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찢어진 민심을 어찌할 것인가

정해용

webmaster@sateconomy.co.kr | 2009-08-03 14:49:26

하루 종일 착잡한 날이었다.


‘개혁’을 부르짖고 임기 내내 개혁정책을 쏟아냈던 전임 대통령이 그 자신의 부패혐의에 대한 판단을 받기 위해 검찰에 소환되던 날. 날씨는 화창했지만 한국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검은 먹장구름이 가득 흘러가는 듯했다. 어떤 사람은 ‘개혁자’의 말로가 역시 위선으로 끝나는가 하여 우울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개혁자’의 길은 이후까지도 이렇게까지 험난해야 하는가 하여 우울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 나라에 성공한 대통령이 아직도 나올 수 없는가’ 한탄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정치권력이란 이렇게까지 졸렬한 것인가’하여 한탄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임은 물어볼 필요도 없다.


그런데 눈여겨볼 것은 이 불편한 민심들이 판이하게 두 쪽으로 나뉘어 있는 현상이다. 아직도 노무현을 물고 뜯는 정치에 실망하는 민심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노무현을 심판하지 못했다는 게 답답한 민심도 있다는 것이다. 노 전대통령이 버스를 타고 도착한 서초동 검찰청사 앞 풍경에서 이러한 두 갈레 민심은 전형적이고도 적나라하게 읽혀졌다. 검찰청 정문 앞은 오른쪽과 왼쪽이 나뉘어 서로 상반된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한쪽은 노란 풍선을 들고 “노무현”을 연호하며 검찰과 정권을 비난하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고, 다른 한쪽은 노무현을 규탄하는 피켓과 성조기를 들고 “노무현 즉각 구속”을 외치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었다. 한 마리로 ‘찢어진 민심’, 바로 그것이다.


때마침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있었다. 항간에서는 선거를 앞둔 시점에 노무현 전대통령과 관련된 비리혐의 수사가 연일 매스컴에 대서특필되는 것을 놓고 정권과의 교감에 따른 ‘선거용 바람 잡기 수사’라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었다. 노무현에 대한 비리혐의 수사를 연일 국민들이 보고 느끼게 함으로써 야당에 대한 기대를 약화시키는 게 노림수라는 주장이었다. 그에 맞서 검찰은 선거와는 무관하다고 반론을 펴기도 했지만, 어쨌든 선거를 앞둔 유권자들에게 이 정치적 사건이 아무런 정신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거라고 보기는 힘들다.


어쨌든 선거는 치러졌고, 야당의 ‘정신적 지주’에 대한 실망감이 이토록 확대되었음에도 여당은 그 반대급부조차 얻지 못했다. 국회의석 빈자리 다섯 석 가운데 한 자리도 얻지 못하고 0대5라는 참패를 당했던 것이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선거와 무관하게 순수한 ‘정의구현’의 동기에서 이루어졌다고 간주하더라도) 이 선거에선 여당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던 셈이다. 선거 때마다 정치적 이슈를 하나씩 터뜨려 여당이 단단히 프리미엄을 챙기곤 하던 예전 정치풍토를 생각해 보면, 우리 한국 사회는 변해도 크게 변했다. 민심이 변한 것이다.


그에 비하면 정치권력의 마인드가 그만큼 변하지 못한 건 아쉬움이랄 수도 있다. 적어도 선거기간 중이라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 같은 건 처리를 미루는 정도의 배려도 있었으면 좋았지 않을까. 오히려 유권자들로부터 너그러운 권력이라는 호감을 얻었을 지도 모른다.


<孟子>를 펼치면 맨 먼저 양나라 혜왕편을 읽게 된다. 혜왕은 맹자를 환대하며 그의 지혜를 구하고자 질문을 던진다. “선생님께서 천리길을 마다않고 찾아주셨으니 장차 우리나라에 이익이 있겠지요.” 말이 떨어지자마자 맹자가 따끔하게 대꾸한다.


“왕께서는 이익부터 찾으시는군요. 진정한 급선무는 仁義입니다. 왕께서 나라의 이익을 추구하시는 게 전부라면, 그 아래 대부들은 집안의 이익을 추구하고 그 아래 백성들은 자기 일신의 이로움을 추구하는 게 전부일 겁니다. 이처럼 위로부터 아래까지 자신에게 맞는 利益만을 추구한다면 장차 나라는 위태로와질 것입니다.”


나라의 지도자가 나라의 이익을 구하는 것이 어찌 잘못인가 어리둥절할 수도 있다. 맹자가 말한 것은 이익을 구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그 전에 먼저 인의를 세워야 한다는 말이다. 만일 어떤 집이 안으로 불화하면서 사업에서 많은 이익을 보았다면 그것이 그 집안을 얼마나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맹자의 말은 백번 맞는 말이다. 성서에도 ‘집안에 천금을 쌓아놓고 불화하는 것보다 가난해도 화목하게 사는 것이 낫다’는 대목이 나온다. 한국 최고의 재벌가들이 자녀의 자살이나 이혼 등으로 상처투성이가 되는 현실도 우리는 보고 있다. 나라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하던 아침, 정치인 유시민은 “나라가 어려운 때 이렇게 국민들 마음을 찢어놓고 이런 식으로 국가운영을 해서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세계 최고의 富國이 된다 하더라도 정치가 졸렬하거나 각박하다면 과연 국민이 마음 편히 살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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