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전산망 통합', 비리 원천봉쇄 될까?
금감원 “임의 조작·수정 불가능”
이준혁
immasat@naver.com | 2012-08-10 10:16:44
일부 대형 업체들의 반발로 난항을 겪어온 저축은행 전산 통합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동안 저축은행중앙회 전산망을 이용하지 않고 자체 시스템을 사용해온 저축은행들이 통합 전산망에 가입하기로 사실상 결정했다.
지난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93개 저축은행 중 중앙회 전산망 이용을 거부해온 30여개 저축은행 대표들과 잇따라 면담을 갖고 통합 전산망 가입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 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 대표자 면담이 마무리 됐다”면서 “모든 저축은행들이 중앙회 전산망 가입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오늘(6일)부터 저축은행 중앙회를 통해 의향서를 접수받고 있다”면서 “이미 몇몇 업체는 작업이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의향서 접수와 통합 전산망 가입 작업은 5개 업체씩 순차적으로 이뤄지며, 3개월 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따라서 30개 통합 전산망 미가입 저축은행에 대한 작업은 내년 말경에나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 전산망 이용방식은 두 가지로 방식으로 진행된다. 계좌 원장은 물론 상품개발까지 일괄적으로 저축은행 중앙회에 일임하는 방식과 계좌원장은 넘겨주고 상품은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방법 등이다.
전산망 통합이 이뤄지면 저축은행에서 일어났던 각종 불법행위가 어느 정도 예방될 것으로 금융감독당국은 보고 있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통합전산망이 가동되면 원장이 저축은행 중앙회로 넘어오게 돼 임의로 전산을 조작하거나 원장을 수정할 수 없게된다”면서 “불법대출 등을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전문가는 저축은행들이 자체 전산망 대신 저축은행 중앙회 통합 전산망 이용에 합의한 것은 대출비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했다. 저축은행들의 계좌 원장이 중앙회 전산망으로 넘어오게 되면 저축은행이 임의로 이를 수정하는 등의 행위가 불가능해진다. 당연히 적정 한도를 초과한 대출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대형 저축은행들의 불법, 부실 대출은 그동안 해당 저축은행 퇴출로 이어져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키워왔다. 일부 저축은행들에서는 대주주 등에 의해 고무줄식 대출이 이뤄지는 바람에 대규모 부실이 발생하는 사례가 다수 존재해왔다. 실제로 부산, 솔로몬, 미래, 한국 등 부실대출로 인해 퇴출된 저축은행들은 예외없이 전산과 대출 원장 조작이 이뤄졌던 사실이 드러났다.
예컨대 지난해 퇴출된 모 저축은행의 경우 대주주가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대출서류를 작성해 마음대로 정한 액수를 결제하는 바람에 은행 임직원들은 대출이 이뤄진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 금융당국은 이 때문에 개별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전산망 통합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산통합이 실시되면 그동안의 후진적인 금융사고는 전산을 통해 곧바로 적발할 수 있어 사실상 원천봉쇄가 가능해진다. 금융권에선 “저축은행 대출 원장이 중앙회로 넘어가면 전산을 통해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에 적발될 각오를 하지 않는 이상 적정한도를 넘는 불법대출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감독당국은 역시 전산통합이 사고가능성을 줄이는데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9월경부터 운영 예정인 저축은행 여신 상시감시 시스템이 본격 가동되면 개인과 기업의 대출한도 관리가 한층 체계화 될 것으로 감독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신관련 자료의 경우 현재는 검사를 실시할 때만 점검하고 있지만 상시감시 시스템이 운영되면 한 달에 한번 꼴로 모든 저축은행의 자료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축銀 대주주들, 경영은 ‘나 몰라라’
한편 일부 저축은행 대주주들이 비등기 임원으로 등재는 방법을 통해 경영에 따른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최고 10억원대 고액 연봉을 챙겨온 사실이 금융 당국의 조사 결과 드러났다고 지난 6일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90여개 저축은행 중 현대스위스·푸른 등 10개 저축은행이 지난해 대표이사에게 3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을 지급했고, 이들의 평균 연봉은 5억1000만원에 달했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은행장 평균 연봉(4억3000만원)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또 자산규모 5000억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 가운데 모아저축은행 등 9곳은 대주주가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고 있지만, 임원으로 등기하지 않는 등의 수법으로 경영권 행사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은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대주주나 임원이 신용불량 상태인 저축은행도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금융당국이 해당 임원을 교체하도록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비등기 임원으로 활동하거나, 등기 임원인 경우에도 경영상의 주요 결정에 대한 결재 라인에서 빠져 있어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