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건설-신한은행, 책임 떠 넘기기 점입가경

공금 관리체계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 여론 비난

정순애

webmaster@sateconomy.co.kr | 2009-10-12 10:19:35

동아건설 자금담당 부장 박모씨(48)가 법정관리 기업에 놓인 회사돈 1900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되면서 법정관리 기업의 관리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회사 내부를 비롯해 은행권, 회계법인 등은 박씨가 2004년부터 6년 동안 거액을 챙기는 데도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박씨가 하나은행 직원의 도움으로 빼돌린 회사돈은 공사하자보수보증금 477억원, 운영자금 523억원, 채무이행금 898억원 등이다.
이 중 규모가 가장 큰 채무이행금의 경우 지난해 3월 동아건설을 인수한 프라임그룹이 채무자에게 대신 갚기로 한 6780억원 가운데 법원에 공탁한 미확정 채무금(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갚아야 할 금액이 정확히 정해지지 않은 빚이며 법원의 판결이 나온 후 이행해야 한다)인 1567억원의 일부다.
동아건설은 이를 신한은행 특정금전신탁계좌(에스크로)에 보관했다.
이 돈은 법원에서 채무액이 확정되면 동아건설이 지정하는 채권자의 계좌로만 지급 가능하다.
그러나 박씨는 자금담당 부장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신한은행에 동아건설 운영자금 계좌로 이 돈을 입금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박씨는 이후 8차례에 걸쳐 이 돈을 빼돌렸다.
거액의 회사돈이 아무런 제재없이 빠져나가는 등 법정관리기업의 공금 관리시스템 허점을 여실히 엿볼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사고 발생 후 책임 회피에 급급하던 회사측과 은행은 횡령 책임을 두고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동아건설 측은 "신한은행이 돈을 받아야 할 사람과 지급 한도를 확인하지 않고 지불했다"며 민사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측은 "수익자와 한도 확인을 거쳐는 등 정당한 절차대로 인출했다. 법인인감과 직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동아건설의 소홀한 관리감독이 근본원인이다. 민형사상 책임을 면하려고 신한은행에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반박했다.
동아건설 회계감사 담당 회계법인들도 "박씨가 허위로 작성한 회계장부만 보고 자금운용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해 범행에 일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동아건설은 2006년부터 회계법인의 회계감사를 받았다.
2006년과 2008년은 S회계법인에서, 2007년은 또 다른 S회계법인에서 감사받았다.
경찰조사에서 박씨는 "1998년 구조조정 대상이된 동아건설 자금조달을 혼자 담당하다 보니 자금출납 내역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었다. 회사 내에서 횡령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하자보수보증금과 공탁금 계좌는 은행권의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자금이다. 유사한 상황에서 같은 피해가 반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정순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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