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게 비지떡”…경매 ‘함정’ 피하려면?

유치권ㆍ저당권ㆍ분묘기지권 ‘복병’ 조심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2-08-09 19:03:53

부동산 가격 하락 양상이 계속되면서 경매시장의 ‘저가 낙찰’은 흔한 풍경이 됐다. 좀처럼 낙찰이 이루어지지 않아 유찰을 거듭한 끝에 감정평가 가액의 절반에 불과한 이른바 ‘반값 매물’까지 등장했다.


여러 부동산 중에서도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반값 매물’은 단연 아파트다. 서울 쌍문동 P아파트는 감정가 5억원에 3회 유찰돼 최저입찰가가 2억5600만원으로 떨어지고, 인천 부평동 D아파트는 감정가 5억4000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억6460만원으로 낮아졌다.


지난 6월에는 인천 송도와 영종신도시 등 경제자유구역에서 무더기 반값 매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특히 영종신도시 아파트의 5월까지 평균 낙찰가율은 57.4%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반값 매물의 출현은 부동산 인기지역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양천구 신정동 J아파트는 7월 감정가의 55%인 5억5010만원에 낙찰됐다. 심지어 강남 부동산의 주요축인 압구정동 H아파트까지 반값으로 입찰을 시작해 경매 참여자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반값 매물’이 등장하자 저렴한 비용에 부동산을 매수하려는 실수요자들이 늘어나면서, 가라앉은 경매시장이 다시 떠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경매 시장에서 주의할 점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이 귀띔한 조언을 정리했다.



◇ 낙찰가율을 맹신하지 말라
‘반값 매물’이 늘어났다고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낮은 낙찰가율이 곧바로 ‘이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


경매시장은 흔히 부동산 경기의 선행지표로 해석된다. 각 입찰자 나름대로의 평가가 입찰금액에 반영돼 있는 이유다. 향후 시장이 좋아질 것으로 관측하는 경매 참여자가 많다면 낙찰가가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나는 반면, 가격 하락을 예측하는 사람이 많다면 입찰 자체를 포기하거나 낮은 입찰금액을 써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예로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지난 2006년 강남구 대치동 A아파트의 140㎡의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은 115%를 기록했지만 부동산 경기가 한풀 꺾인 2008년에는 87%까지 하락했다. 시기에 따른 시장 참여자의 심리가 낙찰가율로 드러나는 셈이다.


따라서 낙찰가율이 입찰가의 절반에 불과하더라도 단순 셈법으로 이를 ‘반값’으로 여기는 것은 곤란하다. 가치 평가가 포함되지 않은 반값은 부동산 시장에서 체감하는 반값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낙찰가율이 낮을수록 시장은 해당물건의 미래 평가가 낮다는 생각을 충분히 고려하고 입찰에 임해야 한다.


최초 감정일과 경매 진행일과의 시차도 고려해야 한다. 유찰이 계속될수록 감정가는 실제 시세와의 괴리가 생기게 된다. 대체로 감정평가액은 경매기일 3~6개월 전에 결정된다. 만약 유찰이 반복된 물건이라면 최초 감정일과 시간 격차가 더 벌어진다.


부동산시장에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감정가보다 훨씬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실제 거래내용을 확인하고 최근 거래가 없다면 현장의 분위기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감정평가시기와 현시점의 매매시세에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감정가액의 과대 여부를 판단한 후 입찰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 보이지 않는 함정을 조심하라
경매 시장의 ‘반값 매물’에는 또 하나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바로 유치권이다. 유치권이란 타인의 물건을 점유하는 사람이 그 물건에 관한 채권을 가지는 경우에 채권이 변제를 받을 때가지 그 물건을 유치할 수 있는 권리로, 부동산에 있어서는 미지급된 공사 대금을 받아내기 위해 건설업체나 세입자 등이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분양 당시 가격이 10억원이었던 용인 공세동 S아파트는 올해 초 경매 최저가 1억7000만원까지 떨어졌다. 불과 두 달 전 같은 면적 아파트의 낙찰가격은 4억8200만원이었던 것과는 그 차이가 유난히 큰 것이다.


이처럼 낮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유찰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는 40여건에 이르는 유치권 때문이다. 유치권은 등기부 등 문서에 기록되지 않는다는 특성 탓에, 해당 사건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거나 별도의 재판이 없는 한 채권의 진위 여부나 정확한 정산금액을 가려내기 어렵다. 입찰 최저가가 착시현상을 일으킬 수 있어 경매 초보자의 세심한 판단이 요구되는 물건이다.


익명을 요구한 고시학원가의 한 민법 강사는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경매에 입찰할 때, 유치권이 얽힌 매물은 조심하는 것이 좋다. 유치권이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그 액수가 얼마나 되는지 알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라며 “최악의 경우, 낙찰가액보다 유치권에 걸린 금액이 더 높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견임을 전제로 “나 같으면 유치권이 얽힌 매물은 쳐다보지 조차 않겠다”고도 말했다.


반면 유치권이 설정된 물건을 무조건 기피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노인수 변호사는 저서 <유치권 진짜 가짜 판별법>을 통해 “실제 유치권을 주장하는 자의 80~90%가 허위 유치권자거나 유치권자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민법 320조의 6가지 항목 중 하나라도 거짓임을 밝혀냈다면 유치권이 성립하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민법 320조의 6가지 항목은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는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해 생긴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경우에는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권리가 있고 △이 규정은 그 점유가 불법행위로 인한 경우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치권 외에도 법정지상권(타인의 토지에서 공작물이나 수목(樹木) 등을 소유하기 위해 그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 분묘기지권(타인의 토지 위에 무덤을 마련한 사람에게 인정되는 권리) 등의 ‘함정’도 주의해야 한다.


◇ 자금 계획, 철저히 세워라
낙찰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채 반값이라고 덜컥 입찰에 참여했다가 입찰보증금을 날려 낭패를 겪는 상황도 주의해야 한다. 입찰 시 입찰최저가의 10%를 보증금으로 내고 낙찰이 되면 약 45일 이내에 잔금을 내야하는 것이 경매의 진행 절차다. 특별한 사유 없이 잔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낙찰을 포기하는 이유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경매시장에서는 이런 사례가 의외로 잦다. 금융권이 대출을 거부하거나 한도를 줄여 자금조달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 자신의 대출한도를 잘못 파악해 돈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 등이다. 심지어 숫자 ‘0’을 하나 더 적어 입찰금액의 단위수를 바꿔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가끔 생긴다.


최근 주택 거래가 어려워지면서 자금계획이 ‘꼬이는’ 사례도 흔하다. 잔금을 내는 시점에 더 싼 매물이 출현해 차라리 보증금을 포기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 살던 집을 팔아 잔금을 치르려고 했으나 매수자의 갑작스런 변심으로 판매에 실패한 경우, 전세기간 만료시점에 맞춰 낙찰을 받았지만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한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가격의 추락 양상이 날로 심해지면서 낙찰을 포기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것이다.


때문에 입찰 전 자금계획을 명확히 세우고 더 안전한 낙찰을 원한다면 미리 자금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요즘같이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경매로 구입한 집을 담보로 하는 경락잔금대출도 고려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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