서비스도 제공한다. 고객은 100만 원 이상 1만 원 단위로 한도를 설정할 수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제일은행(SC제일은행)은 지난 9월 통장과 신용카드를 함께 이용할 경우 더 높은 금리를 주는 ‘두드림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이 상품은 카드사용액에 따라 두드림 통장 잔액 1000만 원까지 최고 2.4%의 추가 금리를 적용 받을 수 있다.
특히 두드림 통장, 두드림 신용카드와 함께 급여계좌·이체로 사용하는 사람은 연 0.1%의 추가 금리도 제공한다. 급여 이체금이 전월 70만 원 이상일 경우 추가 금리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SC제일은행은 오는 16일 6가지 금융서비스를 ‘세트’로 구성한 ‘드림팩’ 상품 출시도 앞두고 있다.
이 밖에 농협중앙회는 독자카드브랜드인 ‘NH채움카드’ 출시를 계기로 내년 1월까지 예·적금과 대출, 증권 서비스, 펀드 등을 연계한 복합상품을 선보이기로 했다. 외환은행도 조만간 여성과 20대를 위한 복합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복합상품의 장점을 금융 상품에도 도입하고자 하는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은행에서는 많이 보편화가 되지 않은 상태”라며 “하지만 고객의 복합적인 욕구를 한 번에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최근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계열사 간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복합금융상품을 많이 출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너지 효과와 더불어 고객의 충성도를 강화하는 데 큰 이점이 있는 복합상품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본시장통합법이란
정부가 14개로 나뉘어 있는 금융시장 관련 법률을 하나로 통합하고 금융상품에 대한 사전적 제약을 철폐해 모든 금융투자회사가 대부분의 금융상품을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로, 올해 2월 4일부터 시행됐다.
한국판 골드만삭스 등과 같은 대형 투자은행(IB) 설립을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정책목표가 반영됐다. 이 법의 도입으로 다양한 금융상품이 개발되고 다른 금융권 업무도 병행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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