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고’ 인맥 통해 정관계 묻지마 로비
'부산저축은행게이트' 주역들...박태규, 실질적 로비 진두지휘
전성운
zeztto@gmail.com | 2011-06-20 08:23:16
부산저축은행사건 수사가 계속될수록 들어날 비리와 연류 인사들은 앞으로도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부산저축은행 로비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는 지난 2009년 부산저축은행 정기세무조사 편의를 봐주고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당시 조사반에 소속된 부산국세청 전·현직 직원 4명을 긴급 체포했다.
국세청마저 이번 저축은행사건에 연류된 사실이 밝혀지자 일각에선 “도대체 연류되지 않은 기관, 인사가 누구인지 더 궁금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번 부산저축은행사건은 부실화된 은행을 ‘로비’를 이용해 무마시켜 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경우이다.
부산저축은행사건의 로비는 ‘학연’과 ‘인맥’으로 귀결되고 그 학연의 중심에는 ‘광주일고’가 있다.
‘광주일고’ 출신의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과 김양 부회장은 학연으로 임원진을 채워 경영을 이끌어 왔다. 또한 동문인 박형선 해동건설회장을 통해 외부 로비를 진행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 박씨 캐나다 도피 방조 의혹
그러나 실질적 외부 로비는 ‘윤여성’, ‘박태규’라는 두 인물로 귀결된다.
검찰은 수십억원대의 비자금 중 13억여원이 윤여성씨와 박태규씨를 통해 정·관계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고, 자금 흐름 추적에 집중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머지않아 로비 자금의 종착지가 밝혀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검찰은 윤여성씨를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인천 효성지구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경쟁 시행사로부터 사업권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15억 원의 리베이트를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또한 윤씨가 10년 전부터 김양 부회장을 알게 된 뒤 정관계 로비 창구 역할을 해온 것으로 보고 로비 대상자를 확인하고 있다.
윤 씨는 부산저축은행그룹이 4700여억 원을 들여 추진한 효성지구 도시개발사업 등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사업 인허가·사업용지 매입을 전담, 이 과정에서 은씨등 정관계 인사나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를 수시로 접촉, 친분을 쌓고 부산저축은행의 퇴출 저지 및 사업 인허가 등을 청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저축은행그룹 내에서 ‘회장님’으로 통했다는 윤씨가 검찰에서 서서히 ‘입’을 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도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치권에선 “윤씨로부터 1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의 경우 17대 대선 당시 ‘BBK 소방수’역할로 현 정권 실세로 활약해 왔던 만큼 검찰수사 앞에선 현 정권도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진짜는 로비스트 박태규 이다. 검찰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 정관계 로비의 큰 건은 그 사람이 전부 다 했다. 그가 잡히지 않으면 로비의 전모를 밝혀내기 어렵다”고 할 정도의 핵심인물이다.
부산저축은행그룹과 정치권에 따르면 박씨는 경남 출신으로 부산에서 건설업을 하다 1990년대부터 주로 정치권에서 브로커로 활동, 여야 정치인은 물론 각 언론사 정치부 기자들과도 마당발 인맥을 구축했다. 그는 법조계·재계 고위 인사들과도 심심치 않게 교류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부산저축은행이 지난해 6월 삼성꿈나무장학재단과 포스텍으로부터 500억원씩 증자를 받아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장래가 불투명한 저축은행에 그 정도 거액을 투자한 것은 경제적 요인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분석이다.
그러나 검찰은 박씨가 캐나다로 달아나도록 내버려 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검 중수부가 3월15일 부산저축은행 계열사 5곳을 압수수색했는데 박씨는 박연호 회장 등 이 그룹 임직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다음날인 4월 12일 캐나다로 도피성 출국을 했다고 한다. 누군가 수사정보를 흘렸거나 도주를 방조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재까지 부산저축은행 관련 구속 혹은 수사대상에 올라 있는 인물들은 수십명에 달한다. 그러나 “소수의 사람들을 오래 속이거나 많은 사람들을 잠깐 속일 수는 있을지라도 많은 사람들을 오래 속이는 건 불가능하다”는 옛말처럼 이미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정·재계 안팎에선 “검찰이 모든 공을 넘겨받았으니 철저한 수사를 해야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