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빅 베이비' 박지수의 '엄마찾아 삼만리'

박진호

ck17@sateconomy.co.kr | 2014-09-26 09:57:54

[토요경제=인천, 박진호 기자] 지난 25일, 터키 앙카라와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2014 FIBA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우리나라 여자농구 대표팀이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20년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당면과제가 되면서 대표 1진보다는 '가능성' 위주로 선수단이 꾸려져 성인 대표팀에 처음으로 합류한 선수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미 학생시절부터 연령별 대표 경험이 많은 선수들인만큼 대표팀 단체복을 입고 해외로 떠나는 경험이 낯설지만은 않다. 그런데, 선수 대부분이 밝은 표정인 가운데에서도 유독 어두운 표정의 선수가 한 명 있었다.


바로 '한국 여자농구의 미래'로 불리고 있는 박지수(16·분당경영고)였다.

혹시 신지현(19·하나외환)이 선배라고 괴롭히기라도 한걸까?

"난 언니고, 넌 동생이야!"


전화기를 붙잡고 있는 박지수의 표정이 심각하다. 박지수는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신)지현 언니가 괴롭혀요!"라고 고자질을 하기 위한 전화는 아닐 것이다. 멀리 터키로 떠나기 전, 그래도 엄마 얼굴은 보고 가야 한다는 마음이었을까? '빅 베이비', '자이언트 베이비'라고 불리고 있고, 이번 대표팀에서 모든 선수단을 내려다보는 높이를 자랑하는 박지수는 역시 '아직 여고생'이었다.

그렇게 간절히 엄마를 찾던 박지수. 출국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을 때, 드디어 기다리던 엄마가 도착했다. 드라마에서 항상 주인공을 찾는 사람은 공항에 꼭 이 타이밍에 등장한다. 어처구니 없는 설정이라 비웃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으리라. 실제로 가능했다. 엄마의 배웅속에 우리의 '빅 베이비'는 어린 아이처럼 하염없이 눈물을...

눈...물...?

아... 아니었다. 박지수는 엄마로부터 꼭 받아야 할 것이 있었던 것. 그것은 바로 '용돈'이었다!


지켜보는 홍아란(22·KB스타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느덧 프로 4년차인 그녀에게 '용돈 받는 여고생'이 신기하고... 어쩌면 부러웠던 걸까?


어쨌든 '빅 베이비'도 웃음을 되찾았다.

세계선수권 대회에 참가하는 우리 대표팀은 현지시간으로 오는 27일, 벨라루스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호주, 쿠바와 조별예선 경기를 갖는다. 사실상 대표 1진이 파견됐어도 1승을 거두기 빠듯한 상대. 당장의 성적보다는 성장과 발전에 더 주안점을 두고 대회를 맞이하고 있는 대표팀이다.


공항에서 만난 선수들은 대회에 대한 부담보다는 자신있고 당당하게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대결에서 많은 경험을 쌓고 올 수 있으리라는 표정을 보여줬다.


이번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영주 감독(46).

"그래? 다들 표정이 밝네. 나만 심각한거야?"


그리고 이지승 코치.

"아니오. 저도 심각합니다."


같은 조의 호주가 전력누수가 심각하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로렌 잭슨(Lauren Jackson·33·198cm)이 부상 후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고, 지난 런던 올림픽 러시아전에서 여자농구 올림픽 사상 첫 덩크슛을 기록했던 엘리자베스 캠비지(Elizabeth Cambage·23·203cm)도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이들이 결장한다고 해도 세계랭킹 2위의 호주는 대표팀이 결과에서 만족을 할 수 있는 승부를 내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팀.


오히려 1승의 상대로 주목하고 있는 쿠바나 벨라루스는 더욱 거세게 맞설것으로 보인다.


여기 또 심각한 표정의 한 사람.

"나 지금 떠나. 당장 공항으로 안나오면 평생 못 볼 줄 알아."


라는 느낌이지만, 정확한 통화내용은 알 수 없다.


그래도 김수연(28·KB스타즈)은 홍아란과 함께 돈을 인출해야하는 선수들을 국민은행 현금 인출기 앞으로 이끌었다.

이승아(22·우리은행) : "우리은행 현금지급기도 있을텐데..."
김수연 : "공항에는 없어!"


과연 그럴까?


눈물겨운 애사심을 보여준 그녀들은 확실히 농구선수이자 '직장인'이었다.

아마도 (당연히) 계좌가 우리은행이었을 이승아는 수수료가 나왔겠지만...

성인 대표팀이 처음인 강이슬(20·하나외환)과 최희진(27·삼성생명). 비교적 늦은 나이에 대표팀에 처음 소집된 최희진은 "가문의 영광"이라며,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소속팀 삼성생명의 외박기간 동안 "SNS에 먹는 사진만 몰아서 올리겠다"며 운동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풀겠다고 다짐했던 최희진은 음식 사진을 채 올리지도 못하고 갑작스레 대표팀에 추가 소집됐다. 쉬지도 못하고 대표팀에 소집됐지만 "음식 먹으러 다니는 것보다 대표팀이 더 좋다"며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홍아란은 이날 자신의 얼굴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극구 카메라를 피해다녔다.



배혜윤(25·삼성생명)도 카메라를 피했다. 어쩔 수 없다. 파파라치 샷이라도 찍어야지...


이날 본인 스스로 무척 맘에 들어하지 않았던 '얼굴 상태'의 홍아란.

그러나 한 살이라도 더 어린 선수들은 역시 '민낯 자신감'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신)지현이는 그저 제 배경일 뿐이죠."

김시온(19·KDB생명)의 '도발적인 V'와 뒷전으로 밀려난 신지현.


그래도 '셀카'를 함께 찍으며 돈독한 우정을 자랑한다.

"피해봤자 더 이상한 사진만 올라와. 당당하게 사진에 찍혀. 알아서 예쁜 사진만 올려주실거야."

김연주(28·신한은행)의 관록은 공항에서도 빛이 났다.


이지승 코치는 "연주가 참 예쁘죠?" 라며, "밖에 나가면 나랑 남매인 줄 알아요"라고 말했다. 김연주는 "제가 그렇게 까매요?"라며 울상을 지었다.

'용돈 받은 박지수'는 확실히 정상 컨디션을 회복했다.

또한 KB스타즈는 박남희 매니저와 김경란 통역이 공항을 방문해 먼 길 떠나는 선수들을 배웅했다. 사실은 이날 KB스타즈의 외국인 선수 비키 바흐가 입국하기로 되어 있어서 '온 김에 배웅한 것'이다.

아무튼, 세계 무대에 당당히 도전장을 던진 '장래가 촉망되는' 대한민국 대표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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