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건 1세대’ 삼환기업, 끝내 법정관리
노조, “위기 자초한 법정관리인 해임해야”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2-08-10 08:59:04
광장동 워커힐호텔, 국립극장 등을 짓고,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참여한 회사. 66년간 건설 산업 외길을 걸어온 ‘토건 1세대’의 중견회사, 국내 건설사 최초로 중동에 진출한 회사… ‘삼환기업’을 일컫는 수식어들이다. 나름 건실해 보이는 이 건설사는 결국 ‘법정관리’의 위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혼란스러운 이 회사는 법정 관리의 책임 소재를 놓고 한바탕 시끄러운 모양새다. 최용권 삼환기업 회장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노조 측은 “삼환의 위기에 결정적 요인으로 총수 일가의 독단과 오판이 작용했다”며 법원에 법정관리인 해임 의견서를 제출했다.
◇ 70억 어음 막지 못해… 결국 법정관리
삼환기업은 만기가 돌아오는 70억원의 기업어음(CP)을 막기 위해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채권단이 지원에 나서지 않자 법정관리를 택했다.
삼환기업의 법정관리 신청은 채권단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금지원이 이뤄지면 워크아웃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채권단과 삼환은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법원의 허가 없이 삼환기업에 대한 재산처분이나 채무변제를 할 수 없게 됐으며, 채권자의 가압류ㆍ강제집행도 금지된다.
업계에서는 “법정관리가 개시되면 지금까지 채무는 동결되지만, 금융권으로부터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없어 현장의 영업행위로만 회사를 운영해야한다. 삼환은 올해 선급금과 기성금을 이미 대부분 써 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현장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은행들과 700여 개에 달하는 협력업체들의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환기업에 대한 은행권 채권규모는 4367억원에 달하며, 수출입은행 715억원, 신한은행 601억원, 농협 469억원, 우리은행 298억원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업계에서는 삼환기업과 협력하고 있는 소규모 업체들의 피해액 규모도 2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노조 “위기 자초한 사람이 법정관리인이라니…”
삼환기업 노동조합은 최 회장의 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삼환기업 노조는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에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된 허종 삼환기업 사장을 해임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삼환 노조는 의견서를 통해 “대주주인 최용권 회장이 회사 임원 등의 이름을 빌려 차명주식을 관리해 온 내역을 확보했다”며 “허종 사장의 이름도 그 내역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의 주식을 차명으로 관리해온 허 사장은 비자금 조성 및 관리, 경영 악화의 책임 등 법정관리인의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어 “대주주와 현 법정관리인이 경영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이 상황까지 왔음에도, 책임져야 할 그들은 어떤 노력이나 희생도 하지 않고 있다”며 “독단적 경영과 무능력함이 낱낱이 드러났기 때문에 최 회장은 사재를 출연하고 회사를 떠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기업노동연합도 성명을 통해 “워크아웃은 기업이 신규 영업으로 이익이 발생해도 바로 회수해 신규 대출 지원을 받게 하고, 또 이자를 내게 하는 악순환 구조”라며 “부실경영으로 피해를 준 사주에 대한 책임을 지우지 못한 채 무리한 자산매각으로 손실만 키웠다”고 비판했다.
◇ “할인해서라도 미분양 매각해야” 충고만 들었어도…
익명을 요구한 삼환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회사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경영진이 미분양 주택 할인매각과 보유 부동산 조기매각을 건의했다. 그러내 최 회장이 반대해 위기를 자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삼환기업이 지난 2000년대 초 완공한 서울 한남동 리버힐 빌라는 최 회장이 30억원에 육박하는 고분양가를 고집한 탓에 전체 32채 중 3채만 회장 일가가 사용하고 있고 나머지는 비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초에 완공한 경주시 용강동 미분양 아파트의 할인판매도 지연됐고 서울 소공동 부지 매각도 지연됐다.
이 관계자는 “최 회장이 미분양 주택 할인매각과 부동산 매각을 막지만 않았어도 지금 같은 위기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환 관계자는 “노조에서 제시한 자료만으로 차명계좌에 대한 판단은 할 수 없다”며 차명주식에 대한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미분양 주택 할인매각 지연이나 부동산 매각 지연은 오너 한 사람의 판단이 아닌 회사차원에서 판단하고 결정한 문제”라며 “이제 막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황에서 경영진 퇴임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법원ㆍ채권단과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조속히 법정관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협력업체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함께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