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엔 역시 '라면'
'빨간국물' 라면 귀환…시장규모 '2조원' 돌파
이준혁
immasat@naver.com | 2012-07-26 13:33:38
올 상반기 국내 라면시장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농심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리서치전문기관 AC닐슨은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라면제조업체의 라면매출은 약 9260억원으로 전년 상반기 8965억원보다 3.3%(약 295억원)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불황으로 굳게 닫혔던 소비자들의 마음도 라면 앞에서는 느슨해진 셈이다. 라면은 불황에 강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고물가에 라면처럼 저렴한 상품을 만나기 쉽지 않은 소비자들은 불황에 라면으로 손이 갈 수밖에 없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았을 때,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를 겪을 때도 라면시장은 전년보다 각각 16.5%, 13%씩 성장했다. 이에 업계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신제품을 내놓는 등 불황을 기회로 삼아 라면시장 2조원 시대를 이끌어 가고 있다.
◇ '빨간국물' 라면의 귀환
라면 업계가 올 상반기 뜨거운 '시장 쟁탈전'을 벌였다는 것도 라면 매출이 상승하는 데 보탬이 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올해 상반기에는 어느 때보다 많은 신제품이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며 소비자들의 지갑을 유혹했다. 1월부터 6월까지 새로 출시된 제품은 모두 14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배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지난해 인기를 모았던 '하얀국물' 라면 대신 전통적으로 강했던 '빨간국물' 라면의 귀환이 돋보인다. 올 상반기에 출시된 농심 블랙신컵과 진짜진짜,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팔도의 남자라면과 놀부부대찌개라면 등은 모두 매운맛을 표방한 빨간국물 제품이다.
농심 진짜진짜와 팔도 남자라면은 기존 라면상품과 차별화된 독특한 매운맛을 앞장세우며 올 상반기동안 매월 평균 20억원씩 팔아치우며 '매운맛이 불황을 이긴다'는 속설을 재입증했다.
반면 하얀국물 라면의 시장점유율은 급속하게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작년 12월 하얀국물 라면의 시장점유율은 17%선까지 올라섰지만 올해 들어 빨간국물 라면의 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꾸준히 하락 중이다. 올 4월에는 7.9%까지 떨어진 데 이어 지난달에는 4% 대까지 추락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하얀국물 라면에 밀려 시장점유율이 59%대까지 떨어졌던 농심은 지난달 시장점유율을 64.9%까지 5%포인트 늘리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팔도는 올 초 시장점유율 10.6%로 시작해 11%로 0.4%p 늘리는 데 그쳤다. 하절기 주력 상품인 '팔도비빔면'의 인기에 힘입은 결과다. 삼양과 오뚜기의 6월 시장점유율은 올 1월보다 각각 3.3%포인트, 0.3%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라면 시장은 사상 최초로 연간 매출액 2조원을 넘보고 있다. 작년 국내 라면 시장은 1조9600여 억원 규모로 2조원을 코앞에 두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라면은 상반기보다 휴가철과 겨울철이 포함된 하반기에 매출량이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를 감안할 때 올해 라면시장은 사상 최초로 2조원을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 컵라면 판매 급증
편의점과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컵라면 판매도 급속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2만 개를 돌파한 국내 편의점 점포수가 올 4월 기준 2만2000개를 넘어섰다. 편의점 증가세와 더불어 1인 가구도 늘어남에 따라 컵라면 판매가 가파르게 상승해 올 1~4월까지 편의점 컵라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 가량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60g대의 소용량 컵타입보다는 100g이 넘는 대용량 제품에 대한 판매가 두드러지면서 컵라면에 대한 인식이 간식에서 한 끼 식사용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C 닐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에서 판매된 컵라면 매출은 약 2200억 원으로 전체 컵라면 시장(6100억 원)의 37%를 차지했다. 이는 대형마트 컵라면 매출 980억 원의 약 2.5배 수준이다. 컵라면 가운데서도 대용량 컵라면이 매출 상위 10개 제품 중 7개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컵라면 수요가 늘어나자 업계에서도 발 빠르게 소비자 입맛을 잡기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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