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열전]커피와 오해

여선구

webmaster@sateconomy.co.kr | 2009-08-07 19:16:23

한국에 커피가 전해진 지 100여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처음엔 그저 낯선 이국의 정취를 동경하는 문화, 예술인들만의 전유물이었지만 지금은 학력과 빈부, 성장배경이나 지역의 차이를 막론하고 누구나 사랑하는 단연 최고의 기호식품이 되었지요. 아침 회의시간 전, 아직 덜 깬 잠을 깨우기 위해 커피메이커를 켭니다. 오랜만의 가족 외식이 끝나고 배는 조금 부르지만 입에 남은 느끼함을 없애려고 무료자판기의 버튼을 누릅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가까운 핸드드립 전문점을 찾아 커피를 주문하고 책을 펼치는 어느 주부의 오후가 낯설지 않습니다. 지금은 일상적인 모습이 되었지만 커피가 한국에 대중적으로 전해지기 이전, 그러니까 전쟁이 끝난 뒤 구호품으로 전해 받은 시절은 그 낯설음으로 인해 차마 웃지 못하는 일들이 종종 일어나곤 했답니다.


생존을 위한 고된 노동이 끝난 뒤,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그저 배고픔을 잊기 위해 구호품으로 가마솥에 멀겋게 끓인 커피 물로 배를 채웠다고 합니다.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가 거의 전무했던 시절이었으니 조금을 마시더라도 그 영향은 더 컸을 테고 그러면 지친 몸이 더욱 예민해져서 잠을 제대로 이룰 수가 없게 됩니다. 다음날 새벽같이 일터로 가야하는데 잠이 잘 안 온다는 불안한 심리는 뇌를 더욱 자극시킵니다. 결국 온 밤을 뜬눈으로 지새운 뒤에 혀를 내두르며 자식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커피마시면 잠 안온다. 커피마시지 마라.’ 필자 역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입니다. 재밌는 것은 홍차, 쵸컬릿, 탄산음료, 진통제 등 카페인이 함유된 식음료에 노출 빈도가 높은 요즘에도 유독 커피만 마시면 잠을 못 잔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이런 걱정 어린 말씀을 자주 들었겠죠. 우스개지만 어른들의 잔소리 덕에 커피문화 정착이 늦어졌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겠습니다.



커피의 본가라고 할 수 있는 유럽의 경우에도 이러한 과도기적 일화들이 존재합니다. 16세기까지 커피는 오스만투르크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의 음료였습니다. 당연히 커피는 이교도의 음료라고해서 배척했겠죠.


1683년 유럽의 관문 오스트리아의 빈까지 진군한 오스만투르크는 영웅 콜시츠키의 활약에 힘입어 십자군에 패합니다. 더불어 수백포대의 원두와 생두들을 전리품으로 얻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그 사악한 음료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이 때 오스만에서 오랜 기간을 지냈던 콜시츠키가 커피를 받게 되고 그 커피들을 팔기 위한 커피하우스를 만들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비로소 이교도의 음료였던 커피가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해가 풀린 것이지요.



어려움 극복한 자만이 진정한 승리자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커피가 전파된 지 400년만에 유럽은 세계 커피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커피에 대한 이런저런 오해가 풀리고 한국의 커피문화가 세계의 문화를 이끌게 될 그 날을 조심스럽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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